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시간들

정말 품격 있는 것들을 만들었던 통영나전칠기의 흔적을 찾아서.

사람이라는 존재는 특별함을 느끼고 싶어 한다. 특별함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 가까이 두고 이해하며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사람들이 소유하는 것들에도 그런 특별함을 추구하는 것들이 있다. 흔히 볼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나만의 것을 원한다. 흔히들 장인이 만든 것에 대한 가치가 있다. 장인이란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오로지 시간의 힘으로만 만들어낼 수 있는 흉내 낼 수 없는 것들이다. 자본주의 시대의 럭셔리 제품들은 장인의 손길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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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그런 가치를 가진 것들이 있다. 통영에 가면 12 공방이 있는데 조선에 있었던 모든 기술자들이 통영에 모여든 탓에 이곳에서는 장인이 자리 잡으며 대를 이어서 그 기술을 전수를 했었다. 10년도 훨씬 전에 기존의 경로당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공방을 만들었는데 공예를 위한 첫 전용공간으로 통영 나전칠기 공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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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국가무형문화재인 박재성 나전장 보유자가 이곳에서 거주하면서 다양한 작품활동 등을 하고 있다. 나전칠기는 옻칠한 그릇이나 가구의 표면 위에 광채 나는 전복이나 조개 등의 껍질을 여러 가지 문양으로 박아 넣어 장식하는 칠공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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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은 조선시대 삼도수군 통제영이 설치된 1593년부터 12 공방에서 나전칠기를 생산하면서 관련 공예가 크게 발달, 우리나라 나전칠기의 주산지로 알려졌는데 일본보다 훨씬 앞섰지만 유럽 등에는 일본이 더 많이 알려져 있어 아쉽다. 영어로 도자기가 china가 옻칠을 한 나전칠기 공예는 japan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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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에서 부잣집을 표현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가구가 바로 나전칠기로 만들어진 가구다. 방송사 소품실에 있는 각종 대도구, 소도구 중 가장 비싼 소품이 자개장이라고 한다. 나전칠기는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공예다. 야광패나 전복 등 껍데기 안쪽이 반짝이는 조개류를 재료로 빛나는 무늬를 만들어 옻칠한 기물에 새겨 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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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색감이 특징인 나전칠기로 만들어진 가구들이 집에 있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한 사람의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기 때문에 우선 만들 수 있는 수량에도 한계가 있다. 공예용으로 사용하는 조개껍데기 조각을 순우리말로 '자개', 자개를 기물의 표면에 장식하는 행위를 '자개박이'라고 부른다. 또한 나전칠기를 '자개공예'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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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머금고 세월을 새긴 나전과 바람을 품고 시대를 넘어온 합죽선은 전통의 빛과 바람에 스며 있는 장인들의 시간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시간이라는 한계성이 있는 자원이 있다. 그 시간은 생명의 시간이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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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와서 나전칠기등으로 만든 가구들이 많이 만들어졌지만 삼국시대부터 나전칠기를 널리 제작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들이 남아 있다. 백제 무령왕릉에서 평탈기법에 가까운 나전칠기를 발견하고 삼국사기에 칠전(漆典)이라고 하는 관청이 신라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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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거림 속에 디테일이 있고 광택의 질이 화사하면서도 경박스럽지 않다. 백제나 신라의 공예품들을 보면 금이나 은판을 오려 붙인 것인 평탈(平脫)이 많다. 색상이 아름답고 껍데기에 굴곡이 적은 전복이 많이 생산되는 통영에 공업전수소(工業傳修所)가 일찍부터 개설되어 나전칠공예의 실기를 가르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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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나전칠기로 만들어진 가구들을 보면 하나쯤 집에 있으면 어떨까란 생각도 해본다. 현대의 나전칠기 공예는 어려운 상황에서 재현의 길을 걷고 있다. 패각이 이처럼 아름다운 빛깔을 발하는 것은 탄산칼슘의 무색 투명한 결정이 주성분인 까닭에 그것이 빛을 받을 때 프리즘과 같은 색광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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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나전칠기공방에 놓여 있는 가구들은 마치 통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통영이라는 도시의 반짝거림과 동시에 통영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시간의 힘을 빌어서 세밀하게 새겨 넣은 것 같은 모습이다. 누군가의 삶에 빛을 주는 것은 행복의 포근함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자개에는 생명이 빛이 어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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