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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 Wayfinder

: 밴쿠버에서 산 시계

by 낙타

캐나다의 큰 땅덩어리에 비하면 아주 소수지만 캐나다 곳곳에는 작은 시계 공방들이 있다. 마라톤(Marathon)은 미국 군납 시계로 아주 유명한 역사를 갖고 있고, 모멘텀(Momentum)은 최근 들어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시계를 만들기 시작한 곳이다. 이밖에도 레드우드(Redwood), 로크 앤 킹(Locke&King) 등 소소한 규모의 공방들이 캐나다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원래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캐나다에 오고 나서 줄곧 캐나다 국적의 시계를 하나 사고 싶다고 생각해 왔던 참이었다. 그리고 마침 몽 피투 근처에 작은 시계 공방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모멘텀 시계 공방이다.


한국 시계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왔던 곳이라 가성비 있는 시계를 만드는 곳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몽 피투 근처에 본사 겸 시계 공방이 있다는 점이 우연치고는 매우 재미있었다. 그래서 종종 방문하기도 했고 사고 싶은 모델을 정해두기도 했다.


GMT(Greenwich Mean Time) 시계를 갖고 싶었다. GMT 시계는 시계의 시침, 분침, 초침 외에 24시간마다 한 바퀴를 도는 GMT 시침이 하나 더 달려있다. 이 GMT 시침을 조정해서 그리니치 표준시를 따르는 다른 나라의 시간대를 설정해 놓으면, 나는 현재 있는 지역의 시간뿐만 아니라 GMT 시침이 가리키는 나라의 시간도 한눈에 알 수 있다.


항상 한국에 있는 Y의 시간이 궁금했던지라 Y의 시간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시계가 있으면 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약 400달러에 모멘텀 시계 회사의 파란색 웨이파인더(Wayfinder) 모델을 구매하였다.


캐나다 시계라는 점도 좋고, 모멘텀(탄력, 가속도)과 웨이파인더(길을 찾는 사람)라는 뜻도 좋고, 몽 피투 근처에 있다는 점도 좋고, 내가 가진 최초의 쿼츠 GMT 시계라는 점도 좋고, Y가 색깔을 골라주었다는 점도 좋고, 티타늄이라는 점도 좋고 등등,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계를 사고 나서 약 3주가 흘렀고, 지금은 다른 시계는 전혀 차지 않은 채 웨이파인더만 주구장창 차고 있다. 캐나다에서 가져갈 수 있는 좋은 기념품이 생겨 기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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