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윈터가든 Oct 29. 2022

회사 밖의 'Me' 타임

'Me'

2017년,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직장인의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 (Right to Disconnect)”을 법제화하였다고 합니다. 업무시간 외에 스마트 기기의 이메일, 전화, 메시지를 통해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로서, 직장인의 여가 시간 보장과 사생활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지요. 슬로바키아, 포르투갈, 필리핀에서도 관련 법을 적용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2016년부터 정치권에서 이러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법이 제정될지는 모르겠지만,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직장인의 워라밸 혹은 저녁이 있는 삶과 함께 중요한 이슈임에는 분명합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예전에는 새벽이나 주말에 팀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행동을 밥먹듯이 했습니다. 글로벌 회사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시차를 감안하기 어렵다는 미명 하에, 한밤중에 메일을 받는 사람들의 당혹스러움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카톡도 아니고 이메일이니까 편할 때 읽으면 되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지요. 사실 그 이메일 중에서 주말에 보내야 할 만큼 긴박한 건은 없었습니다. 그저 제가 갑자기 생각난 할 일, 아이디어, 챙겨볼 것 등을 잊어버리지 않고 빨리빨리 전달하려고 그러한 만행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당연히, 세상은 달라졌습니다. 특히, 주 52시간제가 실시되면서 관리직 이하의 직장인들은 시간외의 근무를 하면 꼬박꼬박 야근수당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이는 제가 방송사에서 밤새기를 밥 먹는 듯이 하며 일하던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아진 세상에서 신입사원으로 회사를 다니는 것이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바야흐로 직장인들에게 “시간은 돈”이라는 속담이 지금처럼 진리인 적은 없었습니다. 연장근무시간, 휴일근무시간은 모두 돈으로 환산되어 월급명세서에 보너스처럼 플러스가 되어 찍혀 나오고, 은근히 짭짤합니다. 그러니, 야근수당이나 휴일근무수당으로 계산되지 않는 시간에 날아드는 업무 이메일과 카톡을 보는 것은 안 될 일이지요. 미하일 엔데의 성장소설 <모모>에는 사람들의 여가시간을 훔쳐서 계속 일하게 만드는 회색 신사들이 등장합니다. 어른들의 세상을 온통 바쁘게 만들었던 이 신사들도 워라밸 정신으로 무장한 직원들을 상대로 시간을 빼앗기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영화 <어바웃 어 보이>에서 시간을 30분 단위로 나누어서 자신의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던 휴 그랜트야말로 주 52시간제에 부합하는 인재상인데, 극 중 캐릭터가 무직이라 집에서 TV만 보는 것이 안타깝네요. 

    지금 제가 다니는 회사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처음 입사해서는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 52시간제를 고려하지 않고 일하다가 인사팀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금세 적응하여, 이제는 저도 제때에 퇴근하며 워라밸을 실천합니다. 물론 업무시간에는 열심히 일하고,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야근도 하고 휴일 근무도 합니다. MZ세대 동료분들도 다 그렇게 합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주말이나 밤늦게 오는 이메일은 보고도 답장하지 않(으려고 하)고, 휴가 때 노트북을 챙겨가는 일도 없습니다. 예전에 일할 때는 절대 이러지 못했습니다. 소싯적에는 파이팅 넘쳤다고 자부하시는 지금의 팀장님들, 그래서 밤낮없이 파이팅 넘치게 일했다고 큰소리치시는 분들도, 지금 신입사원으로 일한다면 MZ세대 못지않게 빠르게 워라밸을 실천하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현실적으로 말해서,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성실히, 바쁘게 일하면, 저녁 6시 이후에는 진이 빠져서 늦게까지 남아서 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 52시간제 넘겨서 일하기는 더더욱 힘듭니다.               




참고자료:

"퇴근하면 좀 쉽시다" .... 업무시간 외 '카톡 금지법' 통과될까, 시리즈 이슈 On, 네이버 법률, 2022년 10월 3일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4548740&memberNo=38212397&vType=VERTICAL)

이전 04화 내일 뵙겠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