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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가

웹툰 작가가 잘 나가는 이유

by 황훈주

돈은 어디서 벌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어떤 콘텐츠가 팔리는지와 관련이 깊다. 그리고 어떤 콘텐츠가 주로 소비되는지는 어떤 장르가 잘 나가는지 확인하면 그 답을 찾아갈 수 있다. 유튜브는 그런 시장성을 조사하기에 매우 좋은 플랫폼이다.


최근 유튜브 채널엔 전직 웹툰 작가들이 대세다. 물론 구독자 수에선 다른 크리에이터가 더 우세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회적 파급력과 성장세를 보았을 땐 전직 웹툰 작가들이 대세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론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화가 이말년의 <침착맨> 채널, 티브이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이후 다양한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풍 작가의 <김풍천국> 채널, 창작자의 고충과 궁금점을 전문적 지식으로 풀어내는 이종범 작가의 <이종범의 스토리캠프> 등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네이버 웹툰 1세대 작가들로 현재 웹툰 시장에서 벗어나 유튜브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대중에게 주목 받고, 또 이들은 어떤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을까?


1. 얕고 넓은 지식


<침착맨> 채널은 매번 연말에 자신이 운영했던 유튜브 채널 콘텐츠 중 반응이 좋았던 영상을 통계 분석해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보면 대중들이 소비하는 콘텐츠는 ‘얕고 넓은 지식’이다.

구체적으론 이집트 역사학자, 과학커뮤니케이터, 프랑스어 교수 등 다양한 전문가가 나와 1시간에서 2시간 분량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진행하는 콘텐츠를 대중들이 가장 많이 선호했다. 이러한 모습은 비단 이 유튜브 채널에서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


지식을 전문적으로 전달하는 채널은 이미 많지만 이 현상이 주목되는 것은 대중들이 지식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과거엔 지식을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로 관계가 성립된 상태에서 수업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유튜브 생태계에선 전문가도 지식을 이야기하면서 실시간으로 대중들의 피드백을 받고 수용하며 때론 전문가로선 생각지 못한 다양한 관점을 확인하기도 한다. 대중은 지식을 수용하기보단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공하는 것을 원하고 전문가도 권위자로 있는 것이 아닌 자신 관심 분야를 옆 사람에게 소개하는 정도가 된다. 대중들이 원하는 콘텐츠는 더 이상 잘 짜여진 작품이 아닌 자신들이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빈틈’이 있는 이야기다.


https://www.youtube.com/watch?v=rd2qDgHC1vg&t=301



2. 가벼운 콘텐츠


<김풍 천국>의 김풍을 보면 사람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 무언가를 계속 탐구하고 경험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누군가와도 친해진다. 그 모습은 전형적인 창작자의 모습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과 탐구는 창작자의 사명과 같기도 하다.


웹툰 작가들의 콘텐츠를 보면 꽉 짜여진 대본이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보단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재밌는 비유와 함께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대중이 즐거워하는 것은 자신들이 보지 못했던 인사이트를 보기도 하고, 공감을 하기도 한다. 사실 대부분 방송 콘텐츠의 가장 큰 맥락이기도 하다. 이때 웹툰 작가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창작의 활동을 그림이 아닌 말로 설명하게 되면서 그 장점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대중이 원하고 보고 싶은 콘텐츠는 결국 창작자로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가 본 자의 경험이며 그 경험을 창작자만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AokgkrHv7FI



3. 느슨하게 연결된 세계관

단순히 얕고 넓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웹툰 작가들이 유튜브 시장에서 주목 받는 것을 설명할 순 없다. 그보다 더 구체적인 이유는 ‘느슨하게 연결된 세계관’ 공유다.


느슨하게 연결된 세계관이라 표현한 것은 결국 웹툰 작가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만들었던 콘텐츠 세계관을 중심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자신 주변에 있는 네트워크를 소개하는 것이다. 이에 강점을 가진 것이 <이종범의 스토리캠프>채널이다. 이 채널에선 스토리 텔링 교육자로서 자신의 생각 뿐 아니라 관련 종사자들을 다양하게 채널에 등장시킨다. 이때 대중이 얻을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고민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다. 대중은 이젠 한 가지 질문에 한 가지 명쾌한 답을 얻고 싶다기 보단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자신이 스스로 답을 선택하길 원한다고 보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KtcFFXMISxg&t=808s




그래서 답은 무엇인가

대중들은 주체적으로 자신이 만들고 놀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 그리고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 안전한 장소를 원한다. 사건에 주체로 있길 원하면서 자신은 드러나길 원치 않는다는 이 두 양 극단을 얻고자 하는 모습은 결과적으로 A.I. 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간 것이 아닐까 싶다. 과거에도 다양한 인공지능 대화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chatGPT가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용자가 원하는 모습대로 정보를 가공할 수 있는 능력과, 사용자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장점에 맞닿아 있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미래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chatGPT와 함께 대화했던 내용들과 관심들을 실제화 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가 주목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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