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어 낚시 미끼는 바다를 향해 나아가지 못한다
"낚시 찌를 최대한 멀리 던지는 거야."
아버지는 낚시를 좋아했지만 언제나 갯바위 낚시였다.
"이걸 루어낚시라고 하지."
아버지는 물고기 모형을 낚싯줄 끝에 매달아 멀리 던지고 다시 끌어당기기를 반복했다. 모형 물고리는 멀리 던져졌다가 수면 위에서 퍼덕이며 다시 끌려왔다. 멀리 던져지고 다시 끌려오고, 아무리 멀리 떠나도 다시 밀려오고. 가짜 물고기는 바다로 떠나지 못하고 다시 아버지에게 붙잡힌다.
"가끔 이러다 대물을 잡으면 하루 피로가 싹 날아간다니까."
아버지는 낚시를 좋아했다. 하지만 배를 타고 바다로 떠나지 않았던 아버지.
"이게 훨씬 싸잖아."
아버지는 나를 항상 멀리 던졌고, 나는 오랜 시간 지나지 않아 다시 밀려왔다. 아버지는 횟감이 잡힐 때까지 나를 몇 번이고 던졌다.
"현아. 잘 지내고 있냐."
집에 돌아와 짐을 다 풀고 핸드폰을 뒤적이다 현에게 연락을 했다.
"오. 민수형! 이게 얼마만이야? 한국 돌아온 거야? “
"그래. 상황도 상황이고. 돌아올 때가 되었지."
"그래서 지금은 어디야? 내가 형 진짜 좋아하는 거 알죠?"
"아버지 집. 그래. 조만간 한번 보자고."
오랜만에 연락한 현은 예전과 똑같다. 한결같은 사람. 부럽다. 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이제 뭘 할 거냐."
아버지는 생선 구이 가시를 바르고 있다. 본인이 잡은 생선은 아니다. 아버지는 낚시를 하지만 잡은 생선을 먹지 않고 다시 돌려보낸다. 낚시는 그저 여흥이다.
"좀 생각 정리를 하려고요."
"아니지."
아버지는 포크를 내려놓는다.
"아지니. 생각 정리는 이미 되었어야지. 많은 시간을 주지 않았냐. 그 먼 곳을 보내도 변한 게 없구나."
내 접시에 놓인 가자미 구이는 알이 가득 차 있다. 알을 걷어 내니 먹을 살은 전체 크기 반도 안 된다. 나는 남은 잔가시를 발라내며 시선을 떨군다. 할 말이 없다. 아니하고 싶은 말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할 말은 없다. 아버지도 더 말을 않는다. 나는 가자미 알을 좋아하지 않는다. 먹을 게 없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들어온 내 방엔 그동안 여러 잡다한 것들이 쌓였다. 내 방이지만 내 방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지났고, 한동안 내 기억과 현재를 대조하며 현실감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
유학은 실패로 끝났다.
학위 취득도 못했다.
시간은 5년이 지났지만 나는 제자리다. 휘적휘적. 나는 입에 바늘이 박힌 가짜 물고기. 멀리 던져도 아무것도 잡아 오지 못하니 나는 그냥 가짜 물고기. 나는 저 멀리 던져도 그날 털레털레 온다. 아버지가 낚시하는 모습을 몇 번 봤다. 가짜 물고기는 수면 위를 통통 튀며 물고기 흉내를 냈지만 결국 가짜 물고기. 그 모습이 우습다 생각했다. 나는 우습다.
"아. 씨. 분명하고 싶었던 건 있었는데."
"아빠. 왜 이 낡은 미끼는 안 버리고 가지고 있어요?"
"그건 추억이지. “
아버지 낚시통엔 여러 가짜 물고기가 들어있는 가방이 있었다. 그중에 눈에 띄는 노란 물고기 모형이 하나 있었다. 맨 처음 낚시를 시작했을 때 선물 받은 거라고 했다. 그 오래된 가짜 물고기를 버리지도 않았지만 사용하지도 않았다. 낡았잖아. 추억과 쓸모는 다른 거였다.
"그래. 내게 남은 건 추억이지."
뭐 그리 잘난 추억도 없지만 나에게 한국의 기억은 5년 전에 머물러 있다. 다시 올 거라 생각하고 떠난 길이 아니라 이렇다 할 기억들도 없다. 멀리 가려면 짐이 가벼워야 해. 아버지는 항상 홀로 다녔다. 언제든 떠날 수 있게. 그리 도망가듯 떠난 유학이었는데 결국 돌아왔다. 어느덧 30이 넘어가는데 아직 내 기억은 대학에 머물러있다. 그렇게 머릿속을 헤매다 전화한 게 현이었다. 돌아보면 참 별거 없는 추억이다. 삶이 다 그렇다 하지만. 그곳엔 그래도 아직 내가 비빌 언덕이 있으려나.
“형.”
“어.”
“유학 가면 뭐 할 거야?”
“말했잖아. 해가 지지 않는 곳에 있을 거라고.”
“그건 목적지고 거기서도 해야 할 게 있잖아. “
“가서 생각해 봐야지. 움직이면 거기에 답이 있다고.”
사실 목적지는 정해도 그곳에 도달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았다.
그래도 가면 답이 무언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