통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그릇으로 전시된 통영시립박물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가치가 있는 물건을 만들 수가 있는 재료이며 사람이 항상 밟고 살아가야 된다는 흙은 우리 몸에 필요한 것들이 살아 숨 쉬는 세균들도 있다. 흙은 사람에게 말없이 오래도록 필요한 따뜻함이 있다. 어린 시절 맨발로 밟았던 뒷동산의 흙처럼 때론 날이 풀려서 땅의 기운을 품은 흙으로 만든 것 중에 그릇이 있다.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선조의 흔적 중 가장 많은 것이 바로 그릇이기도 하다.
바다를 보려고 통영을 방문한 김에 으레 그랬듯이 통영시립박물관을 방문했다. 통영시립박물관에서는 유물전으로 통영시립박물관에 소장된 다양한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는데 청자, 분청사기, 백자, 그리고 통영 예술인들이 만든 작품 일부를 만나볼 수가 있다.
옛 통영시청 건물로도 사용되었던 이 건물은 근대문화건축물이다. 예전에 이곳에서 통영시청 직원들끼리 찍은 단체사진을 보았는데 여자 직원이 한 명도 없는 것을 보고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무원들의 거의 대부분이 남자 직원으로만 이루어졌던 때도 있었다.
흙으로 만든 그릇은 온도 약 800도에서 1,100도 사이에 만들어지는 토기, 온도 1,000도에서 1,200도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도기, 온도 1,300도에서 1,400도에서 만들어지는 자기 등으로 구분이 되며 높은 온도에서 구울수록 강도와 밀도가 높아져 고급 자기로 완성된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 도자기를 굽는 여러 사람을 보았는데 그들은 흙을 일반 사람들이 보는 관점과 다른 눈으로 본다. 가치가 있는 그릇은 주로 고려청자나 백자다. 가장 나중에 나온 백자는 중국의 경우 당나라의 형요, 송나라의 정요 백자가 유명했는데 조선시대의 백자는 명나라의 영향을 받으며 관용 백자를 국가에서 직접 제작하였다.
지금은 플라스틱이나 다른 재료를 활용해서 다양한 그릇이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대량으로 생산된 것들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인간이 만들어 낸 생활용기 중 아직까지 도자기 이상 좋은 것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리 김치냉장고가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옛날 옹기에는 못 미치듯이 말이다.
음식은 담아야 먹을 수 있고 담아야 보관할 수 있으며 담아야 숙성할 수가 있다. 우리의 모든 음식문화는 흙과 연관이 되어 있으며 그렇게 사용된 그릇들은 때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서 후대에 사용이 되기 위해 기다린다. 그릇에 담긴 온도는 생명의 온도이며 쉼의 온도이기도 하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흙처럼 지긋한 온도이기도 하다.
시간을 이겨낸 것들은 거짓이 없어서 좋다. 오랜 시간 변화하지 않고 구웠던 온도를 이겨내고 이렇게 형상을 갖추고 천천히 기다려주며 따뜻하게 살아가기 위한 음식의 그릇으로 활용되었던 것들이다. 시금석이란 금이나 은의 품질을 판별하는 기준이 되는 암석으로 흑색의 규산질 암석으로 기준시료를 시금석에 문지르고, 품질을 판별할 금속을 문지를 다음 질산으로 처리하여 조흔색을 비교하여 판별하는데 사람도 시금석처럼 알아볼 수가 있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흙으로 잘 만들어진 그릇에 담긴 온도를 느끼게 된다. 시간은 사실 모든 것을 증명해 주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그릇에 새겨진 삶의 온도는 기억을 품고 각자의 온도에 걸맞게 시간을 살아가게 된다. 통영에서 만난 흙으로 만든 그릇에는 그런 시간의 온도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