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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 Thirties

: 내 나이가 만으로 서른 하나

by 낙타

내 나이가 만으로 서른 하나다. 2024년에 한국과 캐나다 간 워킹홀리데이 제도가 변경되어 기존에 나이 제한이 만 30살이던 게 만 35살이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아주 운이 좋게 워킹홀리데이에 합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와서도 한국에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지만.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만, 역시 한국에서 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든다. 내 나이가 만으로 서른 하나인데, 제대로 된 직장에 취업할 수 있을까? 아니면 멀쩡히 돈을 벌 수 있을까? 이 나이가 되어서도 경험이라는 이유 하나로 캐나다에 온 게 과연 잘한 걸까? 막상 그 경험을 하고 있지만 가능한 한 한국에 빨리 돌아가고 싶은데?


캐나다에서도 한국 뉴스는 자주 본다. 캐나다에 온 지 3일 만에(12월 2일) 한국에서는 계엄이 터지는 것도 실시간으로 봤다. 요즘은 그 계엄 이후 한국의 경기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위축되었다는 소식과 한국에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낙오’ 혹은 ‘고립’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 50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캐나다에 와서 카페 일을 하고 있지만, 서른 하나인 나에게 있어 그런 일들은 전혀 멀게만 느껴지는 소식이 아니다. 한국에 간다면 당장 내 이야기가 될 테니까.


내 나이 서른 하나, 캐나다에 워킹홀리데이를 왔지만 여기서 처음으로 한국에서의 취업준비라는 것도 하게 되었다. 대학과 대학원과 군대와 워킹홀리데이 때문에 미뤄두었던 취업준비를 하면서 이력서도 쓰고, 자소서도 쓰고, 포트폴리오도 정리했다. 한국에 돌아간다면 어떻게든 경제활동을 하고 싶기 때문에. 어떻게든 경제활동을 시작해서 내 몸 하나 건사하고 싶기 때문에.


내 서른한 살의 몸은 캐나다에 있지만 마음은 한국에 두고 있는 이 상황. 꼭 캐나다와 한국 사이에 껴있는 느낌이다.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지만 오늘도 하루만큼 버티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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