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현 Feb 20. 2024

개인의 역사

우리의 역사, 시간, 사건, 감정, 주인


혹시 하인리히 법칙을 알고 있는가? 하인리히 법칙은 쉽게 말해서 별것도 아닌 사소한 일이 쌓여서 무상해 사고나 고장이 일어나고, 무상해 사고나 고장이 쌓여서 경상(인적, 물적 손실 수반)이, 그리고 경상이 쌓여서 사망 또는 중상이 피라미드 형식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첫째, 사소한 것이 큰 사고를 야기한다. 둘째, 작은 사고 하나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연쇄적인 사고로 이어진다.로 추릴 수 있다.


롤 게임에 빗대어 보면 이건 바로 떠오르는 전략이 있다. “스노우볼” 전략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경영에서 설명하는 거고, 스노우볼은 쌓아가는 전략이 필요한 곳에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는 전략이다. 여기서 무서운 점은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3년 동안 공부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게임에서 배운점이 많았다고 해도, 만약 지금까지 계속 게임만 했다면 계속해서 스노우볼이 굴려져서 사회적으로 고립됬을 것이다. 처음에는 사소해 보이는 문제에 대한 “선택”이 있고, 선택권이 있었지만 점점 선택지는 사라져서 마치 선택권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것이 스노우볼의 결과고 또 이것을 우리 모두가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역전”이란 것에, “언더독”의 승리에 크게 열광하는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점점 더 이기기 어려워지고, 역전은 그냥 망상에 불과해지고 있다는 것을.

당신의 역사는 기록되고 있는가?

게임에서 벗어나 현실을 살기로 했다. 나는 학벌이나, 직업의 이름을 벗겨놓고, 소득, 즉 자본주의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얼마 버는데?” 이게 주된 관심사였다. 자본주의를 공부하고, 이게 철학 시스템이구나 깨닫고, 철학을 공부하고, 사람들의 선택, 심리, 마음, 예술, 문학에 대해서 공부했다. 인간관계, 역사 그냥 “인문학”을 겉핡기라도 공부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까. 이 인간의 삶이란 것에 “기록”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기록”이 전부다. 어떤 것도 기록 없이 발전할 수 없었다. 그 기록이 한 역할을 어떤 분야든 쌓일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역시 모든 것은 쌓여서 만들어진다.


역사도 기록을 통해서 쌓이다. 그리고 역사의 주된 목표는 “악순환의 반복적인 연쇄를 끊는다.”에 있다. 국가 단위의 전략적 분석이라고 느꼈다. 왜냐하면 전에 말한 적 있지만, 게임 복기를 통해서 패배 요인은 제거하고, 승리 요인은 반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기록, 이 역사. 나는 개인에게도 역사가 필요하다고 깨달았다.


당신의 시간은 관리되고 있는가?

돌이켜보면 기록을 안하는 일상이 20살까지 반복되었다. 20살까지 않좋은 습관이 반복되었다. 20년 동안 나는 한 개인의 거대한 시간 동안 기록된 역사가 없었다. 아! 이 얼마나 좌절스럽고도 희망찬 발견이었는지! 인터넷에 아인슈타인의 명언 이라며 돌아다니는 글이 있다. “어제와 같은 일상을 살면서 다른 미래를 꿈꾼다는 건 정신병 초기 증상이다.” 나는 일기를 쓰고 시간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일기는 그대로 쓰면 됐고, 시간표는 초등학교 이후로 짜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그때의 기억을 살려 동그라미 시간표를 만들고 한달을 실천해봤다. 지키고 살기로 한 시간표는 눈에 보이는데 정작 내가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실제로 나는 오늘 저렇게 살지 않았는데 라는 불편한 감각이 있었다. 아! 저 동그라미 시간표는 이상적 이데아다. 내가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따로 기록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한 달 후 나는 새하얀 공책에 24칸을 만들어서 시간별로 무슨 일을 했는지 기록해 두었다.


만약 내가 시간당 무엇을 하는데 썼는지 ‘기록’하지 않았다면 내 시간은 여기저기서 세고 있었을 것이다. 완전히 가계부나 용돈기입장이랑 다를게 없었다. 세고 있는 시간을 찾아서 올바르게 사용한다. 그게 시간표, 시간 기록의 목적이다.


당신의 사건은 관리되고 있는가?


시간을 기록하면 삶의 아주 작은 부분, 시, 분, 초에서 변화가 생긴다. 하인리히 법칙처럼! 그러나 이 변화는 좋은 방향으로 우리를 몰고 간다. 좋은 사건이 하나 둘, 또 이전에는 겪을 이유도 없었을 힘든 일들, 다 변화의 부분이다. 이제는 새롭게 겪은 사건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사건을 기록해서 쌓아가는 것. 이제부터가 진짜 “개인의 역사”를 쌓아가는 지점이다. 역사는 사건의 전개다. 평범하고 지루한 부분은 편집된다. 일기도 마찬가지로 쓰면 된다. 매일매일 지루한 숙제처럼 쓸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이제 진짜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 간혹 일어나는 사건들을 일기로 기록하고 평가하고 분석해두지 않으면, 매일매일 불안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또 사건은 결국 작용-반작용으로 일어난다. 대부분 인간관계의 문제일 것인데, 이런 사건들을 기록하면서 자기 자신의 태도, 언행을 돌아보며 반성할 수도 있어야 한다. 내가 그때 화를 냈어야 했는데 안냈구나. 도와주면 안되는데 도와줬구나. 이처럼 호구가 되냐 마냐의 기준도 있고, 내가 나를 아끼고 지키기 위한 기준도 만들어야 한다. 또 나를 함부로 대할 때 어떻게 할지. 일기는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한 “기록”이다. 개인의 역사다. 또 이런 관계 분석이 자기 자신을 아끼고 지키는데 분명한 도움이 된다.


당신의 감정은 승화되고 있는가?

사건이라하면 그에 따라 반드시 감정이 일어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화, 분노, 격노, 살의까지 일어날 수 있다. 예전에는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 만으로도 죄책감을 느끼고는 했는데, 이제는 그것 그대로 받아들이되 성장을 위한 에너지로 승화하고 있다. 그 감정을 통해 죄책감을 느끼고, 억누르기 위해 힘쓰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들을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활동에 표출한다.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과 기록하는 것에 습관이 되면, 감정 상태도 기록하게 된다. 스마트폰에 메모장 앱에 짧게 짧게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벌것도 아닌데 화가 나는 이유도 금세 찾을 수 있다. “아 내가 잠이 1시간 부족해서 이런 별것도 아닌 것에 신경이 쓰이고 짜증이 나는구나.”라는 식이다.


그리고 감정을 어떻게든 마음에서 나타난거 생각으로 없애려고 하면 점점 커질 뿐 없어지지 않는다. 집중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몸을 움직여줘야 한다. 이런 삶을 살다보면 어떤 감정도 행동의 에너지가 될 수 밖에 없다. 억누르지 말고, 생각으로 없애보려고도 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행동하며 에너지로 승화하자.


당신의 주인이 누구인가?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 행동의 주체는 누구인가? 당신의 주인은 누구인가? 나는 오랜 시간 내 시간과, 사건, 감정에 대해서 기록하고 깨달았다. 우리가 계획을 세우고도 실패하는 이유를. 우리는 우리 속에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성으로 계획을 세우지만, 그 과정에 감성은 함께하지 않는다. 아니 감성은 오히려 계획을 세우는 이성의 광기에 환호한다.


그리고 실제로 계획을 실천하며 살아갈 때 감성이 때쓰게 된다. “이런 건 재미없어, 외로워, 공허해, 우울해 등등” 그러면 우리는 감성이 시키는데로 행동을 하고 그렇게 시간을 쓰게 되는 거였다.


결국 우리가 하는 행동인데, 누가 주인이고 시켰냐는 것이다. 분명히 이성만이 우리의 주인이고 모습이었다면 우리 모두는 계획을 세우는 족족 성공해야 말이 된다. 우리에게는 감성 또한 이성과 마찬가지로 주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점을 유의하고 이성이 온전히 주인이 될 수 있도록, 감성을 다스려라.


이전처럼 감성을 완전히 무시하면 오히려 감성의 폭동에 이성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감성을 다스려라. 억압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 감성 또한 분명히 당신의 이성만큼이나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감성은 성숙해질 생각이 없으므로 성숙한 이성이라면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

이전 14화 뭐든지 쌓여서 만들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