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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문하는 임정아 Aug 19. 2022

우리 엄마 경조 씨

오래 보아야 예쁘대 오래 보자 우리

때론 평범한 일상이
세상 가장 큰 행운임을 안다.

때론 아무렇지도 않은 하루가

가장 간절히 바라는 내일이 됨을 안다.


엄마는 언제부턴가 허리가 심하게 굽고 걸음이 느려지더니 밥상 앞에서 손이 떨리고 머리까지 떨리기 시작했다.

그저 젊은 시절 네 남매 키우느라 애쓰셔서 고생이 많아서 몸이 노쇠해서  그러려니 했다.


"파킨슨입니다. 진행이 느린 편이긴 하나 계속 나빠지기만 할 겁니다"


그 한마디는 우리 가족 모두를 블랙홀 한가운데에 세워두고 엄청난 속도로 빨아들였다.  깊은 슬픔과 헤어 나올 수 없는 어둠 속으로. 가장 먼저 그 어둠을 걷고 밝음으로 우리를 이끈 건 엄마 자신이었다.  유모차를 끌며 동네 산책을 나가고 자전거 타기를 하루 1시간씩 해냈다.  정성이 하늘에 닿기라도 한다면, 아주 드물긴 해도 기적 같은 회복이 엄마에게 온다면......빌고 또 빌었다.


그렇게 2012년부터 현재까지

 목소리 작게 내기

손 떨기

머리 흔들기

느린 걸음 걷기

섬망

잠꼬대

이런 증상들이 엄마를 집어삼키고 있다.


좀 더 오래오래 평범만 하기를 소망하며
느려도 좋으니
느려도 좋으니
곁에만 곁에만
계셔주기를
(우리 엄마 경조 씨 참 예뻤네 나도 경조 씨를 닮은 구석이 참 많네)

3년 전 설날 이야기를 끄집어내 본다.
갯벌 가서 고동도 잡고
조카랑 장난치고
짧다면 짧은  연휴가 간다 ~~
딸들은 외할아버지랑
고스톱을 새벽 3시까지

아버지가 드시고 싶다셔서
떠먹는 아이스크림을 사러
읍내까지 나갔다가
블루투스 마이크를 장만했다
노래방 가기 힘든 섬이라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고향역 , 시곗바늘 ,
아버지 엄마의 18번을 찾느라
유튜브도
찬찬히 살피고

신난다
'보여줄게' 'tears'
 내가 먼저 시운전 ㅎㅎ

세상 참 좋아졌다며
남편은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꿈에 본 내 고향)을
나직이 부른다
부모님이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나도 나직이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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