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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사람은 어떤 가치와 가능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가.

선과 악, 삶과 죽음은 떨어져 있지 않다. 시대에 따라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기준은 계속 바뀌어왔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이나 생각이 과거에는 사형을 당할 수 있을 정도의 큰 문제였으며 현재의 범죄행위가 미래에는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될 수도 있다. 괴테가 평생의 역작으로 쓴 파우스트는 로마 시대에 있었던 실존 인물로 추정되고 있다. 로마 제국의 마술사로 악마와 계약했다는 수많은 전설을 남겼던 사람이다. 노학자 파우스트는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찰나,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거래를 해서 젊음을 찾고 대신 저승에서 영혼을 넘기기로 한다.


삶에서 항상 만족을 느끼는 방법은 무엇일까. 주인공 파우스트처럼 세계에 대한 인식을 통해 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한국인들이 불행한 것의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을 잡고 돈을 벌고는 있지만 사실 성장하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대신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만족을 느끼고 마치 자신이 성장한 것처럼 여긴다. 그렇게 살게 되면 공허함만이 남는다. 돈에만 매몰된 사업가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돈을 버는 것 자체로는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가진 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성장과는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이 마치 성장한 것처럼 느낀다.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함과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성장하는 대상을 보기 때문이다. 정작 자신은 성장하지 못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보고 배우는 것을 보면서 마치 자신이 성장하는 것처럼 대리만족하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들이 그중에서 엄마 쪽에서 아이를 성장하는데에 관심이 많다. 정작 자신이 성장하기 위한 노력이나 열정은 부족하지만 아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사람이 공허하지 않으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성장해야 한다. 공부는 특정한 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서 다양한 방법으로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는 성인들은 드물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여성의 경우 가족을 위해 헌신했다는 말을 한다. 누가 그런 걸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그 헌신을 통해 마치 자신이 할 일을 모두 다한 것처럼 생각한다. 헌신은 분명히 고마운 일이지만 그것이 개인의 관점으로 볼 때는 불행으로 돌아갈 수가 있다.


성장에는 경제적인 부분도 따라가지만 꼭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성장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들을 특히 비교를 통해 자신이 행복함을 느껴보려고 한다. 다른 사람보다는 좋은 차나 좋은 집을 보유함으로써 혹은 여행을 자주 갈 수 있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 그건 진정한 행복이 될 수가 없다. 정작 자신은 과거와 달라진 것은 직장에서의 지위 혹은 연봉뿐이 없다. 매일 하는 일을 연속적으로 반복할 뿐이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통해 신과 악마 사이의 쟁점이 한 인간을 통해 그리고 있다. 초월적 의지와 절망 사이, 삶에 대한 회의와 범신적인 신앙 사이를 오가며 빛과 어둠의 양극성을 모두 체험하게 된다.


세상에 내가 없다고 느낀다면 그건 자신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봤지만 성장하는 사람을 좀처럼 만나보지 못했다. 성장하려는 의지나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역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자유는 정말 중요하지만 그 자유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파우스트처럼 방황을 거쳤다면 그 방황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파우스트는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냥 살아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채워지지 않는다.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지 않더라도 사람은 어차피 철학적으로 살 수밖에 없다. 사람에게 주어진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그 사람의 삶은 평생에 걸쳐서 공허할 뿐이다. 공허한 삶은 결국 사람을 파국으로 이끈다. 공허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성적인 부분이나 자극적인 일탈, 도박, 약물이 있기 때문이다. 일탈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결국 자신을 성장시키지 못하고 노력 없는 삶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비교하고 자극적인 것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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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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