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가득한 곳에 죽음이 발 디딜 곳은 없었다.
그 또한 노욕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망했다.
그러나 늙었다는 것이 거세당한 것은 아니기에
그 또한 아직 젊은 날의 흔적들을 지울 순 없었다.
"이젠 모든 이야기가 내 이야기라니까."
"씨부럴거. 귀만 더 아픈거지."
동네 늙은이들은 다 귀가 멀었다.
서로 소리를 지르며 이야기하고 있단 건 손주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일이다.
늙으면 귀가 먼저 퇴행되는거라 그는 생각했다.
세상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가 다 자기 이야기 같았다.
무릎 연골 강화제 광고, 상조 회사 광고, 영양제 광고, 사회 문제 뉴스...
그 모든 이야기가 그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어릴 땐 왜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야 하는지 몰랐지. 그게 다 어른들의 이야기더라고. 그러니 애들은 말을 안 들을 수 밖에. 애들에겐 필요한 말이 아니야."
그는 카페에 앉아 홀로 중얼거렸다.
이제 그의 말도 스스로 잘 들리지 않았다.
웅얼웅얼 거리는 소리만 귀에 맴돌았다.
카페엔 젊은 남녀가 웃고 떠든다.
도시엔 젊음이 가득하다.
그곳에 그는 더욱 고독해진다.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그는 카페를 나왔다.
거리엔 젊음이 가득했다.
거리엔 돈으로 젊음을 사고 팔았다.
그리고 나이 들고 돈이 없는 이들은
빠르게 도시 밖으로 밀려난다.
화장터.
동네 늙은이 한 명을 보냈다.
"참으로도 깊은 곳에 있구먼."
마을 버스를 타고 도심을 지나 산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겨우 화장터가 나왔다.
무엇을 보려고 이곳에 왔던가.
사람들은 울었다.
울어서 뭐하단가. 평소엔 아는 척도 안했을 것들이.
그는 웃었다.
씁씁한 맛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