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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터가든 Oct 29. 2022

좋은 아침입니다!

1화) 좋은 아침입니다!

“출근시각은 일을 시작하는 시각? 회사에 도착하는 시각?”


올해 3월, 어른이들의 비밀 상담소라는 부제가 붙은 SBS 세대공감 토크쇼 프로그램 “서클 하우스”에서 젊은 꼰대와 MZ 세대가 출연하여 출근시각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출근시각이 오전 9시라면 MZ 세대는 근로계약서에 나와 있듯이 그 시각까지 출근만 하면 된다고 주장하였고, 젊은 꼰대 세대는 그전에 출근해서 모든 준비를 다 해놓고 오전 9시에 바로 업무를 시작하도록 스탠바이하고 있어야 한다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흠, 두 가지 주장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이 문제는 꼰대 세대냐 MZ세대냐를 따지기보다는 우리가 맡은 업무의 성격이 어떤지를 생각하면 결정하기가 더 쉬워질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성과 및 매출실적 중심으로 운영되는 회사는 비교적 출근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제가 일하던 방송업계가 그런 곳이겠습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동시간대 1위 시청률을 달성하고, 빵빵한 광고주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방송사에서는 “콘텐츠가 왕”이라는 넘버원 룰에 의해 업무가 돌아갑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아침 일찍, 밤늦게, 주말에도 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대신 정시 출근과 같은 족쇄는 없었지요. 하지만 그들에게는 출근시각 엄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시청률에 대한 엄청난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하지만 방송사에서도 컴퓨터를 돌봐주는 IT나 자금 집행을 담당하는 재무팀 등 지원부서는 출근시각을 잘 지켜야 했습니다. 동료들이 그들을 찾을 때 그들이 자리에 없으면 큰 원성을 사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하루 10분 지각하였는데, 그 시간에 다섯 명의 동료들이 찾았다면, 다섯 번 지각한 것과 비슷한 평판을 얻게 되는 거지요.  만일에 왕회장님 보고가 잡혀 있는데 사장님 컴퓨터가 고장 나서 중요한 문서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면! 겨우 10분 늦었을 뿐인데 그 대가가 너무 혹독해서 억울할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맡은 일의 본질이 그런 것이라면 감수해야 합니다. 대신, 퇴근시간에는 칼같이 업무를 끝내고 전원을 끌 수 있는 파워가 있지 않습니까!

    젊은 꼰대들이 “내가 신입이었을 때는 출근시간 30분 전에 와서 준비 다 해놓고 있는 게 기본이었다”며 핏대 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십시오. 그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면서도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데?” 하며 불평하지 않았는지요. 내가 그 당시에 하기 싫었던 것을 MZ세대가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본인도 싫어하던 구시대의 악습을 물려줄 필요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50세 신입사원인 저의 관점으로는 오전 9시가 출근시각이라면 오전 9시까지 출근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교통사정이 복잡할 때는 정시까지 출근하는 것도 보통의 성실성 이상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각만 안 해도 대견하지 않습니까.

    여기서 잠깐! “윗사람들은 맨날 자리에 없던데요?”하며 항의하는 MZ세대들에게도 한마디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보편적으로 회사에서는 연봉이 높을수록 출퇴근 시간이 유연하고, 직급이 낮을수록 출퇴근 시간이 빡빡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팀장님들은 퇴근 후에도 쉴 새 없이 이메일을 체크하고,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고, 신사업을 구상합니다. 일반 직원들이 퇴근 후에는 플러그를 빼고 워라밸을 즐기는 것과는 다르지요. 그래서 일반 직원들의 출퇴근 시각은 관리되어야 하는 한다고 믿는 회사들이 많은 것이지요. 

근무시간에 성실히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회사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서 맺은 약속이고, 그 약속은 모든 세대에게 똑같이 적용됩니다. 우리 시대의 멋쟁이 멘토로 칭송받는 윤여정 배우님이 ““나는 공부는 못해도 숙제는 해갔어요.”하며 명쾌히 말씀하셨듯이, 우리, 일은 못할 수 있어도 지각은 하지 맙시다! 


지금 저는 출근시각을 엄수해야 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1분이라도 지각하면 근태 기록에 지각으로 남으니 엄격하지요. 하지만 ‘1시간 외출’이라는 똘똘한 휴가제도가 있어서, 지각할 때는 ‘1시간 외출’을 신청해서 0.125일의 연차를 사용합니다. 직원과 회사가 서로 얼굴 붉힐 필요가 없으니, 아주 합리적인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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