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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우리 몸에 들어간 DNA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 있는가.

DNA로 인해 범죄자가 범죄를 연속적으로 저지르는 것이 상당히 힘들어지고 있다. 지문을 인식하는 기술도 획기적으로 개선이 되었지만 지문은 주도면밀하게 범죄를 저지르면 어느 정도 감출 수가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조심하고 완벽하게 뒤처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DNA를 완벽하게 감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그 DNA정보들이 적어도 범죄를 저질러서 등록이 되던가 추후에 대조군이 있어서 비교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DNA는 단순히 누군가를 구분해 내는 것을 넘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생존해 왔는가 혹은 개개인이 가지는 성향과 질병 혹은 재능 등 모든 것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비밀의 공간이기도 하다.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판하고 나서 어떤 생명체가 왜 살아남을 수 있었으며 어떤 생명체는 자연도태되어 사라져 갔는지를 알 수가 있게 되었다. 한동안 생명체에서 생명체로 자신의 정보를 넘겨주는 과정에서 유전자라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을 하지 못했었다. 유전인자라고 불리다가 유전자라고 확정되었고 이 유전자를 물려주는 DNA(deoxyribonucleic acid) 유전정보는 염기 네 개(구아닌(G), 아데닌(A), 시토신(C), 티민(T))가 일렬로 배치된 DNA 사슬에 담겨 있고 서로 상보적인 염기쌍(G와 C, A와 T) 두 사슬이 마주 보게 존재함으로써 다음 세대로 유전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DNA는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에 의해 발견이 되었다.


개개인에게 모두 있는 DNA를 알고 있고 그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는 의미는 매우 큰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iRNA는 동식물을 포함해 진핵생물에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고 몇몇 암을 비롯해 많은 질병이 miRNA가 관여하는 조절에 문제가 생긴 결과라는 사실이 규명됐다. 한 사람이 가진 가능성이나 범죄성향을 비롯하여 후대에 어떤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는지 등을 알 수가 있게 된다. 찰스 다윈의 자연도태는 가장 우월한 존재가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연의 어떤 조건에 의해 적합하게 스스로를 바꾸고 그런 유전자를 가진 존재들이 살아남았다는 의미였다.


문제는 인간에게는 너무나 큰 힘이 주어져 있으며 자본주의라던가 히틀러의 파시즘과 결합이 되면 우월한 유전자를 왜곡해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특정 인종, 특정 지역, 특정한 외모등을 우월한 인자라고 지정을 해버리면 인류는 결국 파멸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사실 DNA 분석을 통한다면 개개인에게 숨겨져 있는 성향을 파악해서 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한 피해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더 높다. DNA가 이중나선구조라는 것을 알아내고 1976년에 도킨스에 의해 이기적 유전자를 출판하였다.


너무나 미세할 정도로 작은 DNA는 수십억 년 전에 지구에서 스스로 복제 사본을 만드는 힘을 가진 분자에 포함이 되었다. 이 유전자를 어떤 생명체에 넣을 것인가를 유전자들은 선택하였다. 유전자는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고 가족에게 느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창조해 왔다. 이미 그렇게 행동하도록 설계가 되어 특정한 나이가 되고 성적으로 결합이 가능하게 되면 발현하도록 되어 있다. 범죄자에게는 유전자가 가진 기본적인 속성이 결여된 상태에 있다고 볼 수가 있다. 유전자의 사본을 가지고 있는 혈통에게 다시 후손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다.


사회에 영향을 받지만 결국에는 그 사회가 그 시대에 원하는 방식으로 우월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포장을 하도록 만든다. 그래야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의 한계 안에서 선대에게서 받은 유전자를 다시 후대로 물려줄 수 있으니 말이다. 자연선택이 어떤 유전자를 선호한다는 것은 그 유전자의 복사본 집합이 전체 유전자 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선한 면과 악한면이 공존하는 존재이기에 도저히 자연상태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존재를 보살피기도 하지만 생존과는 아무 상관없이 누군가를 죽이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이기적인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살아가면서 그 유전자가 알려준 대로 말을 하고 행동을 하며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하지만 공동체의 유전자가 생존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그렇게 설계되었다고 하더라도 의지에 의해 위축이 될 수가 있다. 한국의 저출산은 그런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생명체이기는 하지만 전기신호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이기도 하다. 뇌와 신경망에 의해 생명과 관련된 핵심적인 기관은 마치 기계처럼 동작한다. 이기적인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유전자를 넘기기에 아주 적합한 나이가 지나게 되면 유전자는 스스로를 망가트리기 시작한다. 남성이라는 존재가 적절한 가입기가 지난 여성을 꺼리는 것은 의지라기보다는 본능에 가깝다.


호모 사피엔스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인체의 장기중에서 생존과는 거리가 먼 가장 비효율적인 뇌지만 지능을 유지하기 위한 용량정도만 유지하고 필요없어 보이는 내장의 일부를 최적화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각종 약물의 침투를 어렵게 만드는 장치를 해놓았다. 마약은 뇌를 망가트려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가 유지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놓지만 뇌는 이걸 적극적으로 제어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은 단 한번의 사용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물질이 나오는 뇌의 부위를 완전히 태워버리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에 계속 펜타닐을 찾게 만든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 먹기도 하고 맞는 약물은 수십만년에 걸쳐서 필요없어 보이는 근육부위나 내장을 다시금 되살리며 유전자가 만든 설계도를 엉망으로 만들어놓아도 뇌는 적극적인 개입은 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뇌는 과연 그걸 소유하고 있는 당사자를 살리고 싶어하는 것일까란 생각도 든다.


수천 세대를 이어 자기 복제를 해서 생존해 온 복제자는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남아있다. 어차피 인간의 수명은 그 유전자가 존재해 온 것에 비하면 티끌처럼 짧기만 하다. 지난 시간보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어차피 유전자는 그 수명에 대한 기대감이 없을 것이다. 이기적인 유전자가 탑재된 생존 기계는 스스로를 복제해나가게 할 것이다. 도킨스의 주장 중에서 생명의 본질과 함께 거론된 밈(meme) 역시 생각해봐야 할 주제이기도 하다. 밈의 핵심은 모방이며 유전자 진화의 단위가 유전자라면 문화적 진화의 단위가 밈이 되는 것이다. 신체는 이미 설계되어서 나왔지만 밈으로 인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전이되는 것으로 이미 SNS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동조가 되고 정치적인 성향이나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인간이면서 동시에 유전자 복제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어느 시대까지는 생물학적으로 유전자 복제가 이루어지겠지만 미래에 제어가 풀려 필요한 유전자만을 탑재한 인간만이 존재할 수 있다면 그걸 진짜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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