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의 디테일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존한 이들은 평소 인내심으로 많은 고초를 극복해 왔던 사람들이 아니라고 해요. 그보다는 수용되기 전에 행복의 기억이 많았던 사람, 사랑을 많이 받았던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생존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행복 마일리지가 많은 사람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낸 거죠.
법의학자 이호 롱블랙 인터뷰
몇 년 전 몸이 아파 입원을 했었다. 목을 가누기 힘들어 내 시야에 보이는 게 병원의 하얀 천장뿐이었는데, 그 우울한 상황에서 내가 끄집어낸 기억들은 우습게도 햇살을 받으며 소파에 누워 책을 읽던 주말 아침, 동료들과 점심 후 커피 한잔 마시며 수다 떨던 회사의 라운지, 퇴근 후 걸어가던 가로등 켜진 공원의 길 같은, 너무 소소하고 사소해 미처 행복이라 인지하지 못했던 일상의 순간이었다.
삶을 지탱하는 것이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성공과 성취의 순간이라 생각했었지만, 조용하고 단단하게 내 삶을 받치고 있던 것은 그런 행복의 기억들이었다. 삶을 산다는 게 매일 고속도로를 180km로 달리는 것처럼 탄탄대로일리 없다. 그렇지만 매일매일 적금처럼 행복 마일리지를 쌓아둔다면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났을 때도 행복의 기억들이 버텨내는 힘을 주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