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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영경 Apr 01. 2022

사랑한다는 거짓말

만우절에 진지충이 전하는 말


만우절.


4월 1일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기도 하고 헛걸음을 시키기도 하는 날. (두산백과)

이날 하루는 서로에게 유쾌한 장난을 치고 거짓말을 즐기는 날인 것이다.


만우절을 맞아 나는 이제 진지하게 거짓말을 할 것이다. 믿고 안 믿고는 당신의 선택이다.


거짓말은 무엇일까?

거짓은 진실의 반대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양면적인 세상의 한 쌍으로 우리는 거짓의 반대로 진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동전에 앞면과 뒷면이 있듯이 만약 막대자석의 N 극과 S 극을 잘라서 가장 얇은 막대를 만들어도 그것은 남과 북으로 나누어진다. 그러나 사실 그 둘을 보면 동전과 마찬가지로 하나로 보인다.


양면적인 것은 사실은 하나이다.

그렇다면 선과 악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선과 악으로 나누는 것은 사실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만약 착한 사람부터 나쁜 사람까지 줄을 세웠는데 천국으로 가는 사람이 내 앞사람이고 지옥으로 가는 사람이 내 뒷사람이라면 어떨까? 사실 이렇게 천국과 지옥으로 줄 세워 둘로 나누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애매해서 연옥이 등장해 복잡해진다. 하지만 어떤 것이 진정한 선일지 악일지의 기준부터 과연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다.


참과 거짓도 그렇게 닿아있다.

그렇다면 진실과 거짓도 같은 것이란 말인가.


일단 만우절에 하는 거짓말은 왜 하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 우리가 왜 이날만 거짓의 짜릿함을 허락하여 금지된 것을 건드리거나 자유를 드러내며 즐거워하는 것일까? 진리, 진실은 진지충처럼 재미가 없기 때문에 그런 걸까?


만우절의 거짓은 확실히 즐거움을 준다. 그것이 진실이라 믿는 사람을 어리석게 만들어 거짓임을 나중에 알게 된 사람이 민망함에 얼굴이 벌게져도, 걷잡을 수 없는 화가 올라와도 웃거나 그저 넘어가야 하는 안전한 모험을 설계하는 대단히 창조적인 과정이다. 지루하고 진지한 삶을 도발하는 인간 종이 만들어낸 훌륭한 놀이 중 하나이다.



그렇게 우리는 일 년의 하루를 정해 거짓을 이야기하며 평상시 우리가 전혀 거짓을 말하지 않는 듯이 행동한다. 딱 하루만 진실을 말하지 않는 척한다. 하지만 우리가 하루에 얼마나 많이 거짓을 말하고 있는 줄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200번 사소한 거짓을 말한다고 한다. 시간으로 따지면 8분에 1번꼴로 거짓을 말한다고 하는 연구결과도 있다. EBS에서의 자료는 하루 평균 3번 거짓말을 한다고 밝혔는데 아마 사회적인 거짓말 등을 포함하는지 기준이 달랐을 듯하다.


당신은 어느 정도의 거짓을 말하면서 살고 있는가. 연구 결과를 보고도 자신은 아마 거짓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싶을 것이다.


오해 없으시길 그녀들이 모두 거짓말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쯤에서 나의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거짓이 생활이었다. 밥 먹듯이 거짓을 말했다. 거짓으로 24시간을 채웠다. 그렇게 3개월을 무장하였다. 신입 승무원 훈련이 그러하였다. 자신을 이미지메이킹하는 순간이 그랬다. 1분 1초도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믿어야 했다. 세 달을 거짓말을 하니 진짜 그렇게 되었다. 자세와 몸짓과 내 말이 완전히 변했다. 현실과의 괴리가 없이 자연스럽게 변신한 비결은 집에서 독립해 살고 있었기 때문에 진정으로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나를 완벽히 새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통째로 갈아 끼운 듯 업데이트가 가능했었다. (아마 남자라면 이해할 군 입대 후 훈련병의 모습과 비슷할 것 같다.)


거짓이 익숙하지 않았을 초기의 내가 내뱉는 ‘감사합니다’는 지금은 사라진 백화점 엘리베이터 도우미 같았다. “1층 잡화 매장입니다~ 올라갑니다~~”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허공을 바라보며 특유의 톤과 손짓으로 기계적인 인사말을 하던 인형 같은 도우미들.(비하의도는 없습니다)


나는 영혼없는 인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 거짓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직업적인 인간, 사회적인 인간으로 겉을 변하게 스스로 노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에 진실을 담고 싶었다. 거짓말을 일로 삼고 살고 싶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감사합니다.


이런 인사말을 하루에도 천 번씩 해야 했던 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이 말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면 나는 거짓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를 담고 하면 그 천 번의 "감사합니다."는 상대에게 하는 말이더라도 사실은 내가 외우고 받는 엄청난 행복의 주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하는 그 말을 거짓과 형식적인 꾸밈말로 듣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도 가끔 육체적인 컨디션이 나빴을 때는 진심의 인사를 아무리 하고 싶어도 이 감사가 빨리 끝나기만을 오로지 그 시간만을 기다리는 거짓의 인사를 하곤 했다.


거짓은 아주 쉽다. 진실은 이야기하기 힘들다. 우리는 쉬운 거짓을 주고받는데 오히려 더 익숙하다. 이제 솔직해지고 싶다고, 진실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어떻게 말하는 게 진실한 것인지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자신과의 연결이 끊겨 진실한 자신의 마음 자체와 내가 따로였던 적도 많았다.


이 아름다운 거짓말이 이 옷을 입고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것이 거짓말 같다.


우리는 자신이 늘 만우절처럼 거짓으로 살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가면을 쓰고 내 솔직한 마음을 보이지 않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갑자기 진실을 말하려 어려운 입을 떼려고 재미없는 진지충이 될 필요는 없다.


일상적으로 (거짓으로) 해야만 하는 작은 말들에 진심을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10년 이상 비행으로 하루 천 번씩 진실을 담은 거짓말 주문을 외치던 내가 일을 관두고 집에 있는 동안 하루 열 번도 그 거짓말을 못했다. 밥먹듯 하듯 거짓말을 못해 나의 몸이 오히려 아팠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억지로 해야 해서 하다보니 진짜가 되었던 그 숱한 거짓말들이 오히려 나를 살렸던 것을 깨달았다. 내가 하는 수많은 마음 담은 고운 말들이 나를 행복하게 했었다. 그 거짓말이 거짓말처럼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 지칠 줄 모르는 즐거움으로 이끌었던 것을 지나고 나니 알게 되었다.


양극단은 통한다. 오늘 만우절에 내가 말하는 거짓말은 이것이다.

거짓을 천번해서 진실로 만들어 낼수 있다. 행복과 건강을 유지하는 마법의 기술이다.


거짓과 진실은 결국 하나다. 같은 것이다.

그들을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할 필요가 없다.

오직 만우절 거짓말을 만들어내 속이고 완벽하게 깜빡 당하는 일을 진실로 즐길 내 마음만 여기 이 순간에 있을 뿐이다.


나는 만우절 진심을 담아 당신에게 마지막 거짓말을 한다.

이 거짓말을 천 번 만 번 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곳까지 와서 제 글을 읽어주신 당신에게 진실을 말한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매거진의 이전 글 로운 작가님의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

* 해룬 작가님의 <스물마흔다섯 살- 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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