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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청춘, 공간, SAN

모든 것은 변하지만 젊음의 마음으로 산다면 청춘이다. 뮤지엄산

시간이 지나면 사람의 외모는 변할 수가 있다. 외모는 변해가지만 품위를 담고 경험이 축적되면서 청춘은 개개인에게 항상 가능성을 부여해 준다. 지금의 시점에서 80세가 넘는 나이를 상상해 보기는 힘들다. 적어도 하고 싶은 일과 꿈을 위해 여전히 자신만의 삶을 설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대를 넘어설 수 있는 비전과 삶의 가치가 필요하다. 오래간만에 찾은 산에서 파란 사과를 보았다. 붉은 사과는 먹기에 좋지만 개인에게는 파란 사과로 남겨진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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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원주에 자리한 서울 남산 높이에 조성이 된 뮤지엄 산에서는 당시에도 80세가 넘는 안도 타다오는 청춘이라는 제목으로 희망을 말했다. 뮤지엄 산은 원주에 자리 잡은 지 10년이 넘어섰다. 대중에게 알려지기 훨씬 전인 1990년대에 안도 타다오를 알았었다. 세계적인 건축가에 대해 공부하고 도면을 그릴 때 거친 거푸집 흔적 그대로 콘크리트의 속살 그대로 만든 노출콘크리트의 매력을 알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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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 자리한 뮤지엄 산에는 파란 사과가 놓였다. 안도 타다오의 파란 사과는 청춘을 의미한다. 파란 사과는 여름에 나오는 사과다. 청춘은 여름이다. 여름은 뜨겁지만 열정이 넘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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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함께 건축물이 하나 더 자리를 잡았다. 다시 살아갈 힘을 되찾는 장소라는 건축적인 철학을 가지고 만든 공간인 이곳은 바닥과 벽, 천장을 꿰어 자연 채광을 극대화한 건축 기법이 적용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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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이 좋은 이유는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맥락등에 치우쳐서 숨기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사유하고 명상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뿐만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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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산은 대자연 속에 자리한 문화공간에서 예술의 향유를 통한 힐링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지어진 곳으로 공간, 예술, 자연을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글을 읽을 때 문맥을 파악하지 못하면 글에 담긴 것을 모두 흡수하기가 힘들다. 세상을 보는 눈 역시 그렇다.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보고 받아들여지는 것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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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를 원래 있는 그 자체로도 보는 것과 숨겨진 맥락을 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잘 읽으려면 많이 읽으면 되고, 잘 쓰려면 많이 써보면 된다. 그리고 많이 읽으면 잘 쓰게 된다. 여기에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여러 분야를 알게 되면 세상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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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뮤지엄산에서는 모든 것은 변한다 (All Things Change) 전시전이 열리고 있다. 뮤지엄 산 소장품 전시는 2013년 개관 이후 서양화, 단색화, 조각, 산수화, 추상화, 판화, 구상회화 등 매체별 분류를 통해 한국 근현대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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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전시전은 역설적으로 모든 것은 변하지만, 또 변하지 않는 것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이 담겨 있다. 시간과 계절, 물질과 공간은 고정적이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며, 영원한 것은 없다는 불교의 제행무상의 개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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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미디어아트를 보면서 수많은 영상을 보고 들으면서 사람이 변화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사람의 모든 관계는 아주 작은 변화에도 반응한다. 변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변하는 것인지 변하기 때문에 변화한 것인지 모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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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좋아지게 되면 많은 것이 용이해진다. 흔러가는대로 수용할 수 있는 태도와 영원한 것에 대한 인식과 본질을 통찰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이 확장되기 위해서 이곳의 전시된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에 집중해 보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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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보이는 것을 설계하는 것은 없었던 것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건축도면을 그리는 것과 예술적인 작품을 그리는 것은 다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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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중에 하나가 사람이 사랑하고 머물만한 건축물에 대한 스케치를 넘어서 직접 현실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에 잘 익은 빨간 사과를 먹고 싶지만 마음은 항상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파란 사과가 되어 청춘을 지향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오직 자신을 확장할 수 있는 사람만이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나이에 상관없는 도전이며 미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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