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이 모두 바뀌어야 할 시점에서 정치인이란.
25년 6월 3일에 치러진 대통령선거가 막을 내렸다.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번에는 적극적인 참여를 했다. 정치가 시끄럽고 이해가 가지 않고 실생활에 바로 와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치를 외면하면 대다수 국민들의 삶은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정치는 어떤 특정분야에서 유능한 사람이나 학벌이 좋은 사람이 잘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는 매우 넓은 분야를 통찰력 있게 이해하면서도 국가와 국민, 행복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그리스의 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전 384년 칼키디케 반도의 스타게이로스시에서 마케도니아 왕 아민타스 2세의 시의 니코마코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정치학은 2,0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읽어볼 만한 좋은 책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을 윤리학의 일부로 보았는데 개인의 진정한 행복은 도덕과 질서가 바로 선 국가 공동체 안에서만 가능하며 국가 공동체의 도덕과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은 정치가들의 임무라고 여겼던 사람이다.
"인간의 공동체는 그 목적에 의해 규정된다. 모든 공동체는 선을 추구한다. 국가 공동체는 최고의 선을 추구하며, 다른 공동체를 모두 포괄한다. 공동체의 형태와 통치 형태 사이에는 양적 차이뿐 아니라 질적 차이가 있다."
다른 사람보다 좋은 집안, 학벌, 직장은 그냥 개개인의 삶에서 풍요를 줄 가능성이 높을 뿐이지 정치를 하려는 사람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고려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후광효과로 인해 잘못 선택한다는 점이다. 계엄령을 선포했던 대통령은 자신이 선택한 장관만큼 훌륭한 사람을 본 적이 있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특정학벌이 모든 것을 대변해 준다는 천박한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국가란 사회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유하도록 만드는 공동체이기도 하다. 국가 구성원은 필연적으로 모든 것을 공유하거나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거나, 아니면 어떤 것은 공유하고 어떤 것은 공유하지 않게 마련이다. 국가에서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개개인의 성공이 온전하게 자신만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사회공동체가 만들어놓은 것이 있었기에 온전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가 있었다. 그래서 세금문제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훌륭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가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능력이 뛰어난 것일 수도 있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것일 수도 있다. 훌륭한 사람과 훌륭한 시민의 탁월함은 같다고 볼 수가 있을까. 훌륭한 시민의 탁월함은 시스템을 따르고 훌륭한 사람의 탁월함은 시스템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같은 것이어야 한다. 훌륭한 시민이란 공동체가 함께 정해놓은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 훌륭한 사람의 탁월함과 훌륭한 시민의 탁월함은 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지만 정치하는 사람은 이 두 가지 탁월함까지 다 갖춰야 한다.
국가의 최고권력을 누가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시대를 막론하고 계속 있어왔다. 만약 국가의 최고권력을 가장 유능한 자들과 가장 훌륭한 자들이 늘 가져야 한다며 대부분의 시민들은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법치주의를 지향하며 인간보다 더 위에서 국가의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당대에 존재했던 도시국가의 정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금 시대와는 약간 다른 부분도 적지가 않다. 특히 노예 부분은 그런 느낌을 받을 수가 있다. 시대가 바뀐 것을 생각하고 읽는 것이 좋다. 경제적으로 부유해서 혹은 가문이 좋다는 이유, 학벌이나 특정한 직업에 종사했다는 이유로 정권을 요구하는 소수자의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국회의원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특권을 더 내려놓고 줄이며 수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수자는 사실 소수자보다 덜 부패하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물이 적은 물보다 덜 오염되는 것과도 같은데 소수의 분노가 비슷한 다른 감정에 압도될 경우 잘못된 결정을 할 수가 있지만 절대다수라면 그 과정이 순화될 수가 있다.
지금 한국에서 정치를 한다고 하는 사람 중에 정치에 대해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조차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 많은 것이다. 이 시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소수로 국한되어 자신들만의 장벽을 세운 사람들이 오염되어 가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사법부, 검찰 역시 그런 소수이기에 오히려 더 많은 제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은 몇 년에 한 번 평가받고 선택되지만 그들은 그런 과정이 단 한 번에 불과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란 무릇 덜 오염시키고 윤리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의 국민 권리가 박탈될 위험에 처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