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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 제임스 Jan 24. 2024

첫 마라톤대회에서의 10km 완주

내가 달리는 이유와 달리기를 통해 배운 것들 3

나의 첫 마라톤대회 날짜는 눈 깜짝할 사이에 가까이 다가왔으며, 나는 3월 18일 토요일에 다음날 있을 마라톤을 위하여 휴가를 내고 집에 왔다. 대회 전날 밤 나는 휴대폰으로 다음 날 있을 동아 마라톤대회에 관한 정보와 영상들을 찾아보았다. 코로나 기간 거의 모든 야외 단체 스포츠는 중단되었었고, 코로나 이후 대면으로 진행되는 첫 대형 마라톤 대회라는 사실과 4년 만에 오프라인 개최 되는 마라톤 대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대에 부푼 마음 때문인지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였고, 자는 둥 마는 둥 하는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다가 오전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6시에 집을 나서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올림픽 공원으로 향하였다.


올림픽 공원으로 가는 지하철 안,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운동복과 런닝화 차림의, 누가 봐도 마라톤 대회 참가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어느덧 지하철 안은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러너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올림픽 공원 역에 도착하여 밖으로 나가니 이미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이 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본 기억이 희미해져 가던 찰나, 수많은 사람이 한곳에 모여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니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현장의 분위기는 달리기 대회라기보다는 마치 축제의 한복판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집을 나설 때 들었던 긴장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빠른 비트의 커다란 음악 소리가 나의 가슴을 강타하였고, 대회 진행자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하여 광장에 큰 소리로 울려 퍼졌다. 러닝 크루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다란 깃발을 들고,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누르는 모습들도 많이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마라톤’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이봉주 선생님이 먼저 떠오르는지라, 나에게 마라톤대회의 이미지는 좀 더 무겁고 연령층이 높을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었다. 하지만, 역 밖으로 발을 내디딘 순간, 이런 나의 고정관념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오히려 20대~30대 연령의 사람들이 주를 이루어 참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분위기에 취해 사람들을 구경하며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빨리 환복을 하고 물품보관소에 물건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는, 서둘러 환복을 하고 물품보관소에 물건을 맡겼다. 여유 있게 도착하였다고 생각했었는데, 물품을 맡기고 화장실을 다녀오니 출발시간이 20분도 채 남지 않아, 서둘러 사람들이 모여있는 출발 지점으로 향하였다. 나는 이전 기록이 없기에 사람이 가장 많은 마지막 조에 배정을 받았고, 많은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제 대회 시작 5분 전, 음악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사람들도 기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출발 신호가 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 위로는 수많은 드론이 날아다니며 이 축제 같은 현장을 촬영하고 있었고, 참가자들은 드론이 머리 위로 지나갈 때면 일제히 환호성과 함께 손을 흔들며 대회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했다.


출발 시간인 오전 9시 5초 전. 다 같이 카운트 다운을 하기 시작했다. “빠이브, 포, 쓰리, 투, 원, 출발합니다!“. 카운트다운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앞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앞에 사람이 많았기에 10분가량이 지나서야 출발선을 지나갔다. 출발선을 지날 때, 배번표에 붙어있는 칩을 인식하는 듯한 ‘삐빅’ 소리가 울렸고, 나는 달릴 때마다 사용하는 나이키 러닝 앱을 실행하는 동시에 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앞으로 나아갔다. 10km 부문에만 15,000명이 참가한 대규모 대회였기에, 처음에는 병목현상이 발생하였고 나의 페이스대로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었다. 지그재그 사람들을 피해 달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을 피해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덧 1km 지점을 통과하였다. 1km에 5분 45초 페이스. 좀 더 빠르게 달리면 무조건 한 시간 이내에 완주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고, 조금 여유를 가지며 현장의 분위기를 즐겨보려고 애써보았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발을 굴리며 달리고 있으니,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울려 퍼지는 발소리는 옆 차선을 달리고 있는 자동차의 소음을 집어삼킬 만큼 웅장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발걸음으로부터 나오는 경쾌한 리듬에 맞추어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계속 달리다 보니 별 특색 없는 도로가 계속 이어졌고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적당한 비트의 노래에 몸을 맡기고는,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면서 달렸다. 그렇게 대략 4.7km 지점에 왔을 때 첫 급수대가 보았다. 나는 급수대로 달려가 이온 음료가 든 컵을 하나 집어 들고는 음료를 입에 머금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5km 지점에 도착하게 되었고, 나는 나의 컨디션이 부대에서 5km를 뛸 때 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느꼈기에, 페이스를 조금 더 올려보기로 했다. 5km부터는 1km에 5분 12초 페이스로 달리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거보다 빠르게 완주할 수 있을 거 같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게 별 특색 없는 코스가 계속 이어지던 찰나 6km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꺾는 길이 나왔다. 코스를 따라 오른쪽으로 도니 바로 정면에 우뚝 서 있는 롯데타워가 보였다. 그제야 내가 지금 도심 한복판을 달리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이 지점부터는 주행코스 바로 오른쪽, 가까운 거리에 차량도 지나다녀, 마치 복잡한 도심 한복판을 질주하는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롯데타워를 바라보며 계속 질주를 했다. 달리다 보니 주행코스 오른쪽 도로에 차가 정체되어 있는 구간을 지나가게 되었다. 정체되어 있는 차들을 바라보며 달리고 있는데, 한 승용차의 뒷좌석 창문이 열리더니 꼬마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고사리 같은 손을 우리가 뛰고 있는 쪽을 향하여 흔들며 작은 목소리로 화이팅을 외쳐주었다. 그 아이가 나만을 겨냥하여 외친 응원이 아닐지라도, 나는 그 순간 누군가에게 응원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욱 힘이 났다. 또, 이런 것이 도심 마라톤만의 묘미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그 순간 갑자기 현재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감사하고 행복하게만 느껴지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달리기 완벽한 날씨에, 많은 사람과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또 누군가로부터 응원을 받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도심 속을 달리고 있음에 감사했다.


계속 달리던 도중 7.5km 지점에서 갑자기 운동화 끈이 풀렸고, 나는 주행 코스 오른쪽으로 빠져나와 무릎을 꿇고 앉아 운동화 끈을 다시 동여맸다. 다시 일어나서 뛰려고 하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한 것이 느껴졌다. 활발하게 움직이던 근육을 갑자기 멈추다가 다시 움직이자, 경련이 온 것 같았다. 나는 페이스를 좀 더 낮추어 계속 달리기 시작했다. 8km 지점에서 나는 다시 광활한 대로로 진입했고, 이 지점부터는 약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까지의 페이스를 보았을 때 좀만 천천히 달려도 처음에 목표했던 한 시간 이내에 완주는 여유롭게 달성이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남은 2km 동안 다시 페이스를 올려 빠르게 뛰어보기로 마음먹었다. 8.5km. 이 지점부터는 이상하리만큼 달린 거리가 늘어나지 않았다. 분명히 500m를 달린 것 같은데도 확인을 해보면 300m도 채 가지 않았다. 나의 숨은 점점 더 가빠져만 갔다. 초반에 유지하던 호흡 따위는 더 이상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냥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뱉어내면서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는 거에만 신경을 썼다. 마지막 있는 힘을 쥐어 짜내어 페이스를 좀 더 올려보았다. 페이스는 1km에 4분 47초,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나는 당장이라도 토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남은 거리 800m.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광활한 도로뿐, 결승선은 보이지도 않았다. 이 구간부터 결승선에 도착하기 300m 전 지점까지는 어떻게 달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거친 숨을 내 몰아쉬며, 있는 힘을 쥐어짜 내며 달렸을 뿐이다. 이제 결승선까지 200m 지점. 오른편에 응원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 행사장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남은 거리 100m 지점. 저 멀리서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더 빠른 페이스로 전력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환호성 소리를 들으며 나는 결승선을 통과했다. 통과하고 기록을 확인할 틈도 없이 나는 우측으로 빠져나와 바로 주저앉았다. 주저앉은 채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나의 오른쪽 팔뚝에 매달려 있는 핸드폰 스크린으로 기록을 확인하였다. 52분 24초! 나는 해냈다. 심장은 빠르게 뛰어 터질 것 같고, 머리는 어지러운 와중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엄청난 성취감이 밀려왔다.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기록으로 완주했다. 마지막 스퍼트 때는 죽을 듯이 고통스러웠지만, 그 고통이 기특하게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목표 달성은 물론이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배움과 함께, 첫 번째 마라톤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동아마라톤 10KM 완주메달
완주 기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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