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사색

함안에 자리한 전 효성그룹 회장이 태어나고 자란 만우 조홍제 생가

요즘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대에 가을 단풍을 배경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어디를 방문하면 좋을까. 오색빛깔 단풍 속에서 가을을 만끽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함안으로 단풍 여행을 떠나보기를 추천한다. 누군가가 살았던 공간도 걸어보고 사람들의 힘을 모아서 만든 나무가 만든 숲을 보면서 사색해 보는 것도 좋다. 11월 가을의 사색을 느끼기에 좋은 곳으로 함안에 자리한 한 마을을 찾았다. 이 마을은 전 효성그룹 회장이었던 만우 조흥제 생가가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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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기만 한 이 마을의 인근에는 낙동강의 지류인 남강이 흐르고 있으며 뒤편에는 백이산과 숙제봉이 둘러 서 있다. 예로부터 살기 좋은 터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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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지금까지 땅은 부와 관련된 자산이기도 하다. 만우 조홍제는 함안지역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선 어려서부터 유학을 배우고 16세에 상경하여 신문학을 배우고 중앙고보에 진학했다가 6.10 만세운동의 주모자로 지목되어 옥고를 치렀지만 집안의 후원으로 일본 동경대학에 유학한 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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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했던 날에는 문이 열려 있지는 않았다. 만우 조홍제 생가는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다. 안채, 광채, 사랑채, 대문채, 별채등 여러 건물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그렇게 일본에서 돌아온 만우 조홍제는 1940년 군북 금융조합장으로 당선되어 활동하다가 1948년 삼성그룹의 기반을 만든 이병철과 공동출자하여 삼성물산공사를 창립했다. 이 시기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여 현재 제일모직의 토대를 만든 것이 조홍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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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함안 조 씨는 잘 알려진 가문이기도 하다. 생육신이었던 어계 조려, 정유재란 당시 의병장으로 활약하다 황석산성에서 순국한 충의공 조종도 등을 배출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하던 조홍제는 1962년에는 효성물산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오늘날의 효성그룹과 한국타이어그룹 등의 기업군을 일구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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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날 이곳에서 거주하는 후손이 다른 곳을 가서 안쪽으로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생가의 정갈하고 절제된 아름다운 한옥을 만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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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보다도 가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11월 3주부터는 상당히 추워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 올해 가을날의 기억은 잠시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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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제생가의 주변으로는 다양한 볼거리와 이야기들이 있다. 함안을 소개하는 관광안내도에는 함안 9 경과 1월에서 12월까지 함안을 여행해 볼 수 있는 12가지 볼거리들을 영어등으로 표시를 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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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를 가졌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누구에게나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고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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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으로 여행을 오니 깊어가는 가을 정취 속에서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명곡이 듣고 싶어졌다. 절제된 감성 속에서도 우아하고 풍부한 정서를 담은 음악만큼 좋은 선율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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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제생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작지만 아담하고 고목들이 자리한 정원이 나온다. 이 정원의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마치 마을을 지켜 주는 비보숲과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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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길은 사람이 품고 그 길을 따라 걷는 이는 때론 길 위에서 위로를 얻게 된다. 한 사람의 생각과 그 흔적을 생각해 보고 자연과 역사, 일상의 쉼이 있는 11월의 가을 사색을 해본다. 아침 햇살이 비추는 시간과 해질 무렵의 노을에도 어울리는 함안의 여행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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