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열심히 뛰어놀다 보면 체력은 덤으로.

by 소소 반디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끔 친정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갔는데 추워서 꼼짝도 안 하던 어느 날 친정 엄마가 한 마디 하셨다.

"춥다고 집에만 있으면 어쩔라고..."

아이 감기 걸릴까 봐 못 나가겠다는 말에 "감기도 걸리고 그러면서 아이들은 큰 거지" 하셨지만 아이들이 아프면 나도 힘드니까 어릴 때는 날씨에 민감해지고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나의 이런 걱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바지자락을 잡고 자꾸만 나가자고 하는 아이. 그래서 추운 날에는 따뜻하게 꽁꽁 싸매고 나가서 놀다 들어와서 몸을 좀 녹이고 또 나가곤 했다. 둘째가 태어나고 아이 둘과 집에서 복닥복닥 있는 것보다 밖에 나가는 게 훨씬 시간도 잘 가고 아이들도 나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많았던 첫째는 어릴 때부터 밤에 재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신나게 놀았던 날에는 잠을 더 잘 잤다. 아이들을 낳고 다정하게, 재미있게 놀아주는 엄마는 아니었지만 체력은 괜찮다고 자부했으므로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집 근처에도 나가고 유아차를 끌고 지하철을 타고 많이도 다녔다.


친정아버지께서는 내가 20살이 되던 해 처음 자동차를 사셨다. 시골 할머니집에 갈 때 엄마 아빠를 따라 세 자매가 시외버스를 타고 다니던 기억이 생생하다. 명절에는 사람들이 많아 입석으로 갈 때도 있었는데 버스 뒷 쪽 턱에 앉곤 했다. 할머니께서 살았던 남해는 따뜻해서 좀처럼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데 내가 초등학생 때 어느 설 연휴, 눈이 엄청 많이 내리고 쌓였다. 읍내까지 버스가 운행되지 않아서 엄마 아빠를 따라 걸어서 산을 넘기도 했는데 걷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엄마에게 힘들다고 투덜대지도 않았다. 눈 쌓인 길을 걷는 게 그저 재미있었던 그때. 다섯 명이라고 안태워주는 택시기사도 있어서 몰래 숨어있다가 부모님이 택시를 잡으실 때 언니, 동생 손을 잡고 달려가곤 했는데 "우리 집에도 차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때는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될 때까지 자가용 없이 걷고, 버스 타고 여기저기 다녔다. 그 덕분인지 언니와 나, 동생은 체력 하나는 뒤처지지 않는다. 특히 아주 튼튼한 하체를 자랑한다. 오죽하면 언니 친구는 우리 식구들 보고 '태릉인 가족'이라 부르기도 했으니. 지금은 이렇게 어릴 때 튼튼한 체력을 키울 수 있게 해 준 부모님께 감사하다.


집에서 아기자기하게 놀아주는 건 자신 없고, 가진 건 체력뿐인 엄마를 만난 아이들은 몇 년 동안 많이 뛰어놀고 돌아다닌 덕분에 체력이 좋은 편이다. 첫째는 어릴 때부터 피곤하면 목이 잘 붓는 편이었는데 며칠 무리하고 나면 목이 부어 열이 나고 며칠 내내 아팠고 잘 먹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아이는 기를 쓰고 놀고자 했고, 엄마인 나는 아이가 아플까 걱정되면서도 최대한 밤에 일찍 재우는 것으로 목 붓는 증상을 조심했다. 그럼에도 5살까지는 한 계절에 꼭 한두 번은 편도가 부어 열이 나고 고생했는데 아이는 체력을 점차 키우더니 6살 후반부터는 거의 편도가 붓지 않고 자주 아프지 않게 되었다. 활동량이 많아지고 잘 놀고 그러다가 너무 무리해서 좀 아프기도 하고 그러고 나면 또 체력이 한층 좋아지고 하는 과정을 통해 체력이 키워진다는 것을 아이는 보여주었다.


2_2dgUd018svcyldk3tg4zork_ijuvio (1).jpg 평소에 놀았던 힘을 바탕으로 산에 올라가며 다리힘도 키우도 체력도 키우고.


튼튼한 체력으로 우리를 따라 곧잘 산에 오르곤 했던 아이들과 구례에서 농촌유학할 때 꼭 노고단을 같이 가보고 싶었다.


"얘들아 노고단 갈래?"

노고단이 뭔지도 잘 모르는 아이들은 그저 어디 간다는 말에 신이 나서 따라나섰는데 산을 오를수록 아이들의 앓는 소리도 커졌다. 그래도 서울에 있을 때 집 근처 관악산이나 삼성산 등을 오르기도 하고, 매일 꾸준히 뛰어놀고 달렸던 덕분인지 제법 잘 따라 올라왔다.


"조금만 가면 돼, 저기 보이지? 저기 가서 좀 쉬고 또 조금만 올라가면 돼"


그렇게 9살, 7살 아이들을 다독거렸고, 아이들은 그동안 쌓아온 체력으로 노고단 정상에 올랐다. 포기하지 않고 올라온 아이들에게, 장엄하고 멋진 풍경이 선물처럼 주어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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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다 보니 체력의 중요성을 더욱더 느낀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건강한 관계를 지속하는 데도 '체력'이 필수다.

타인을 우아하고 품위 있는 태도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참 매력적이다.

자기 자신에게 너그러워야 그런 시도들을 끊임없이 해볼 수 있다.

나이 들수록 이 모든 것들이 체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겠다.

<민들레 Vol.118 '함께 읽는 책, 마녀체력, 이현주>


체질적으로 체력이 좋은 아이들도 있지만, 아이들을 키우며 일단 열심히 뛰어놀아야 체력이 좋아진다는 걸 경험했다. 초등학교 입학 준비 할 때 학습과 함께 강조되는 것이 체력이다.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에서보다 더 긴장되고 규칙적인 생활에 쉽게 피로해질 수 있기 때문에 초등입학 후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많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체력, 그래서 아이들에게 더 주고 싶나 보다. 오늘도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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