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낮달맞이

살며시 피는 듯 하지만

by 현정아

분홍낮달맞이


시│현정아


귀퉁이 도르르 말린 어깨

수줍게 들어 올리듯

6월의 달이 피고 있다


천천히 이어져

낮과 달이 만나는 시간


가녀림은 가벼움이 아니다

생과 사를 얹은 무게만큼,

무거운 침묵의 시간만큼

고이고 고인 사랑이다


그것은 진중의 말


달빛 같은 마음을

밤새 하염없이 담아

낮마다 이렇게 피워내는 것이다




6월의 어느 오후, 동네를 걷다가 흐드러진 분홍 낮달맞이 꽃을 보았다. 작고 가녀린 꽃잎들이 햇빛에 부서질 듯 흔들리고 있다. 연분홍빛 한 아름, 활짝 핀 꽃다발이 뭉게뭉게 흐드러진다. 언뜻 보면 연약한 꽃잎 같지만, 모여 피는 사이사이 엮인 단단함을 본 순간 실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처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언제 이렇게 가득 피어 여름을 지키고 있을까? 가녀린 듯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깊은 침묵의 인내가 느껴진다.

어깨를 도르르 말아 수줍게 들어 올리는 사람처럼, 살며시 자신을 드러내는 듯한 아름다움. 피어나는 순간조차 조심스러웠을 법한 이번 생이 고맙게 느껴진다. 진중한 언어는 마음으로 느껴지는 사랑에 대한 답이다. 겉보기엔 가벼워 보이고 약해 보이는 존재가 실은 생과 사의 경계 위에 똑바로 서 있다는 것, 그 무게를 지닌 채 저리도 강하게 피어났다는 것을 꽃은 말한다.

분홍낮달맞이꽃은 어쩌면 밤새 달빛을 받아 안고 가는지도 모른다. 한밤의 고요 속에서 차오른 감정이 꽃봉오리 속에 차곡차곡 머물고, 그 감정 그대로 아침을 맞는다. 햇살이 드리우면 열린 꽃망울 틈을 따라 기지개를 켜듯 천천히 피어난다. 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피어남에는 말보다 더한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사랑, 기다림, 사라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금의 존재 방식이다.


‘가녀림’


사람들은 그것을 약함이라 여기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상상 이상의 단단함과 깊이를 담고 있다.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가볍지 않은 말. 역경이라는 흔들림에도 조용히 피어 어어 가는 사랑. 여린 듯 흔들리지만 전혀 여리지 않은 존재의 모든 것. 6월의 태양을 그대로 맞고 선 분홍낮달맞이꽃이 조용히 그것을 말하고 있다. 누구를 떠올리게 되는가?


나도 그렇게 여름을 피워내고 싶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말없이 마음을 전하는 존재. 세상이 바쁘고 소란스러울수록,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이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나는 작고 가녀린 존재지만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게 살며시 피어나는 수줍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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