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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Nov 14. 2021

우리는 회식이 싫어요

'요즘 것들'이 회식을 싫어하는 이유

코로나의 여파는 사회 이곳저곳에 영향을 미치며 사람들의 탄식을 자아냈지만, 의외의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회식을 안해서 너무 좋다고 말하는 젊은 사람들의 등장이었다. 코로나 확산세가 커지는 와중에도 회식 안하는 것은 좋다고 말하는 것을 넘어서서, 코로나가 진정되면 다시 회식할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이다. 요컨대 젊은 사람들에게 회식은 감염병보다도 두려운 것이다. 옛사람들에게 호환마마가 있다면 요즘 젊은것들에게는 회식이 있는 것이다.



이런 젊은 사람들의 회식 기피, 아니 공포를 기존 조직 구성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회사 돈으로 맛있는 것 먹고, 술 마시고, 허심탄회 하게 기존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 나누자는데 무엇이 문제이고 왜 싫어하냐는 것이다. 어차피 집에 들어가면 씻고 자야 하는데 그럴 바엔 밖에서 남의 돈으로 맛있는 것 먹고 회사 사람들끼리 즐거운 시간 보내고 들어가는게 낫지 않느냐 하지만 회사 안 옛날 것들과 요즘 것들의 생각은 너무 다르다.



어찌 보면 흔히 말하는 간단한 세대갈등의 일환일지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세월의 굴곡이 사이에 놓여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세대갈등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생각해 본다면 새로운 것을 고찰해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왜 젊은 것들은 회식을 싫어하는가, 라는 질문을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다. 만약 질문을 바꿔 본다면 어떨까? 왜 옛날 것들은 회식을 좋아했는데 요즘 것들은 회식을 싫어하게 된 걸까? 라고 말이다.





왜 옛날 것들은 회식을 좋아했는데, 요즘 것들은 회식을 좋아하지 않는 걸까? 2021년 7월 16일, 서울 잠실




요즘 세상 아무리 스타트업이 많아졌고 기업들이 젊은 피를 수혈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치지만 지금 조직에서 실세를 잡고 있는 것은 어려봤자 40대 중반의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거쳐온 조직이란, 지금보다도 훨씬 수직적인 문화의 조직이었다. 그 조직은 여태까지 구성원들을 먹여살리고 그 구성원들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까놓고 말하자면 대부분의 금전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조직의 문화는 곧 구성원들의 생활양식이 되었고 조직관리 자체로 자리잡은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그때 조직 구성원들에게 다가오는 조직의 의미와 지금 젊은 것들에게 다가오는 조직의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직에서 제공하는 근로 소득만 꼬박꼬박 모아도 서울 안에서 자리를 잡고 차를 사며 '사회적인 가족' 으로 생활할 수 있었던 그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어떠한가? 근로 소득은 굶어죽지 않도록 하는 정도의 도움밖에 될 수 없게 되어가며 그나마도 점점 가치가 줄어들고 있다. 폭발적 경제성장의 끝물에서 그 방울이라도 핥아먹기 위해 발버둥치는 젊은 것들에게, 조직이 제공하는 근로 소득은 조직의 모든 것들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가치로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옛날과는 다르게 말이다.




결국 요새 젊은 것들에게, 모든 것을 제공하고 단단한 사회기반을 얻을 수 있도록 마련해 주던 그런 조직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산전수전을 겪어가며 조직의 규칙을 내재화해야 하고 그 끝에서 똑같이 관리되며 받아들여야만 하는 조직 문화는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조직이 매력적이지 않으니, 조직 구성원들이 단합을 다지는데에 사용되는 회식도 매력적일 수가 없다. 조직 구성원에 대한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다 해도 회식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회식은 인간관계가 아닌 조직문화이기 때문이다. 괜히 회식을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옛날의 직장과 지금의 직장은 가지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그리고 그런 직장 안에서 조직문화의 일환으로 단합을 다지고 친목을 도모하는 회식은, 젊은 직장인들에게는 전혀 매력이 없다. 그 직장생활 자체가 자신의 긍정적인 미래를 담보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조직문화고 단합이고 친목이고, 자신의 저녁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회식의 무의미함에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사소하긴 해도, 경악스러울 정도로 다른 세대 간 문화 차이는 덤이다.



회식 기피의 핵심은 세대차이가 아니라, 직장문화가 더이상 중요해지지 않게 되었음이다. 2021년 7월 24일, 서울 마들



비록 지금은 아니더라도 여태까지 조직에 충실해 왔고 앞으로 그런 모습으로 조직관리를  나갈 옛날 것들 입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단 개인 시간을  중시하며 조직 문화에  관심도 없어 보이는 요즘 것들은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서울에 자리 잡을 밑바닥은 커녕 발받침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각자도생 야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 것들은, 옛날 지금보다는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을 이뤄내던 시대의 성공담을 이야기하고 문화 차이로 놀라게   뿐인 옛날 것들과의 회식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각자 마땅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유의 간극은 도저히 좁힐 수가 없다.



아쉽게도 혹은 다행히, 이 갈등의 결말은 명확하다. 조직에서는 주도권을 쥔 사람을 따라가거나 절을 떠나는 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있는 근로소득이라도 날려먹지 않기 위해서 조직을 떠날 수는 없다. 결국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면 회식을 영영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고 의미없는 고민을 하는 것 정도가, 젊은 것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아니면 타의의 선택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결코 반갑지 않은 조직문화를 반강제로 받아들이고, 나중에 그런 조직문화를 똑같이 전파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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