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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영경 Jul 29. 2022

신나는 다람쥐 쳇바퀴 100일 기록

자기 돌봄 100일 비폭력대화 욕구 명상




고지가 머지 않았다. 어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느끼는 희열. 그런데 이 책은 그냥 읽어 넘길 수 없는 책이다. 읽기만 해서는 안되고 머무르고 곱씹거나 어떤 때는 즉흥적으로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야 하는 책.


책 리뷰 같지만 내 기록의 리뷰이기도 한 이 글은 아무리 쓰려고 해도 그냥 쓸 수 없는 글이다. 왜냐하면 그 마지막 페이지를 쓸 수 있는 자격? 이 되어야 쓸 수 있는 리뷰이기 때문이다.


빼곡한 페이지. 크게 비밀은 없지만 블러처리. 그림도 그리고 낙서도 하고



<오늘의 나를 안아주세요> (이윤정/ 한국 NVC출판사)는 비폭력대화로 연습하는 자기 돌봄을 100일 동안 이어갈 수 있도록 100가지의 욕구를 하루씩 마음에 담으며 독자가 책의 반을 메워서 완성하는 책이다. 그냥 글자를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라는 말이다.


흔히들 책을 그냥 읽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하나의 책을 읽으면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거나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매일 우리 안의 소중한 욕구를 들여다보게 이끌어준다.




사실 내가 비폭력대화를 배운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비폭력대화 과정을 배우지 않아도 인간은 공통적으로 여러 가지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폭력대화에서는 '우리의 모든 행동은 어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시도'라고 한다. 핑계이지만 나는 오랫동안 승무원을 하면서 손님의 욕구를  돌보았다고 생각했고, 육아를 하면서 아이들의 욕구도 어느 정도  알아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잘못 판단한 것이었다. 실제 내가 어떤 순간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가 대해  알아채지 하고 있었다. 일하는 동안 시간의 소통에는 상대의 욕구를 위해 맞추며 자신을 조절하기가 쉬웠다. 하지만 개인적 삶에서의 복잡한 문제는 그렇게 감정노동자의 하루처럼   . 일단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모호할  상대의 욕구와 맞추어 서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내기가 힘들어진다. 불만이 누적되고 결국 남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뭔지도 모르면서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고 화가 쌓일 뿐이다.


내가 함께 만들어가는.책


그저 '욕구'만 들여다보는 것으로도 나는 비폭력대화의 '대화'라는 것을 본격 시작하기 전부터 큰 수확이 있었다. 우리가 겪는 많은 갈등은 서로가 갖고 있는 욕구가 충돌하는 것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는 사실 자신의 욕구 안에 하루 종일 머물러 본적 없이 그저 다람쥐 쳇바퀴에 일상을 내몰리고 살고 있다. 삶이 번잡스럽지 않았던 옛날 옛적의 사람들은 책이 없어도, 따로 명상을 하지 않아도 심심함 속에 머무르는 일이 많았다. 뜨는 해와 지는 해를 보며 자신의 순수한 기쁨을 느끼고 돌아볼 시간의 여유가 많았던 그때와 다르게 지금 우리는 해야 할 잡다한 일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그 조용한 시간 동안 '명상'이라는 이름으로 고요함을 찾아 들어가야 할 필요를 느낀다.


모두의 마음속의 들어있는 욕구들(한국 NVC 센터)


그러나 각 잡고 명상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분들이라면, 짧게 일기를 쓰는데 익숙한 분들, 아니면 한번 써보고 싶은 분들도 좋겠다. 일하면서 소통문제로 힘든 직장인들에게도 너무 유용할 것 같다. 가능하면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더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 나도 처음 시작할 때는 혼자 잘하고 있다가 2주 차에 어쩌다가 멈추고 말았었다. 그러다 이후 비폭력대화 이윤정 선생님 수업에 다시 참여하면서 감사하게도 함께 연습하는 분들의 욕구 명상 챌린지 모임에 끼어서 다시 루틴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이제 대망의 100일을 앞두고 있다. 공기, 물, 수면, 음식, 안전, 따뜻함 등 나의 몸을 돌보는 기본 욕구를 떠올리던 초반부를 지나 중간 이후를 지나는 동안 어떤 날은 그 욕구를 하루만 떠올려 쓰기 아까울 정도였다. 따로 그 욕구에 대한 내면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와 그 소중한 것들을 주워 담을 다른 노트가 필요했던 적도 많았다.


각 욕구별 글을 읽고 떠오른 것을 직접 적어보는 페이지- 100일째 되는 날 얼른 쓰고 싶다!


100일째 되는 날 욕구는 '놀이'이다. 공교롭게 딱 이달 말 7월 31일이면 끝난다. 뭔가 깔끔한 마무리다. 게다가 놀이라니! 놀이가 우리 모두의 욕구에 당연히 있지만 아이들이 어울린다 생각했던 그 놀이를 내 안에서 마지막으로 꺼내 풍요로운 하루를 이어갈 생각에 지금부터 노는 듯이 신이 난다.


매일매일 우리들의 고유의 욕구들과 만나고 나도 상대방도 똑같이 이런 욕구가 있음을 알고 나면 갈등 상황의 해결이 쉬워진다. 서로 공통된 욕구가 무엇인지만 곰곰이 떠올려 보면 되는 것이다.


98일 차인 (드디어! 이제 이틀 남음) 오늘은 '전문성'의 욕구를 떠올려 본다. 축하해야 할 일, 애도할 일들을 떠올리고 알아차리는 일을 적어보는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항목을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내적으로 굉장한 치유를 일으킨다. 그리고 손으로 꾹꾹 눌러쓰며 뇌와 몸을 연결해 깨운다. 내 팔의 근육을 움직여 글을 쓰지만 내 글 속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하루의 다른 일에 힘을 얻는다.




삶은 쳇바퀴지만 그 다람쥐의 마음이 하루하루 매 순간에 새로운 쳇바퀴를 돌리듯 신이 나서 달려들면 그 다람쥐는 지루하지 않다. 삶이 즐겁고 매 쳇바퀴는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하나도 힘이 들지 않고 돌리는 쳇바퀴에서 건강과 만족을 얻는 다람쥐는 다른 다람쥐에게 행복의 영향력을 줄 것이다.


100일 동안 쳇바퀴 돌리듯 반복된 욕구 명상이었지만 매 페이지가 새로웠고 나에게도 모두에게도 이런 소중한 욕구가 있었구나 깨달았던 소중한 시간이 떠오른다. 그리고 내 손에는 그 100일의 흔적이 도톰하게 만져지고 있다.


나를 돌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신나는 다람쥐 쳇바퀴! 오늘도 잘 돌려볼까?





* 비폭력대화 NVC

NVC는 Nonviolent Communication의 약자로 비폭력대화로 번역된다. 때로는 연민의 대화(Compassionate Communication)로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비폭력은 간디가 사용한 것과 같은 뜻으로 쓴다. 곧, 우리 마음 안에서 폭력이 가라앉고 자연스러운 본성인 연민으로 돌아간 상태를 가리켜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전혀 폭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말할 때도 종종 본의 아니게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 마음을 아프게 한다. NVC는 우리가 날 때부터 지닌 연민이 우러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맺고,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대화 방법(말하기와 듣기)이다. NVC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대화(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한국 NVC 센터 홈페이지)


*<오늘의 나를 안아주세요> 책과 함께 이윤정 선생님의 욕구 명상 클립을 하루 하나씩

(NVC 욕구명상 DAY 1 -공기 유튜브 영상 클릭)






7월 4주 보글보글
글놀이 주제
"다람쥐만 쳇바퀴를 돌리는 게 아니겠죠?"


*매거진의 이전 글, 아르웬 작가님의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다양한 글을 각각의 색으로 매일 한 편씩 발행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매주 일요일 주제가 나간 이후, 댓글로 [제안] 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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