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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터가든 Oct 29. 2022

내일 뵙겠습니다

케이스 하나.

스포츠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제 후배는 지난 2년간 코로나 여파로 스포츠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되자, 사업상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직원들 월급을 제때 줄 수 있을지 걱정이 돼서 밤잠을 설칠 지경이었지요. 이러던 중, 한 골프 경기 글로벌 스폰서와의 화상 회의가 잡혔습니다. 그에게 너무나 중요한 비즈니스 기회였고, 천신만고 끝에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화상회의를 마친 시각은 저녁 6시 5분, 이 기쁨을 전하기 위해 부랴부랴 회의장을 뛰쳐나왔으나 — 회사에 남아있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아무리 대표라도 ‘내가 누굴 위해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 걸까’ 회의가 느껴질 것입니다. 많은 팀장님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녁이 있는 삶을 향해 달려가던 MZ세대 직원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그건 대표님 일이잖아요.”라고 심드렁하게 말했을 것인지, “다음 날 들어도 되는 일 아닌가요?”하며 의아해했을 것인지, “아, 그런 중요한 회의가 있는 줄 알았다면 결과를 기다렸을 텐데요.”하고 송구스러워했을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저 후자였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신입사원의 입장에서는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뭔가를 도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있고 없고가 사업 성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닌데, 다음 날 들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렇게 온도차가 달라지네요.            


케이스 둘.

목요일 저녁 5시 30분, 대기업에 다니는 팀장님은 후배가 지금 막 보내온 제안서 초안이 마음에 안 듭니다. 다음 주 월요일 사장님 보고가 잡혀있는데 초안을 보니 고칠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하나하나 코멘트를 주다 보니 저녁 6시 15분이 되었습니다.  결국 후배가 이야기를 꺼냅니다. 

“팀장님, 내일 하면 안 될까요? 퇴근시간이 지났는데요.”


팀장 입장에서는 속이 부글부글합니다. 제대로 일 못한 직원을 혼내지 않고 가르쳐주는 것만도 고마운 줄 알아야지, 내일 하자는 말이 나올까? 싶지요.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자신도 퇴근해야 하지만, 팀장님도 퇴근해야 하니, 우리 모두 오늘은 빨리 가고, 내일 다시 일을 하자는 것이지요. 지금 코멘트 줘도 내일 와서 고치지 오늘 저녁에 고칠 것은 아니고, 또 사장님 보고는 다음 주 월요일이니까, 모두에게 금요일 하루가 더 남아 있는 것이니까요. 뭐, 둘 다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이럴 때는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퇴근 시각에는 퇴근을 합니다. 꼭 저녁에 사정이 있어서, 가족 모임이 있어서, 아이가 아파서 퇴근 시각에 칼퇴근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퇴근 시각이 되면 퇴근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첫째, 그것이 회사와 맺은 고용계약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회사 밖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들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인스타 피드도 관리하고, 카카오 브런치에 글도 쓰고, 유튜브 개인방송 준비도 해야 합니다. 영어도 배우고, 파이썬 데이터 분석 수업도 듣습니다. 친구도 만나고, 쇼핑도 하고, 동호회 활동도 하고, 피트니스센터 가서 몸 만들어서 프로필 사진도 찍어야 합니다. 혼자 치맥 하면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니, 회사에서 정해진 시간을 넘겨서 있을 수가 없습니다. 영화관에서 영화가 끝나면 자리를 뜨듯이, 기차역에서 기차 시간이 되면 바로 탑승하듯이, 그렇게 퇴근하는 것입니다. 야근수당도 큰 유인책이 못 됩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이며 100달러 지폐에서 만날 수 있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라고 했다면, 오늘의 MZ세대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내일 회사 와서 할 일을 굳이 오늘 남아서 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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