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언제부턴가 허리가 심하게 굽고 걸음이 느려지더니 밥상 앞에서 손이 떨리고 머리까지 떨리기 시작했다.
그저 젊은 시절 네 남매 키우느라 애쓰셔서 고생이 많아서 몸이 노쇠해서 그러려니 했다.
"파킨슨입니다. 진행이 느린 편이긴 하나 계속 나빠지기만 할 겁니다"
그 한마디는 우리 가족 모두를 블랙홀 한가운데에 세워두고 엄청난 속도로 빨아들였다. 깊은 슬픔과 헤어 나올 수 없는 어둠 속으로. 가장 먼저 그 어둠을 걷고 밝음으로 우리를 이끈 건 엄마 자신이었다. 유모차를 끌며 동네 산책을 나가고 자전거 타기를 하루 1시간씩 해냈다. 정성이 하늘에 닿기라도 한다면, 아주 드물긴 해도 기적 같은 회복이 엄마에게 온다면......빌고 또 빌었다.
그렇게 2012년부터 현재까지
목소리 작게 내기
손 떨기
머리 흔들기
느린 걸음 걷기
섬망
잠꼬대
이런 증상들이 엄마를 집어삼키고 있다.
좀 더 오래오래 평범만 하기를 소망하며 느려도 좋으니 느려도 좋으니 곁에만 곁에만 계셔주기를 (우리 엄마 경조 씨 참 예뻤네 나도 경조 씨를 닮은 구석이 참 많네)
3년 전 설날 이야기를끄집어내 본다. 갯벌 가서 고동도 잡고 조카랑 장난치고 짧다면 짧은 연휴가 간다 ~~ 딸들은 외할아버지랑 고스톱을 새벽 3시까지
아버지가 드시고 싶다셔서 떠먹는 아이스크림을 사러 읍내까지 나갔다가 블루투스 마이크를 장만했다 노래방 가기 힘든 섬이라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고향역 , 시곗바늘 , 아버지 엄마의 18번을 찾느라 유튜브도 찬찬히 살피고
신난다 '보여줄게' 'tears' 내가 먼저 시운전 ㅎㅎ
세상 참 좋아졌다며 남편은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꿈에 본 내 고향)을 나직이 부른다 부모님이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나도 나직이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