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횡성~제천 천주교 성지 잇는 234㎞에 자리한 묘재성지
사람은 걸어가면서 다른 가치와 느낌을 받기도 한다. 걷는다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사색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해 준다. 세상의 빛을 주제로 한 3길은 풍수원성당에서 영산성당, 가톨릭센터, 용소막성당, 묘재성지를 지나 제천 배론성지까지 72.2㎞를 잇는 총 5개 구간에 한 공간이 묘재성지에 방문해 보았다. 천주교 원주교구 유지재단이 원주시, 제천시, 횡성군과 협업 조성한 ‘님의 길’은 원주 서지마을, 횡성 풍수원성당, 제천 배론성지 등 천주교 성지와 사적지, 자연유산을 연결한 총길이 234㎞의 순례길이다.
제천의 작은 마을이기도 한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묘재마을에는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천주교 신자 남상교·남종삼 부자가 살았던 고택이 남아 있다.
이곳은 조용한 느낌이 드는 마을이다. 남상교는 제천 백운면 화당리에서 태어나 1848년(헌종 14)에 충주목사로 부임했고, 다산 정약용(丁若鏞·1762~1836)과 더불어 실학을 추구한 농산학자였고 한다.
남상교는 1849년 관직에서 물러난 뒤 묘재마을로 거처를 옮겼으며 남상교는 아우 남탄교(南坦敎)의 아들 남종삼을 양자로 들였다.
가을에 피어나는 작은 꽃이 묘재성지에 자리하고 있다. 충주에서 태어난 남종삼은 홍문관 교리와 영해군수 등을 지냈지만 가톨릭을 받아들이고 천주교 교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됐다. 1866년(고종 3) 병인박해 때 남상교는 공주진영에서 옥사했고, 남종삼은 새남터에서 참수형을 당했다.
남종삼은 1968년 복자품에 올랐고, 1984년 서울 여의도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집전한 한국천주교 창립 200주년 기념 103위 시성식에서 성인 품에 오르게 된다.
부자가 살았던 본가 앞에는 '순교자 남상교 유택지', '학산묘재성지'란 간판과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그냥 조용한 느낌이 드는 고택이기도 하다.
자신이 걷고 싶었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흔적을 살펴보는 것은 사람이 가진 가치를 찾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가을이면 수면 위로 붉은 단풍과 노란 은행잎이 비치며 한 폭의 수채화를 연출하는 제천에서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역사와 사람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어서 즐거운 여행지이기도 하다.
성지이기에 뒤편에는 그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길이 조성이 되어 있다. 넓은 산세는 저마다의 단풍색이 한창이다. 물들어가는 단풍과 역사와 문화 관광지들이 즐비한 힐링여행지 충북 제천은 얼마 전 폐막한 '2025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의 뒤에도 볼거리가 즐비한 곳이기도 하다.
청풍명월의 본향으로 불리는 제천은 수려하고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을 잘 간직한 힐링지라고 할만하다. 심신에 쌓인 피로를 풀어줄 제천 가을 나들이와 함께 소중한 추억의 하루를 만들어 보기에도 좋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교이자 천주교 박해 시기 신앙의 중심지였던 배론성지뿐만이 아니라 소박하지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는 묘재성지도 방문해 보기에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