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교통기사를 공부했던 사람으로서의 보는 서울시정책
이번에 서울의 서부간선도로의 교통정책을 보면서 대체 어떤 사람이 저런 판단을 했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교통과 관련 전문가가 되려면 교통공학을 공부하고 관련 자격증 등을 취득한 뒤에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학에서 교통공학을 공부했고 교통기사도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분야로 나가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냥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교통환경을 공부하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공부했던 교통기사실기 책을 다시 끄집어낼 기회가 생겼다.
가끔씩 서울로 어쩔 수 없이 차를 가지고 올라가야 할 때가 있다. 출퇴근시간을 최대한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정말 많이 막히는 도시다. 그중에 서부간선도로는 서울에서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지 체감하게 해주는 도로중 하나다. 1988년에 개통된 서부간선도로는 영등포구 성산대교 남단과 금천구 금천 IC를 잇는 10.6㎞ 길이 간선도로다. 양단간에만 신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10만 8,000여 대의 차량은 상습 정체를 만들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서부간선도로 오목교·오금교·고척교·광명교 4곳의 지하차도를 평면화하는 공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교통공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는 입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평면으로 설계하는 것은 교통량이 많지가 않은 곳에나 가능하다. 2013년 기획된 사업 계획에 따라 1257억 원을 투입해 지하차도를 폐쇄하고, 지상에 신호등과 횡단보도를 설치해 일반도로로 전환하는 계획에는 공원등을 조성해 서울 서남부 생활권을 보행자에게만 아주 쾌적한 환경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문제는 서부간선도로를 대체할 도로가 없다는 것이다. 교통공학은 인체의 정맥과 동백 그리고 모세혈관을 이어주는 것과 비슷한 설계방식을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보면 그렇다.
교통과 관련된 시뮬레이션 모델을 적용한 결과 타당하다고 나왔다고 하는데 소프트웨어를 코딩할 때 교통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해본 적이 있다. 대체 그따위 시뮬레이션 모델은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교통공학을 공부하고 그걸 직접 프로그래밍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해가 쉬웠던 것도 있었다. 서울의 서부간선도로는 신호가 없어도 그렇게 막히는 도로를 신호가 있는 도로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물론 도시계획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도로로 인해 단절된 생활권을 복구한다는 의미도 알겠다. 도시계획 자격증이 있는 필자로서는 그런 측면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결국 평면화는 지하차도로 원상 복구하고 중앙분리대를 철거해 가변차로로 만들고 기존 4차로에서 5차로로 확대해 차량 흐름을 원활히 하겠다고 한다. 도시계획과 교통공학은 어떤 측면에서는 충돌한다. 생활권이라는 것은 자동차 위주로 조성된 것을 사람 위주로 조성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교통량이 분산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이 되어 있고 차량 흐름을 어떻게 할지를 면밀히 검토한 뒤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걸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그런 지식과 통찰력이 있는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