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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심장 May 10. 2024

직장인이라면 지금 당장 취업 규칙을 보세요!

해고 통보 열하루째 날

출근길에 노무사와 다시 통화를 했다. 사실 굳이 하나하나 알려야 할 필요는 없고 또 나는 금액을 지불해 결제를 한 거니 사실 뭐...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덕분 잘 마무리할 예정이다라고 공유하고 싶었다.


그 정도면 대기업 수준이고 오늘 업무 마무리하면 완벽하게 3개월은 아니지만, 그래도 2.7개월 정도는 되니까~ 괜찮아요~ 파이팅!이라는 응원을 듣고 출근해서 잘 마무리할 참이었다.


그리고 잠시 인사관리 쪽에 주차장 문제로 올라갔다가 마주친 인사팀장님. 가볍게 담배 한 대 피우자는 말에 휴대폰도 없이 같이 나왔다. 


아... 그런데, 인수인계는 다 정리되었다 혹시 오늘 마무리해도 되느냐는 말에 

인사팀장은 그거야 첫 번째 조건이었고 지금은 연차 다 소진하고 나가. 이런다. 


그리고는 권고사직 합의서를 두 장 쓰자. 개인 사정으로 하나, 회사 상황으로 하나. 

그 말인즉슨- 이후에 내가 혹여라도 할 수 있는 법적 진행에 대해 사전에 차단해 놓겠다는 선전포고였다.


아니, 왜 처음이랑 또 말이 다르냐. 연차 소진 못 한다. 연차 수당 정리해 주기로 한 거 아니냐. 잘 마무리지으려고 노력 중인데, 왜 이러시냐.라는 내 말에 그건 니 사정이고를 시전. 아... 이래서 다신 연락하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어,라고 맨 처음 선전포고하신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려는 나에게 한다는 말,

"과하다, 과해..."


아니, 나 뭐가 과하지? 이미 3개월에서 두 달로 줄여줬잖아. 좋게 마무리하자고 이야기했잖아. 지금까지도 새벽에 터지는 거, 야밤에 터지는 거 다 받아줬잖아. 그건 안 과하고? 거기다가 권고사직 사유를 두 개나 쓰자고?


또 한 가지, 그룹웨어에 남아있는 연차는 26개인데 갑자기 10.5란다. 내가 써보지도 않은 연차를 가지고 이전 상급자가 협의한 내용이다- 이런다. 어이가 없어서 노무사에게 물어봤더니만, 취업규칙을 보자고 한다. 회사에 요청해서 받았다. 그러니 거기에 적힌 것은,





회사는 회계연도 기준으로 연차를 부여할 수 있으며, 퇴직시점에 입사일을 기준으로 연차를 재산정한다.


라고 쓰여 있었다. 즉, 결국 내가 취업규칙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 뭐 사실상 확인한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었지만 이번 이 며칠을 통해 참 깨달은 게 많긴 하다.


취업규칙에 대해서는 여기를 참고하시면 좋다


노무사도 어쩔 수 없네요-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 오케이. 괜찮아. 그럼 5월 말까지 근무하고 점심값 줄이고 나오면 되지. 밥값 내는 건 내가 아니라 회사니까. 나야 마실 나온다 생각하면 되니까. 불편하거나 불안할 것도 없다. 어차피 5월 달에 바로 막 찾아볼 건 아니었다. 오히려 한 두 달 쉴 수 있으면 숨 좀 돌려가며 SQL 공부하고 자격증이나 딸까 생각 중이었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었다.


단지 괘씸한 거다.

이 며칠 안 남은 날들 상간에 이렇게까지 뒤집히고 또 엎어지고 무슨- 얼마나 대단한- 협의를 한다고, 

그렇지만 사실 감정을 드러내는 게 지는 것이다 정도는 안다. 





며칠 전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기를 "순리대로 해라~"라고 하셨다.

그 말씀이 뭔지는 알겠다. 그런데 지금 순리대로 하는 게, 회사에서 말을 바꿔서 고작 200만 원이 안 되는 돈을 아끼겠다고 또 이런다? 혹은 곱게 보내주는 건 속이 뒤틀려서 받아들일 수 없다? 그것까지 그냥 마음에 멍울이 생기게 순리대로 받아들여야 하냐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다.


왜냐하면 결국 순리대로 가라는 건, 내 마음에 멍이 들거나 생채기가 나지 않도록 그냥 따르길 바라는 건데 결국 순리라는 것을 따라서 내 마음에 오래도록 멍이 들거나 긁힌 자욱이 남거나 혹은 그게 덧나고 덧나서 흉터로 남는다면 그건 순리가 아니지 않을까?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순리'라는 의미를 파악하고 싶어 가만히 가만히 생각을 다듬고 있다. 

일단 연차는 관두고, 다음 주 수요일 쉬는 날이니 월, 화 대체 휴무 소진하려고 한다. 대체 휴무는 비용 산정하지 않고 소진 처리로는 동의했다. 


이럼 결국 하나하나 다 따로따로 협의하는 수밖에 없다. 아마 회사 입장에서는 내가 전혀 양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뭐, 그게 각자 입장이니 그것에 대해서 속상해하지 않을 작정이다.


만약 월요일, 화요일 휴무를 가고 수요일까지 휴무면 실제 "회사에서 생떼 부려 5월 끝까지 출근한다 쳤을 때" 12일 남은 거다. 영업일 기준. 그 정도야 뭐... 나와도 그만, 안 나와도 그만이다. 


불편할 건 내가 아니다. 어차피 지금 신규 인원들도 계속 들어오고 있고 그런 경우 계속 장비를 구매해야 하는데, 나는 지금 노트북 하나 태블릿 하나 데스크톱 하나에 모니터 두 개를 꿰차고 있으니, 차라리 신규 인원에게 빨리 장비를 주는 게 낫지 않나, 이조차도 나는 나름의 배려였다. 


순리 대로라... 순리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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