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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기어코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애틋하고 감동적인 엄마의 마음.

by 뭅스타 Jul 24. 2018

무척이나 긴 제목만으로도 제작 국가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애니메이션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를 관람하였다. 특별히 기대작이라기보다는 '개봉했으니 보자'라는 생각으로 관람한 이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당황스러운 전개가 펼쳐지긴 했으나 생각보다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작품이었다. 왜 관람객들의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지는 충분히 알 것 같지만.


영화는 인간 세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그들만의 질서대로 살아가는 요르프 족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소년소녀의 모습으로 수백년을 살아가는 이들은 이렇게 결국은 연을 맺은 누군가를 먼저 떠나보내야만 하는 운명 탓에 '이별의 혈족'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어느 날 메자테 왕국이 요르프 족의 장수의 피를 노리고 마을을 공격하고, 마키아는 그들이 끌고 온 고대의 존재 레나토에 매달린 채 외딴곳으로 넘어오게 된다. 혼자 남겨진 마키아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려는 찰나 어디선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고 마키아는 홀로 남겨진 그 아이를 자신의 자식인 양 데려와 키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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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배경 지식도 없을 만큼 낯설지만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등 수많은 애니메이션의 각본을 집필해 온 오카다 마리의 첫 연출 데뷔작인 이 영화는, 제목만 보고 얼핏 예상했던 것과 달리 로맨스가 아닌 모성애에 초점을 맞춘다. 열다섯 살에 불과한 마키아가 우연히 발견한 아이에게 아리엘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한없이 서툴고 어색하지만 그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은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애틋하게 펼쳐진다. 어린 시절에는 마키아를 잘 따르던 아리엘이 점점 나이를 먹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마키아에게 쌀쌀맞게 구는 모습 역시 평범한 모자 관계를 묘사한 듯 보여 흥미롭게 다가온다.


마키아의 모성애라는 측면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설정은 마키아가 어린 소녀의 모습을 평생 유지한다는 점이다. 아리엘은 점점 성장해가는 반면 마키아는 열다섯 살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탓에 주변 사람들은 그들의 관계를 남매, 혹은 연인으로 바라보게 되고 결국 이것은 마키아를 향한 아리엘의 갈등이 심화되는 계기로 작용한다. 이러한 설정은 마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 그리고 최근 개봉작인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등을 떠올리게 하는데 결국 사랑하는 사람이 성장하고 나이 드는 과정을 지켜봐야만 하는 주인공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제법 효과적으로 표현해 내 적잖은 감동을 선사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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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몇몇 설정들은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특히 마키아와 아리엘의 관계가 중점적으로 그려지는 상황에서 마키아와 같은 요르프 족인 크림이나 레일리아에 관한 에피소드는 조금은 극 전반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하는 인상을 받게 한다. 특히 메자테 왕국에 잡혀간 레일리아의 경우 마키아와 더불어 모성애라는 주제를 극대화하는 캐릭터로 묘사되는데, 결국 그녀가 후반부에 행하는 행동은 이전까지 전개에서의 그녀의 심리를 고려해봤을 때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레일리아의 에피소드를 비롯해 몇몇 곁가지들을 잘라내 115분이라는 현재의 러닝타임을 조금 더 단축해냈더라면 더욱 영화의 여운을 오래 가져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고 할까.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최고작으로 꼽는 <늑대 아이>의 초반부처럼 모성애라는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소재를 흥미롭게 다룬 설정이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작화의 영상미만큼은 충분히 인상적이나 몇몇 전개의 경우 조금은 아쉽게도 느껴지는 작품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감정이 풍부한 이들이라면 작정하고 감동적인 요소를 쏟아붓는 후반부 시퀀스에서 예상치 못한 눈물을 쏟아낼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이는데, 많은 이들에게 신파적 요소라는 비판을 받는 이 후반부 설정은 작정하고 눈물을 유발하는 데에 온 힘을 쏟는 국내 신파 영화에 비하면 양반처럼 느껴진다. 다시 말해, 작위적인 신파 요소에는 감동은커녕 인상을 찌푸리는 편인 나 또한 후반부에 이르러 몇 번이고 울컥할 수밖에 없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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