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명물 시조새
“캐나다에서는 아크테릭스(Arc'teryx)가 유명하단다.”
나는 아크테릭스라는 브랜드가 캐나다 브랜드인 줄 캐나다 와서 처음 알았다. 그것도 캐나다에 온 아들이 아크테릭스 물건을 사다 보내줄 거라는 기대를 담은 어머니의 카톡을 통해서 말이다. 한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보라색 아크테릭스 가방을 어머니 집으로 보내드린 뒤부터, 묘하게 이 브랜드가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내가 일을 하기 시작한 12월은 캐나다도 겨울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패딩이나 점퍼 같은 외투를 착용하고 다니곤 했다. 그런데 문득 캐셔 일을 보면서 유독 어딜 가나 저 아크테릭스의 시조새 그림이 눈에 띄었다. 아니, 나만 빼고 전부 다 입고 있는 건가?
반쯤 꺾여있는 저 시조새 뼛쪼가리가 뭐라고 사람 마음을 이렇게 안달 나고 심란하게 하나. 캐나다 사람들은 물론이고 캐나다 온 사람들은 다들 입는다는데, 한국에서는 요즘 되게 인기라서 다들 입고 다닌다는데, 한국 가서 사는 것보다는 캐나다에서 사는 게 훨씬 저렴할 텐데, 그런데 저렴하대 봤자 괜찮은 외투가 80만 원(800 CAD)이 넘어가는데, 이걸 살까 말까.
내가 캐나다에서 받는 급여는 시간당 17.60달러에 팁이 별도로 포함된다. 그래서 계산해 보면 보수적으로 잡아 한 달에 약 1400 캐나다 달러 주급에 1000 캐나다 달러 팁을 받는다. 그중 1200달러가 룸메이트들과 함께 사는 스튜디오의 월세로 나가고 교통비나 통신비 같은 각종 고정지출을 제외하면 약 800달러가 손에 남는다. 한 달 정도 아무것도 안 먹고 아무 데도 안 가면 아크테릭스 하나 정도는 얻을 수 있겠구나.
다행히도 글을 쓰는 지금 2월은 밴쿠버의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일주일 정도 펑펑 내리던 눈은 자취를 감추었고 레인(Rain)쿠버라는 별명답게 허구한 날 비가 내리고 있다. 그리고 어차피 이제 반년뒤인 8월이면 지긋지긋한 밴쿠버를 떠날 텐데, 이 시기만 잘 지나면 아크테릭스를 볼 상황은 이제 없는 거나 진배없다. 견물생심이라 했거늘,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들지 않는 법이다. 분명 이 겨울이 완전히 지나가면 아크테릭스도 시조새도 더 이상 내 마음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여름 클리어런스 세일을 기다려보려고 한다. 그때는 어떻게 싼 걸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800 캐나다 달러는 좀 심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