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담으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나는 그들에게 얼마나 든든한 벽이 될 수 있을까?

by 황훈주

J와 P는 오전 중에 집을 나갔다고 했다. 나가는 걸 보진 못 했지만 집에 들어 왔을 때 방은 깨끗히 청소되어 있었다.

아마 그즘음 갔을 것이다. 다들 바쁜 친구들이니까. 내 집 손님이 나가는 것을 보지 못한 채 추측해야한다는 사실이 괜히 슬퍼졌다.


“새벽에 일을 나가야 해. 좀 더 놀다 가도 돼.“


나는 한 잔 씩 건네며 눈을 감았다. 외부 강의를 가야 했다. 새벽 6시에는 일어나야 했으니까.

J와 P는 내가 방에 들어가 자는 동안 내가 듣지 못한 이야기들을 했을 것이다. 그것은 나를 슬프게 했다.

그들은 내가 듣지 못 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실 잠이 오지 않았다. 오늘 강의는 완전 망치고 돌아왔다.


“너무 예민하게 생각할 건 없을텐데 말이야.”
“그러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잘 한 건 없지.”

“야. 근데 오늘 해 준 음식은 어땠어? 나는 조금 짜던데.”
‘나는 잘 모르겠어. 그냥 해 주면 고맙지. 근데 음식 나오기 까지 시간이 걸려서 좀 배고프더라.”


J, P와는 최근 친해진 친구다. 밤 늦게 까지 놀 곳이 없다해서 한번 집에 부른 것이 그 이후 자주 찾아오게 만들었다.

나야 싫지 않다. 혼자 자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북적이는 느낌이 좋다. M.T. 온 거 같고 좋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그들은 내가 듣지 못 했을 거라 생각한 말들을 꺼냈고, 때론 진실을 감춘게 진심이 되기도 한다.

그럴땐 진실은 날카롭게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런 어둠 속을 헤메는 것을 좋아한다. 무너진 건물, 황량한 사막…


J와 P를 생각하면 고맙다. 그래도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고맙다.

내가 그들에게 어떤 해를 가하지 않을 것이란 암묵적인 동의 속에서 우리는 밤을 보낸다. 고민, 슬픔, 기쁨을 이야기 한다.

나는 그저 듣기만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어쩌면 그저 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을 가려주는 벽. 그들에게 나는 필요한 존재일까. 나는 그들을 필요로 할까. 우린 사실 서로 무엇일까. 알 수 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TV를 켜고 쇼파에 앉는다. 어제는 눈 감기 전까지 꽉 찬 방이 오늘은 휑하다.

혼자 바닥을 오래 바라보면 머리카락들이 보인다, 나는 몇일간 흡입력이 약한 청소기를 돌리며 어제의 흔적을 지워나갈 것이다. 그러다 몇 달이 지나고서도 그들의 머리카락을 보게 될 땐 조금 외로워질 것 같았다. 나는 그들에게 얼마나 든든한 벽이 될 수 있을까. 조명을 켠다.


나는 계속 무언가를 담고 싶은 허기짐에 조명을 켜고, 촛불을 켜고, 이센스를 피운다.

그러면서 나는 냄새를 지우려는 것인지 향기를 채우려는 것인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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