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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아 May 25. 2024

구름

세상 전부를 품어갈 마음 

구름     

    

나 다시 새로 태어난다면

세상 끝에서의 구름이 되리

하이얀 하이얀 구름이 되어

먼 곳으로부터의 세상 전부를 

나의 눈에 깊게 품어서 가리    

 

봄 되면 따스한 노란빛의 향기

조금씩 흩뿌리어 꽃잎이 되게 하고

더운 여름 안에서는 잠시 쉬어가

녹음의 그늘을 만들어주리     


가을이면 그리움의 빛깔로 

저마다의 추억 포근히 하고

겨울은 사랑의 언어만큼

하얀 눈송이로 하늘 가득 

나리어 가리     


내가 가지 못하는 곳은 

마음먹기 나름이라

오늘 이곳에서의 햇살을

내일 저곳으로의  노을로 

진하게 내려받아 조금씩 

옅게 비추어 내리리     


노을 진 품에 달빛이 스밀  때까지     


나 다시 새로 태어난다면

이 세상 여행하는 구름이 되리

지금 내가 가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세상 안으로 쏙쏙 들어가


공간마다 풍경을 가득 담아내어

그 안에 놓인 사람들 

살아가는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씩 하나씩 끄집어 

풍부하게 빚어 내리리     


순수한 여행길의 바다와 같은

하늘을 벗 삼아 그 안에 푹 빠져 

유유자적 바람 따라, 물결 따라 

새로운 세상에서 매일 만나는

나는 하이얀 구름이 되리



 구름이 되면 세상 전부를 갈 수 있음이다. 

내가 보지 못하고 가지 못하는 세상 끝으로 가서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보게 된다면 어떤 마음일까?

다양한 세상 안의 사람들, 그 안에 놓인 삶은 다르지만 각자 인생의 여정은 의미를 다해 이루어가는 살아냄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알게 되는 것보다 모르는 일들은 더 많다. 아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거나, 모르면서 안다고 '척'하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얼굴을 안다고 우리는 그 사람을 알고 있다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은 그 반대이다. 정작 얼굴은 알지만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음식을 선호하고 어떤 행동을 싫어하는지 정작 제대로 알지 못한다.  정확한 앎은 직접 바라보고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내가 구름으로 다시 태어나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어디든 흘러가는 대로 이곳저곳을 품어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게 사랑하고 싶을 뿐이다. 먼저 나를 잘 알아야 그대로를 비추는 너를 알아간다. 하얀 구름은 그대로 흘러 흘러 어디든 있어 살아갈 이야기를 굽어내는 인자함으로 다해진다. 

 오늘 이곳의 태양을 내일 저곳의 노을로 깊게 스밀 때까지 알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리라. 바다와 강물을 비추어 가며 함께 흘러갈 일이며 그것은 곧 인생의 노젓기와 같다. 


 다시 태어난다면 세상을 향한 날마다가 채우는 인생을 덤덤히 흐르는 대로 맞이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 이루어가는 물결로 나누는 삶이 되도록 품어간 사람들의 일상과 모든 풍경까지 곱게 보아 가고 싶다. 그것은 구름! 계절을 따라 언제든 돌고 도는 인생의 탐험가로 빛날 세상으로부터의 흘러감이다. 



구름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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