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에세이 스타일로 쓰인 제법 재미있었던 로마의 역사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좀 딱딱하게 쓰였어도 잘 읽는다. 역사를 어떤 지식을 빠르게 외울 수 있는 관점으로 보면 재미가 없다. 한국의 역사교육이 그런 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암기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역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오늘날의 사건사고와 정치, 경제 등의 관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역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에세이 방식으로 쓰이는 것도 재미있게 접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어떤 팩트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소설 같은 방식이 더해지면 더 매력이 있어진다. 역사라는 것이 뼈대라고 본다면 소설 같은 표현은 살을 붙이는 느낌이다. 조금 더 다채롭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쓰는 작가들도 있는데 대표적인 작가로 시노노 나마미라는 일본 작가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중에 십자군이야기를 비롯하여 로마인 이야기를 읽어보았다. 로마인 이야기는 15권으로 이루어진 시리즈다. 1년에 한 번씩 나온 책이었는데 저자가 직접 한 권에 넣어서 엮은 책도 나왔다. 이번에 소개한 책을 읽어보고 흥미가 있다면 15권 시리즈를 보아도 괜찮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역사를 소설이 가미된 에세이 방식으로 풀었는데 철학을 에세이방식으로 풀어서 쓴 요수타인 가더가 쓴 소피의 세계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로마인 이야기는 1992년에 일본에서 출간되었으며 한국에서는 1995년에 출간되기 시작하였다. 대하역사평설이기도 한 로마인 이야기는 로마의 창건부터 서로마가 멸망하기까지 약 1200년의 역사를 사건과 인물 중심으로 다뤘다. 1992년에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를 시작으로 2006년에 로마 세계의 종언으로 끝을 맺었다.
로마라는 나라의 역사는 지금까지 어떤 제국보다 오랜 세월 동안 그 명맥을 유지했기 때문에 세계 역사를 접하고 싶다면 역사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한 책이기도 하다. 지금은 태평양시대를 살고 있지만 로마의 시대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었다. 고대 로마는 그냥 여행지로만 알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그 역사를 보급한 공은 크다고 할 수가 있다. 관련학과를 전공하였다면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이 책들을 읽어보고 감상문을 써오라고 하는 교양도서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로마인 이야기에 나온 모든 내용이 사실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서 만드는 소설 같은 책으로 삼국지를 재미있게 풀어쓴 삼국지연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된다.
한국에서는 1995년에 출간되었으니 2025년으로 30주년이 되었다. 로마인이야기는 인기가 참 많았던 책으로 기억을 한다. 역사가 회귀할 때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할 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는 것이 독서다. 보고, 듣고, 읽다 보면 독서의 힘을 통해 세상의 풍파에 흔들리지 않게 된다. 시오노 나나미가 말한 것처럼 역사는 인간이다. 역사가 싫다는 말은 인간이 싫다는 말이다. 인간이 싫으면서 인간을 상대로 돈을 벌고 같이 어우러져서 살 수가 있을까. 지금까지 지도자라고 말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카이사르를 평가할 때 지적 능력, 설득력, 육체적 내구력, 자기 제어 능력, 지속하는 의지가 모두 있다고 보았던 사람이다.
지금에 와서 로마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수많은 지도자 유형에 대해 거론했기 때문이다. 유능한 지도자도 있었고 무능한 지도자도 있었으며 자신만의 생각에 갇힌 사람도 있었다. 모두 지나고 보면 알 수가 있었던 사람이지만 그 시대에는 평가가 난무했었다. 한 권으로 담았기에 15권으로 접해볼 수 있는 로마인이야기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작가의 주관을 통한 로마에 대한 맛보기정도는 할 수 있는 책이다. 그녀는 로마에 대해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책을 읽을 때에도 자신의 가치관이 명확할 때 그 책에서 전하는 정보에 대해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평가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