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결재하는 팀장의 자세

회사 다니면서 눈치 보이고 조마조마한 순간 중의 하나가 휴가계를 낼 때입니다. 주어진 연차를 꼭 소진하라며, 인사팀에서 휴가 사용계획을 미리 받고 독려하여도, 갑자기 휴가를 내거나, 2주 이상 휴가를 낼 때는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고민되는 게 현실입니다. 제가 팀장이었을 때, 아무리 쿨하게 휴가를 보내주려 하여도 아무 말도 없이 결재해주면 팀원들에게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닌가 싶어 “어디 좋은 데 가?” 하며 쓸데없는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퇴근 무렵 다음 날 휴가를 가겠다면 미안한 얼굴로 찾아온 팀원에게 “퇴근 시간 되어서 휴가 얘기를 하다니 너무한 거 아냐?”하며 혼을 낸 적도 있었습니다. 아, 정말 미친 짓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때 우리 팀원이었던 친구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합니다.  

전국의 팀장님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직원들 휴가는 전적으로 직원들에게 맡겨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휴가에 대처하는 팀장의 이상적인 자세입니다. 요즘 친구들, 책임감 있고 똘똘해서 자기가 하는 일에 지장이 생길 만한 휴가 스케줄을 마구 요구하지 않습니다. 만일 지장이 있을 것 같으면 동료들에게 미리미리 부탁을 해서 큰 사달이 나지 않게 조치하고 나서 팀장님에게 휴가 기안을 올립니다. 2주 이상 장기 휴가를 갈 때는 본인이 스스로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을 장착하고 가서 급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대비합니다. 다 갈 만한 준비를 하고 나서 가겠다고 말씀드린다는 겁니다. 이런 직원일수록, 팀장님이 흔쾌히 보내주면 얼마나 고마워하겠습니까!  유능한 팀장 되기가 힘에 부친다면 휴가 잘 보내주는 팀장이 되는 길을 선택하세요. 그건 쉽지 않습니까. 만일 직원이 장기 휴가로 업무에 펑크를 내면 그때 솔선수범해서 그 펑크를 메워주세요. 분명 그 직원이 훗날 크게 은혜를 갚을 것입니다.  

    지금 제 보스는 우리 부서의 구글 캘린더에 각자의 휴가 스케줄을 표시해달라고만 합니다. 미리 캘린더에 올려만 놓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휴가 기안을 뒤늦게 내도 오케이입니다. 그저 누가 사무실에 있고 없고만을 파악하기를 원합니다. 이렇게 하면 큰일이 날 것 같지요? 절대 아무 일 안 납니다. 업무에 펑크 난 적도 없고, 일이 정체되지도 않습니다. 아, 한 가지 일이 벌어지긴 합니다. 회사 내에서 가장 인기 많은 보스 중 한 명으로 등극하는, 아주 영광스러운 일이 벌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