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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영경 Dec 31. 2021

씨앗

'음악으로 치유하는 씨앗'의 여행 (BGM 이소라 7집 track 11)



12월의 책 [‘동글이’의 그림 속 세상]
두 번째 주제

4장의 그림을 자유롭게 섞어
이야기를 완성하라!


씨앗


사랑하는 빈아~

눈 감고 있니? 오늘 잠들기 전에 엄마가 씨앗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아빠가 그러는데 원래 우리는 씨앗으로 날아다녔대. 그리고 이 별 저 별을 보면서 계속 여행을 떠날 수 있었어. 그러다 마음에 드는 별에 도착하면 씨앗은 새로 태어날 수 있었는데 그때마다 자기가 바라는 대로 살 수 있었어. 또 새로운 별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씨앗은 살면서 다시 아이가 되는 기쁨을 최고의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죽음도 축하했다는구나.




씨앗마다 자신만의 특별함이 있었어. 아빠는 ‘음악으로 치유해 주는 씨앗’이었대. 아빠의 씨앗은 이전 별에서는 악기였었다는데, 몸이 거대한 기타로 살았다는구나. 또 다른 별에서는 여러 가지 소리 색이 느껴지는 건반으로 살았었던 기억이 난다고 했어. 하나의 건반과 다른 건반이 함께 울리면 그 별의 모든 작은 존재들의 마음에 터질 듯한 울림이 퐁퐁 솟아나 꽃게도 개구리도 나뭇잎도 개미도 모두 텔레비전 앞에 앉아 아빠의 그 폭죽 같은 소리의 축제를 즐겼던 추억도 있었어.




아빠는 새로 태어나는 씨앗의 온전함과 풍요로운 순수함을 기뻐했어. 그래서 이번에 태어날 별에서는 세상과의 연결을 생각하며 살기로 했대. 여러 별을 여행하다 보니 다른 동물들처럼 가족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다는구나. 아빠가 여행하며 둘러보던 별 중에서 지구별이 가장 아름다웠어. 그래서 지구별에선 이젠 악기가 아닌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었대.

아빠는 채식을 하고 동물과 자연과의 연결을 생각하는 인간으로 살아가다 엄마를 만났어. 그런 아빠가 너무 좋았던 엄마는 이 지구별에서 아빠와 함께 하기로 했단다. 그렇게 소중한 네가 태어났고 아빠는 가족을 이룰 수 있었어. 아빠는 작은 집에서 너와 텃밭을 일구고 과일나무도 기르고 지렁이와 함께 사이좋은 농부처럼 살았지.




하지만 아빠는 사람으로 태어나도 자신의 씨앗이 ‘음악으로 치유하는 씨앗’이라는 것을 잊어버릴 수가 없었어. 계속해서 마음속 씨앗이 아빠에게 말을 걸어왔었거든. 아빠는 이번 별에서는 악기가 아니었지만 악기 같은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것을 가장 좋아했었어. 아빠와 비슷한 씨앗을 가진 친구들과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음악을 만들던 어느 날, 한 아름다운 '노래하는 씨앗'을 발견했어. 그녀도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줄 별을 찾아 헤매다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데 둘은 서로의 씨앗을 바로 알아보게 되었다는구나. 사실 엄마도 아빠를 만나기 훨씬 이전부터 밤하늘 어디에선가 들리던 그녀가 부르는 영혼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있었어. 그래서 두 씨앗이 만드는 열매들에 더없이 행복했단다. 그 노랫소리는 저 멀리 우주까지 계속 들려지고 있어. 그리고 지구별에서의 씨앗이 숨을 다하는 날에도 다음번 별에서 다시 그들은 음악은 치유하는 씨앗으로, 또 노래하는 씨앗으로 별에 사는 모든 존재를 위로하는 소리를 오랫동안 들려주게 될 거야.




그런데 씨앗은 자신이 어떤 씨앗인지 모르고 태어나는 경우가 더 많이 있다는구나. 엄마가 그랬었어. 그런 방황하는 씨앗은 조용히 눈을 감고 우주를 여행하던 시절의 까맣던 공간 속 빛나는 별 하나를 떠올려 보면 된다고 해.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반복하면서 고요한 침묵의 시간을 지나가다 길을 찾아낸 씨앗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 그렇게 자기 안의 우주를 유영해 보면 모든 작은 순간이 씨앗의 여행을 응원하는 에너지였음을 깨닫게 된다고 아빠가 알려주었어.


아빠가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있는 모습 본 적 있지? 그때 아빠는 마음속 씨앗 여행을 떠나고 있는 중이야. 지금과 이전과 앞으로의 무한히 반복되는 삶의 여행을 멀리서 바라보기 위해 눈감고 잠시 떠나는 시간이래. 사람들은 그것을 '명상'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지.


빈아~ 너는 사실 그 여행을 따로 할 필요는 없단다. 너는 이미 순수함 그 자체인 아이라서 지금 네 가슴속을 설레게 하고 재미있게 채우는 그것에 계속 풍덩 빠져 수영할 수 있기만 하면 될 거야. 엄마는 네가 웃으면서 하는 씨앗의 여행을 충분히 할 수 있게 언제나 곁에 있어줄게.

사실 엄마 어릴 적에는 많은 어른들이 어린 엄마의 씨앗을 못 알아보았어. 엄마는 이것저것을 정신없이 배우느라 엄마 씨앗이 엄마 안의 우주를 여행하는 법을 살짝 잊어버리게 만들어 오래 걸렸단다. 그렇지만 엄마는 아빠를 만나고 너라는 아이의 순수함을 보다가 다행히 엄마의 씨앗을 기억해냈단다.


엄마는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 안부를 건네는 '글을 쓰는 씨앗'이 들어있다는 것을 발견했어.

엄마 안에 씨앗으로 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세상에 내놓으려고 해. 빈이도 들어줄 수 있겠니?

우리가 나눌 별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벌써 기대되는구나.

사랑하는 내 딸아 오늘도 잘 자렴.




'음악으로 치유하는 씨앗'의 여행
이소라 7집 /   그림 기호 track 리스트


*동글이의 그림을 보았을 때 씨앗과 우주가 떠올랐고 남편이 참여했던 이소라 7집이 떠올랐습니다. 제목을 붙이지 않고 이소라님이 직접 그린 그림암호로 앨범을 내시며 틀을 완전히 깨버리셨던 시도만큼이나 놀랍고 아름다운 곡들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앨범 track 중 유일하게 11번은 점만 찍어두셔서 그랬을까요? 'A Seed'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 나온 아빠가 만든 음악입니다. 글과 그림과 함께 들어보세요~


*추천) 곡 후반부 남편이 인도에서 배워온 시타르라는 악기 연주 소리를 들으며 잠시 눈을 감고 내면의 씨앗의 여행을 잠시 떠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track 11 -이소라 7집  


이소라 작사 정지찬 작곡 

(노래하는 씨앗 작사, 음악으로 치유하는 씨앗 작곡)


이 별을 만난 건 지난번 별에 섭니다

이제껏 산 것과는 다르게 살고 싶었죠

저 작은 별에서는 외계언어를 말하고

특별한 재능도 하나쯤 가질 수 있게


함께 우주에 뿌려진 우린 수많은 별

그중에 처음 마음 내려놓을 곳 찾아 헤매었죠


이 별을 만난 건 나에겐 행운이었죠

한 번 스치는 별 아니 뭔가 다르게 더 이끌렸죠


함께 우주에 뿌려진 나는 수많은 별

그중에 나의 노래 놓을 곳 찾아 헤매었죠

함께 우주에 뿌려진 우린

수많은 별 그중에 처음 마음 내려놓을 곳

찾았을 때 우주에 뿌려진 나는

수많은 별 그중에 나의 마음 놓을 곳 그때

나의 노래 놓을 곳 찾았을 그때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다양한 글을 각각의 색으로 소개합니다. 주제는 그림책을 매개로 하여 선정됩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매일 한 편씩 소개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언제든지 제안하기를 눌러주세요~

*매거진의 이전 글, 김현아 작가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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