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츄 Jun 22. 2017

6월 셋째 주

별 일 없다. 그냥 일상.

 아주 그냥 주야장천 매일매일 샘물처럼 쓰고 싶은 내용이 퐁퐁 샘솟는 머리가 있거나 이벤트 가득한 인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읍다. 읍써. 별 일 없이 한 주가 갔다. 밥 하기 귀찮을 때 제격인 소시지를 구워 먹었고, 우리 집 멍멍이 이발을 시켰고, 슈퍼마켓 가기 귀찮아서 미뤄뒀던 장보기를 한꺼번에 했다. 

 비가 안 오는 계절이면, 이 집 저 집에서 태우는 나뭇가지 연기에 '아... 내가 시골 살고 있구나' 다시 한번 실감하며, 새롭지 않은 것들을 새삼스럽게 느껴보려고 애쓴다. 익숙해지면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하게 되니까. 좋았던 것도 익숙해지면 좋은 게 아닌 게 되고, 그 안에서 부족한 것들을 찾게 된다. 

 친구 한 명이 무한도전에 나온 이효리의 자족하며 요가하는 모습을 보며 나를 떠올렸다고 메시지가 왔다. 

아아... 그렇지. 나도 시골에서 오디 비슷한 레드커런트,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등을 따 먹으며 격한 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자족하고는 있지. 내게도 이효리급 외모와 인기와 재산이 있다면 좋겠지만, 없어도 뭐. 나는 자족하고 있으니까. 흥. 

 햇살이 쨍쨍한 날에도 25도가 안 넘어가던 잉글랜드 섬에도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10여 년 만에 찾아왔다. 계곡이라 선선한 우리 동네도 무려 32도, 동쪽 해안가는 34도. 2006년에 무더위로 노인들이 쓰러졌다는 뉴스가 나오던 때에도 33도였는데. 이게... 한국에서는 감흥 없는 그냥 그런 기온이지만, 여름에도 낮 최고 기온이 20도가 안 넘는 게 다반사인 이 곳에선 충격적인 기온이다. 내 몸뚱이도 이젠 여름 평균기온 19도에 적응해서 그런가 뙤약에 아이랑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이 너무 힘들다. 심지어 어제는 10시에 취침했다. 땀 흘리고 기진맥진해서.

오늘 구름 껴서 너무 반갑다. 죽을 뻔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말 일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