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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터가든 Oct 29. 2022

"50세에-다시-신입사원",
저도 비슷합니다


생텍쥐페리가 일찍이 <어린 왕자>를 통해 귀띔해주었듯이, 우리들도 누구나 처음에는 신입사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팀장들은 별로 없습니다.


올해 8월, 공익광고협의회는 “알파벳에 대한 편견”이라는 제목으로, 세대 갈등 해소 메시지를 담은 공익광고를 공개했습니다. ‘X세대’ ‘MZ세대’ 등 알파벳으로 명명되는 세대 간의 차이를 극복하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세대로서 공감하며 살자는 영상을 보니, 요즘 세대 갈등이 얼마나 심각하면 이런 공익광고가 등장했을까 싶습니다. 왕년의 X세대, MZ세대 맏형인 밀레니얼 세대, 무섭게 온다는 90년생으로 구성된 오늘날의 일터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미디어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이 등장한 MZ세대를 작금의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정체모를 신인류로 소개하였고, 조직의 인사팀에게도 MZ 세대 직원은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었지요. MZ세대 직원이라 하면 개인주의적이고, 자신의 권리에 민감하며, 즐거움만 추구하는 듯한, 살짝 부정적인 뉘앙스가 깔려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궁금합니다. MZ세대가 그리도 다른 존재일까요?

    젊은 세대는 지금까지와 달리 제멋대로라고 보는 기성세대의 인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어 왔다고 합니다. 기원전 4000년 경의 바빌로니아 점토판에서도, 기원전 1700년 경 수메르 점토판에서도, 동양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비자>에서 젊은이에 대한 탄식이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 지금의 MZ세대만 가지고 뭐라고 할 일이 아닌 거지요. 심지어는 지금의 기성세대도 2-30년 전 청춘 시절에는 어르신들 눈살 찌푸리게 하고 세상을 놀라게 하는 당당한 신세대였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MZ세대가 보여주는 모든 낯섦과 새로움은 그들 세대만의 특수함이 아니라, 우리라도 지금의 상황에서 그 나이로 살았다면 그랬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한마디로 ‘나라도 그랬겠다’는 것이지요. 네, 지금 제가 50세에 다시 신입사원으로 일하면서 몸소 경험하는 것입니다.  저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1998년부터 20년 간 TV 방송사에서 일하면서 국내외 방송사 콘텐츠 분야에서 팀장 또는 디렉터로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았습니다. 2018년 회사를 그만둔 후, 2년 반을 전업주부로 살다가, 감사하게도 2020년부터 교육업 관련 회사에 공채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생활 시작한 지 22년 만에 다시 신입사원이 된 것입니다!  

    ‘꼰대’ 소리를 들을 나이에 신인류라는 MZ세대 동료와 함께 일할 것을 생각하니, 첫 출근날, 저의 마음은 조마조마하였습니다. 제가 처음 접하는 분야에서, 제가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태어난 80년대, 90년대 친구들에게서 업무를 배우고 협업하는 신입사원 생활은, 놀랍게도, 공감과 깨달음의 연속이었습니다. 제가 팀장이던 시절, 막내 직원 나이인 동료들과 얘기하다 보면 ‘내가 팀장 시절에 우리 팀원들의 이런 마음을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싶고, 50년대생 베이비부머 출신 제 보스와 얘기하다 보면 ‘저 양반이 실적 압박으로 힘들 텐데 도울 게 없을까’ 싶습니다. 직장에서 만나는 보스, 선배, 동료들은 베이붐 세대 건, X세대건, MZ세대건, 제네레이션 Z 세대건, 그들의 심정이, 행동이 대부분 다 이해할 수 있었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세대’보다 더 중요한 건 ‘상황’이고, “그 상황에서는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50세에-다시-신입사원” 유쾌 반전 출근기는 바로 그러한 역지사지의 마음에서 제가 지난 20개월 동안 다시 신입사원으로 일하면서 경험한 것과 느낀 것을 기록한 것입니다. 최근 변화한 사회 상황, 업무환경, 회사 문화의 흐름 속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는 MZ세대 선후배와 동료들에 대한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자, 같은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모든 세대에 대한 단상이기도 합니다. 출근, 점심 브레이크, 퇴근과 같은 매일 일과부터, 휴가와 연차와 같은 직장인의 해방기, 인사평가와 승진과 같은 중차대한 연례행사 등을 둘러싸고 MZ세대 직원들이 X세대 상사를 대하면서 느끼는 미묘한 신경전, 또는 대놓고 도전하는 갈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였습니다. 

    가끔은 왕년의 팀장의 눈으로 보기도 하였으나 (가끔은 꼰대스러웠음을 힘들게 고백합니다), 거의 매일은 신입사원의 마음으로 보고 생각한 것들이라 자신 있게 주장합니다. ‘저라고 다르지 않습니다’라는 깨달음으로 써 내려간 저의 신입사원 업무일지가 오늘도 세대갈등으로 고민하는 팀장님들, 팀원님들에게 ‘그 사람,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이해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래서 ‘나라도 그랬을 수 있다’는 공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큰 기쁨으로 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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