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ㅣ하늘에서 내려준 선물

[서울 상경 or 직무 전환 시리즈]

by N진인생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은 바로, 24년 1월, 야망을 품고 서울에 올라왔다. 미리 잡아둔 직장도 없었고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품고 온 이상과는 다르게 현실적인 이 환경에 나는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불면증과 우울, 공황 등 불안 증세가 심해 손까지 떨며 체중도 점점 감량돼 갔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힘들게 했던 걸까? 도대체 무엇이? 2월 중순이 되었다. 강릉에서 알고 지냈던 형이 연락을 줬다. 그 연락은 바로 소개팅 제안이었다. 어라, 나의 상태는 지금 그야말로 최악인데 소개팅이 가능할까? 싶었다. 그래도 1월보다는 정신적으로(?) 정말 조금 나아졌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소개팅 제안에 동의했다.



2월 정확히 설 명절로 기억이 된다. 형이 연락처를 넘겨줬고 처음으로 연락을 해봤다.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카톡으로만 설 명절 내내 연락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뭐라고 딱히 할 말도 없지만 그럼에도 카톡을 이어가야 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다.



설 명절이 지나 서울로 올라왔고 올라온 그 주 주말에 약속을 잡았다. 아마 연락처를 받고 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지 1-2주 뒤쯤 되어 얼굴을 보게 되는 셈이었다.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연락을 오랫동안 주고받은 것 때문인지 빨리 실물(?)을 뵙고 싶었다.



특히 카톡 프로필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진은 정말 열심히 찾아봤다. 눈팅(?)을 하도 해서 대략 어떻게 생겼을 것이다 정도는 알았던 거 같다. 명절이 끝나 소개팅이 있는 그 주 주말이 되었다. 합정역에서 보기로 했다. 메뉴도 함께 골라야 하는데 내가 서울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자신 있게 맛있는 식당을 열심히 찾았다.



나는 맛있는 식당을 찾을 때 블루리본을 매우 신뢰한다. 그래서 합정역 블루리본을 검색했고 그 밑으로 쭉 나열된 식당을 찾았다. 그중 가성비가 훌륭한 식당이 보였다. 바로 라멘집이었고 리뷰를 보아하니 꽤 좋다고 판단해서 한번 이야기를 나눠봤고 결국 이곳으로 정했다.



그렇게 소개팅 당일이 되었고 추운 겨울 그래도 말끔하게 보이기 위해 코트를 입었다. 단추를 잠글까 열까 고민도 해보며 최고의 모습을 보이려고 참 애썼던 거 같다. 합정역에 한 10-20분 전에 먼저 도착했다. 참 적극적이었다. 20분이나 일찍 오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일찍 도착을 하다 보니 너무 추웠다. 2월 중순이였으니 굉장히 추웠던 날이었다. 그렇게 출구 아래에 내려가던 참에 옆으로 쓱 하면서 지나간 여성이 있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그 느낌은 옳았다. 예쁜 여성분이 뒤돌아보고 아는 체를 하려고 했던 게 생각난다.



프로필 사진이랑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분(?)의 느낌이 있었다. 근데 신기했던 건 나도 그런 느낌으로 다시 뒤돌아봤는데 당시 소개팅에 나오신 분(현재 여자친구)도 나를 알아봤던 것 같다. 그렇게 첫 만남을 갖게 되었다. 식당은 내가 미리 찾아둔 필살기인 블루리본이 여러 개 달린 라멘집으로 가게 되었고 역시나 실패가 없는 맛집이었다. 정말 맛있었다.



국물도 맛있었다. 근데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첫 소개팅을 라멘집에서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특별한 경우 같기도 했다. 근데 나는 뭔가 소개팅하면 당연한 듯이 양식집으로 가는 것이 좀 불편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라멘집을 골랐고 다행히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게 되어 내심 뿌듯했다. 식사하는 동안에는 첫 만남의 그 긴장감을 잊을 수 없었다. 연락만 꽤 오랫동안 주고받다가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니 말이다.



식사는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제 카페를 가는데 괜찮은 카페가 있다며 소개를 해줬고 그리로 향했다. 풀과 나무가 가득한 자연적인 테마의 카페가 잊히지 않는다. 구석 쪽에 자리했고 지금부턴 대화의 물꼬가 트기 시작했다. 이렇게 첫 만남을 가졌고 이날 카페에서만 3~4시간을 대화한 게 참 놀랍다. 아르바이트생이 이제 곧 마감이라고 했던 말도 기억난다.



대화를 통해 정말 괜찮은 사람이고 나랑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호감의 문이 열리게 되었고 시간이 꽤 오래 지난 뒤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여자친구는 그때 나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아서 마음에 들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곤 마지막에 헤어질 때 연락처를 달라고 했던 나의 모습에 '어, 아니었구나.'라는 마음을 품었다고 한다. 나도 그 말을 나중에 듣고는 좋았다. 한번 만남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적다고 느꼈고 좀 더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첫 만남을 갖게 되었고 급속도로 서로 호감이 생겨 연애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앞서 많은 글에도 기록을 했지만 나는, 난 정말 힘든 상황이었고 어렵고 언젠간 폭발할 상황에 놓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참으로 불안감을 갖고 연애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때 여자친구는 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고 알고도 옆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이었다.



나의 힘듦과 어려움 속에 찾아와준 선물은 바로 지금 예쁘게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다. 짧지만 깊은 나눔과 상황들이 있었고 그렇게 하나, 둘 지내오다 보니 곧 200일을 맞이하게 된다.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깊고 어두운 터널 속에 있을 때 곧 출구가 보일 거라고 괜찮다고 응원해 준 사람이 있었기에 지금 내 모습이 조금 더 건강하고 견고해지지 않았나 싶다. 긴 터널을 지나고 여러 관계 속에 어울려 살다 보니 깨달은 것이 있다.



한 사람의 인격체는 또 다른 한 사람의 인격체를 통해 찐한 사랑을 받아 힘을 내고 또 반대로 가슴 시린 상처를 받고 아파하는 시간도 필연적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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