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육자 일까? 부모일까?
2023년 새해가 밝았다. 1월 1일은 새해 첫날이기도 하지만 천주교에서는 ‘천주 성모 대축일’로 신자들 모두 미사를 드리는 것이 관례이다. 올해는 1월 1일이 일요일이라 주일 미사와 겹쳐 한 번만 미사를 드리게 되었다. 이는 신부님이나 신자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일지도 모르겠다.
새해 첫날이라서 그런 것일까? 성당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이 많았다. 한쪽에서는 성당에 모인 신자들에게 나눠 줄 군고구마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도 아이 한 명당 군고구마를 두 개씩 나눠주셨는데 새해에도 어김없이 군고구마를 준비하고 계신 모습을 보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성당에서 봉사도 안 하고 교무금도 제때 못 냈는데 이렇게 넙죽 받기만 해도 괜찮은 걸까. 부끄러웠다.
주일 오후 3시는 어린이 미사라 아이들과 부모들이 성당을 찾는다. 유치부부터 초등부 아이들이 모여서 재잘재잘 떠드는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났다.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을 볼 때면 참 사랑스럽고 예쁘다. 한 명 한 명 너무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들. 천성적으로 아이들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부모가 되어서일까? 지나가는 아이들만 봐도 웃음이 난다.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세 가지 이유 모두일 것이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10분 정도 시간이 남아 주보를 읽을 요량으로 주보를 펼쳐 한 장을 넘겼다. 사회복지법인 인천가톨릭사회복지회 부회장인 김동휘 시몬 신부님의 ‘하느님의 참된 사랑’이라는 글이 게재되어 있었다. 새해를 맞이하며 하느님 사랑에 대한 의미와 참된 사랑의 가치에 대한 내용이었다. 글을 읽어 내려가던 중 시선이 머무는 글귀가 있었다.
‘우리가 살아야 하는 사랑의 모습이 진정으로 어떤 것인가?’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고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코린토 1서 13장 4절).’
주보에 적힌 글을 읽고 아이들이 생각났다. 올해 11살, 14살이 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참 많이 혼란스러웠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줘야 할까? 에 대해 매일같이 고민했다. 그러다가 큰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좋은 부모의 모습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었고 무엇이 아이를 위한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를 틀 안에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사회가 정해놓은 규정과 잣대로 아이를 평가하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아이를 다그치고 억압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부모로서 나의 모습을 돌아보며 여러 고민들을 쏟아내던 요즘이었다. 그러던 중 주보에 실린 글 한 편으로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며 그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되었다. 사랑은 친절하고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다. 사랑은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아이들을 보면서 이따금 불안감이 밀려오곤 했다. 학습에 대한 걱정과 진로, 교우 관계 등. 더 깊이 들어가면 스마트폰을 하는 시간부터 학습 태도, 정리 정돈하는 일까지. 누군가는 부모로서 아이를 가르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훈육해야 한다고 하지만 부모는 교육자가 아니다. 부모는 아이를 품고 따뜻한 곁을 내어 줄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그동안 나는 아이들에게 교육자였을까, 부모였을까.
어긋났던 나의 생각들이 다시 자리를 잡아갔다. 남보다 조금 부족해도, 조금 천천히 간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불안해하지 말자. 아이들은 저마다의 장점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 부모가 기다려주고 따뜻하게 품어준다면 아이들은 그 힘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성장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저마다의 세상을 배워나간다. 때로는 나의 이런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오늘의 다짐을 기억하며 참된 사랑의 의미와 진정한 부모의 모습을 마음에 새겨본다.
<함께 읽으면 좋은 추천 도서>
로버트 먼치의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그린 그림책으로 아이와 부모 모두가 뭉클해지는 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서로에 대한 마음을 나누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