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드렸지만 지난주 중순에 제가 올려둔 경력 사항을 보고 어떤 대표님께서 이직 생각이 있냐 물어서 연락처를 남겨두었던 일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주초가 되어도 연락이 따로 없더군요. 선생님께 말씀드린 시점이 아마도 이때였던 것 같습니다.
지난 번 선생님과의 상담 이후 다시 메시지를 보내 왜 이직 생각이 있는지를 물은 건지, 채용 공고가 없던데 왜 물어보신 건지 물어도 되냐는 저의 질문에 그 대표는 담당자를 통해 전달하겠다 해서 적어도 이번주 중순에는 연락이 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늘까지도 연락이 없더군요.
결국 뭐지? 싶던 저는 오늘 회사 대표 번호를 찾아 전화를 했고 전화를 받은 사람에게 나는 누구다, 대표가 이직 제안을 주었는데 담당자가 연락이 없다.라고 말하니 당황해하며 대표님께 내용 전달하겠다 하더군요. 저는 대표님까지는 됐고 인사 담당자에게 전달만 해줬으면 한다, 했더니 당황스럽게도 인사 담당자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에? 싶었습니다. 뭐지?? 회사에 인사 담당자 하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민망했나? 여러 생각이 머리 속을 떠다닐 즈음, 저와 통화하던 사람이 대표에게 다시 전달하겠다 해서 알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역시 예상대로 전화는 없었습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막 TIPS를 제안받았고 그러니 투자금 대비 확장이 필요해 대부분 사람을 먼저 채용하는 거고 여기저기 찔러보는 거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너무 무례해서 불쾌함이 계속 하루 종일 입안에 맴돌았습니다. 제가 아니면 생각해 보니 아니더라,라고 대답을 하던가, 이래저래 됐다라던가... 뭔가 명확하게 말을 해주면 끝일 텐데, 싫은 소리는 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진행하기도 싫어 도망치는 대표라니. 어머니께서는 자초지종을 들으시더니(오늘이 진짜 제 생일날이여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그런 회사는 애초에 안 가는 게 맞다, 처음부터 신뢰가 없는데 가서 고생할 게 뻔한 그런 회사에 어떻게 들어가겠냐 하시더군요.
그런 무례함이 당연한 시대에 살면서 저는 아직도 영, 툭- 털거나 칵퉤! 하지 못하는 걸 보니 역시 저는 사회부적응자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선생님, 겨울철이 오면 아이들의 체취에서 향기가 더욱 짙어집니다. 아이들의 체취는 각각 다 다른데 둘째 딸아이에겐 뭔가 스모키 한 향이 나고 셋째에게는 그야말로 꼬순내라고 말하는 그런 향이 짙게 납니다.
막내 멍멍이(하도 강아지처럼 굴어서 별명이 멍멍이입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또 드릴게요)가 좀 독특한데 하루는 군고구마 냄새가 나기도 하고, 하루는 마치 섬유 유연제에서 뒹군 것처럼 꽃향기가 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나만 그런가, 싶었는데 전 남자 친구도 똑같은 말을 하더군요. 왜 멍멍이한테는 꽃냄새가 나지?라고 갸웃거리길래, 나도 몰라.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막내는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털이 길어 그런가, 향기가 더욱 짙게 남아 있습니다.
겨울철 아이들에게는 모락모락 따스한 향과 온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납니다. 이건 말로 설명이 안 됩니다. 마치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물체에 닿으면 옆에서 아지랑이처럼 공기가 휘어져 스르륵 올라오는 것처럼 아이들의 온기와 체취가 눈에 보이기도 합니다.
선생님, 하루에 아침 9시에 일어나 12시에 잠들고 이틀에 한번 꼴로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그 소소한 일들을 하는 것도 요즘에는 저에게 참 벅찹니다. 지난번 상담 때도 말씀드렸지만 갑자기 눈앞이 흑백으로 보이는 현상도 간혹 겪고 있습니다. 자주는 아니고, 어쩌다 한 번 마치 흑백필터를 끼운 것처럼요. 지난번 상담에서 선생님께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시각화 현상일 수 있다 말씀해 주셨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금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걸까요?
언젠가부터 저는 아 내가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구나, 가 아니라 이런 현상이 일어나서 아, 나 스트레스받고 있구나 역으로 깨닫는다고 말씀드렸는데, 제가 스트레스를 받는 걸 느끼면서도 그게 얼마큼의 깊이인지, 얼만큼 강하게 오는 건지를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다시 단 몇 년이라도 살아가기 위해 선생님께 도움을 청한 것이 상담의 첫 시작이었는데요, 이제 회복 여부와 상관없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시 세상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나가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긴 합니다. 그래도, 최소한 그때가 오면 아주 얕게나마 숨이라도 쉴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지금은... 사람들 사이에서 숨 쉴 자신이 단 한순간도 없으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아이들은 참 건강하고 따뜻하고 포근해서, 이런 엄마라도 아이들은 여전히 사랑스럽게 바라봐주어서 참 고마운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