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ㅣ수면제를 먹다.

[서울 상경 or 직무 전환 시리즈]

by N진인생

24년 1월, 추운 겨울이었다. 추위에 떨며 따뜻한 집에 들어와 누웠지만 그래도 잠은 오질 않았다. 한 달이 지난 2월, 여전했다. 나는 약국에서 수면 보조제를 몇천 원 주고 사 먹었다. 약을 먹고 잠이 잘 들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몽롱한 상태에 대한 기억만 뚜렷하고 또 눈만 감은 상태로 해 뜨는 것을 보게 되었다.



쓰레기 수거 차량이 새벽 4-5시 사이에 늘 수거를 해갔다. 나는 항상 그 소리를 들었다. 연속되는 불면증에 그 소리에 정말 괴로웠다. 그런데 그 소리도 나중에 아무렇지 않게 듣고 있었다. 그냥 넋이 나간 상태로 시간만 보냈던 것 같다.



앞서 언급했지만 나는 잠을 자기 위해 정말 모든 것을 총동원해 봤다. 잠을 잘 잘 수 있는 음식, 카페인이 들어있지 않은 음료, 수면에 효과가 좋은 차, 적당한 땀을 흘릴 수 있는 운동, 잠을 아끼다가 일찍 잠자리에 눕는 습관, 명상, 음악, 기도, 수면 보조제 등 안 해본 게 없다.



2월이 되었다. 나는 2024년 1월 2일에 서울에 올라왔다. 구로에 집을 구했고 평온한 마음이기보다는 뭔가 마음속에 급급함이 있었다. 서둘러야 한다는 강박감도 있었고 그게 좀 더 부풀어 오르면서 불안과 염려, 걱정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인터넷에 불면증에 대한 검색을 했다. 정말 많은 정보를 읽었다. 유튜브, 블로그에서도 정말 많이 찾아봤다. 그렇게 찾은 정보들은 아쉽게도 수면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마지막으로 찾게 된 것이 있다. 그게 바로 정신과에서만 처방이 가능한 졸피뎀 그리고 그와 같은 수면제였다. 처음엔 정신과 방문도 처음이라 기분이 묘했다.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병원 내부로 들어가 보니 생각했던 것처럼 좀 이상한(?) 곳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렇게 내 일생일대 처음으로 정신과를 갔고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수면제, 도대체 어떨까? 보조제는 먹어봤지만 병원에서 처방받는 수면제는 처음이라 별생각이 다 들었다. 그렇게 그날 밤, 처음 받은 수면제를 먹고 잠자리에 누웠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정말 전신마취했을 때의 느낌처럼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약은 3알 정도만 처방을 받았었고 3일이 지나면 또 잠을 못 잘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이게 바로 약을 의존한다는 것이었던가?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약 의존성이 높아져 결국 수면제를 끊기 힘들어졌다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런 것처럼 나 또한 처음 처방받은 3알을 다 먹고 난 뒤 역시나 잠을 못 자게 되었고 나는 또다시 병원으로 가게 되었다. 또 약을 처방받았고 그렇게 여러 번을 반복하며 약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이 약은 수면을 돕지만 어느 적정 시간이 지나면 일찍 잠에서 깨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 몽롱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일어섰을 때 비틀비틀 한 적이 정말 많았다.



한번은 약을 과다 복용한 적이 있다. 한 알만 먹어야 하는데 한 알 먹고 잠이 안 와 두 알을 먹었다. 그러곤 새벽에 구토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말 이 약은 중독성이 있다. 아마 알기론 마약 성분이 소량으로 들어 있기에 꼭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밤에 일찍 누워 약 없이 자려고 해도 결국 약에 손을 댔고 의존하는 모습을 스스로 보게 됐다.



참 처참하고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약을 끊어내기 위해 정말 애썼다. 오히려 뜬 눈으로 밤을 지내는 게 났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약을 참아내고 끊어냈다.



왜 나는 수면제까지 먹어야 할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또 끊어낼 수 있었을까? 나도 나 스스로의 행동에 감탄을 하게 되는 그런 일들이 빈번했던 상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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