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역을 나서는데
리어카에서 천도복숭아를 판다
지난번 퇴근길에 사려고 보니 없었던 게 생각 나
한 봉지 사들고 회사로 간다
이걸 받아 들고 좋아할 얼굴을 떠올리며
하루 종일 책상 밑에 놓인 복숭아를 보고 또 본다
아무리 서둘러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퇴근길
피곤한 줄도 모르고 너에게 내밀었을 때
환히 웃던 그 얼굴
그 미소만큼이나 벅차오르던 내 가슴
어느 날은 삶의 무게가 너무 힘이 들고
어느 날은 단돈 몇천 원에 행복해하던 우리는
가난한 연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