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 있다면 어떡할 것인가
통영 가는 길, 모처럼 시외버스. 버스를 내릴 즈음, 기사님께 말을 걸었다.
"기사님 10년 전에 삼천포 버스 운행하셨었지요? 제가 10년 전 기사님 버스 타고 대학 마쳤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포커페이스에 가깝게 버스를 모셨던, 그 무표정이 유독 기억에 남아서 얼굴이 기억 나는 기사님께 처음 인사를 건넸다. 그러니까 우리도 10년 인연이란 말인데, 그 기사님이 이렇게 밝게 웃으시는 모습을 처음 봤다.
개인을 생각하면 할 필요 없는데 개인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나 하면 좋은 것들이 있다.
나는 이런 인사를 건넬 수 있을 때, 그러니까 세월의 바람을 맞고 사는 사람끼리 살면서나 노동의 현장에서 표정을 잃어가는 사람에게서 나로 인해 응원을 느낄 때 스스로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이런 건 그렇게 생각해도 누군가에게 비루한 모습도 구질구질한 모습도 그 무엇도 아니어서.
당신에게 묻는다. 안 해도 되는데 하면 좋은 게 있다면 할 것인가, 그냥 말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