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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Nov 23. 2020

할 것: 추상적인 것에 형태를 입힌다②

어제보다 잘 쓰는 법_84일 차

할 것: 추상적인 것에 형태를 입힌다①에 이어,


마음을 닮은 물건이 있는가 하면, 물건을 닮은 마음이 있다. 둘 사이 공통점이 누구나 공감할 법하면서도 절묘하다면 글에 생기가 감돌기도 한다. 내가 만드는 사보에는 매달 선물과 감사 사연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 그때마다 선물과 감사 사연이 어울리도록 카피를 뽑아야 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선물이 줄넘기라면 '일상의 무기력쯤은 가뿐히 뛰어 넘기를'

선물이 머플러라면 '당신께 받은 온기를 갚습니다'

선물이 스팀 다리미라면 '구김살 없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선물이 스마트폰 짐벌이라면 '매일 선명한 추억이 가득하기를'

선물이 꿀 세트라면 '감사함을 달달함으로 되돌려드립니다'


나는 이 칼럼을 쓸 때마다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낯선 방식으로 쓰기 때문일 터다. 보통은 팩트 체크와 논리를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다가 이처럼 말랑말랑한 글을 쓰려니 평소 거의 사용하지 않던 뇌의 영역을 쓰는 기분이다. 


이처럼 물건의 속성을 감정과 엮어 전하면 메시지가 더 분명해지는 효과가 있다. 단, 여기서도 논리가 필요하다. 지나치게 자기감정에 몰입해버리면 가끔 사물과 전혀 공통점이 잡히지 않는 문장이 나올 경우가 있다. 누가 들어도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은 의미를 통하게끔 하는 역량 즉 논리력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감성적인 글을 쓰더라도 마땅히 문장 사이 연결이 무리가 없는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사물의 속성을 캐치하는 관찰력도 중요한 대목이다. 이때 누구나 익히 아는 표현보다는 내가 느낀 그대로 써보려는 노력을 들이면 좋다. 독자의 몰입을 유도하는 참신한 표현을 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울 안 물고기는 반짝거릴 수도 있고, 옴실거릴 수도 있고, 첨벙거릴 수도 있다. 노을은 맞아서 멍이 든 것 같을 수도 있고, 닳을 대로 닳은 장롱의 결 같을 수도 있고, 탁구공을 둘러싼 당근 주스 같을 수도 있다. 손 세정제 향은 역겨울 수도 있고, 소주가 당기도록 만들 수도 있고, 불현듯 차 시트 밑에 떨어뜨린 감자칩이 떠오르도록 만들 수도 있다.


논리력과 관찰력. 두 요소를 끄집어내는 키는 '집념'이다. 파고들 수 없을 정도로 파고든 글에는 독자를 압도하는 마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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