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경 or 직무 전환 시리즈]
무엇 때문에? 도대체 왜? 왜 그랬을까? 이런 의문은 이제 의미가 없다. 다 내가 저지른 것이다. 내가 쌓고 쌓아 올린 허망이다. 결국 내가 쌓았던 기반은 모래였다. 모래성은 물에 한번 휩쓸리면 모두 사라진다. 내 삶이 그랬다. 2024년 32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내가 질 수 있는 무게를 넘어 꾸역꾸역 쌓아 올렸던 건 아닐까? 나 스스로도 나 자신을 몰랐던 게 아닌가 싶다. 내가 무게를 얼마나 짊어질 수 있는지도 모르고 기어코 다 들어보려고 애썼다. 힘 줄이 끊어지고 근육이 손상되고 인대가 파열되는 줄도 모르고 그냥 들고 있었다.
지금 현재를 살기로 했던 나는 이곳 서울에 올라와 참변을 당했다고 볼 수 있다. 나에 대해 이렇게나 모를 수가 있나? 싶다. 그리고 왜 그렇게 힘을 주고 착잡하게 생각하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여러 가지 상황들을 대입하며 살았을까? 참으로 한심하다.
공황, 우울, 불안, 불면증, 번아웃, 낙심 등 대한민국 청년들이 대부분 겪어봤다고 하는 이 감정들, 그리고 이 병을 나도 겪게 되었다. 피하고 싶고 모른체하고 싶지만 이미 찾아온 상태였다. 찾아올 낌새도 느끼지 못한 채 반기고 싶지 않은 그 증상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스스로 저질렀다. 아무도 누구도 나보고 시킨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 참혹한 과정들을 겪으며 나는 또 한층 성숙해질 수 있었고 스스로를 알아가야 하는 사용설명서를 다시 들춰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