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윈터가든 Oct 22. 2023

7화:  여자는 “딱 보면 안다.”

33세 동갑 커플 여자 1호와 남자 1호는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러브? 러브?! 러브!> 방송을 보고 있다. 화면에서는 앤드류와 톰이 미셸을 중간선택하는 장면이 나오고 미셸은 호호호 웃고 있다. 여자 1호는 남자 1호 들으란 듯이, 오버해서 말한다.   

    “야, 미셸 저 여자 완전 내숭이야. 예쁜 척하고, 남자들이 무슨 말만 하면 까르르 웃고, 콧소리 내면서 얘기하고. 저런 여자는 진짜 별론데 남자들이 다 속고 있네. 앤드류고 톰이고 다 헛똑똑이야. 저렇게 여자 보는 눈이 없나?”

    남자 1호는 흥분한 여자 1호를 의식하며 조심스레 말한다. “글쎄, 난 미셸 괜찮은데. 착해 보이는데?”

여자 1호는 내 그럴 줄 알았지, 싶어 한수 가르쳐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남자 1호를 돌아보고 말한다. “나나 같은 여자가 괜찮은 거야. 똑똑해서 대화가 되잖아. 성격 좋고, 가식적이지도 않고. 미셸 같은 애는 진짜 안돼. 딱 뒤통수 칠 스타일이야.”

    화면 속 미셸은 집 앞에 찾아온 앤드류를 만나러 가기 위해 카모밀 티를 끓이고 있다. 남자 1호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심드렁하게 말한다. “미셸이 그렇게 나쁜 여자는 아닌 거 같은데?” 그리고 안 했어야 할 얘기를 하고야 만다. “여자들은 꼭 얼굴 예쁜 여자들을 욕하더라. 이상해. ” 

    여자 1호, 발끈한다. “야, 그게 무슨 소리야? 여자들이 여자를 제대로 볼 줄 아는 거야. 남자들이 여자 외모만 보고 판단하는 게 문제인 걸 모르고.”

    남자 1호, 슬슬 기분이 나빠져서 반격한다. “외모 예쁜 여자 보고 욕하는 것도 외모만 보고 판단하는 거야.” 

    “뭐? 나는 외모가 아닌, 그 속을 보는 거라고 몇 번을 말해!” 여자 1호, 화를 버럭 내고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점퍼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나간다. “너 같은 남자랑 3년을 사귀고 결혼까지 생각했다니 어이가 없다.” 쏘아붙이고, 현관문을 열고 나와버린다.

    답답한 마음에 아파트를 나서니 10월 밤바람이 서늘하다. 부글부글 끓던 감정도 차분해진다. 놀이터 그네에 앉아서 내 분노의 근원이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해 본다. ‘근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나는 걸까? 진짜 내가 예쁜 여자를 싫어하는 건 아니겠지?’ 잠시 흔들렸지만 제자리로 돌아온다. ‘아냐, 나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외모지상주의 시각이 혐오스러울 뿐이야.’  

    지원군이 필요한 여자 1호,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핸드폰 기계 속 여자 2호의 음성이 들린다. “응, 나야.” “너 <러브 러브> 봤어?” 여자 1호와 여자 2호의 화난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온다. 이어지는 여자 2호의 비난. ““야, 미셸 진짜 짜증 난다. 딱 봐도 여시 같은데 뭐가 좋다고…”

    여자 1호, 빙긋이 웃는다.  역시 여자들은 제대로 보는구나.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팀에서 일하는 얘도 이러니. 안심하고 밝게 외친다. “우리가 제대로 본 거 맞지?” 여자 2호의 반가운 목소리. “그럼 그럼. 우리는 딱 알지.”  

    여자 1호는 결심한다. ‘죽었어, 남자 1호. 이번 기회에 진정한 현대 여성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줘야겠어…. 근데 이 남자가 왜 나랑 만나는 거지? 내 미모에 반한 건가? 아 몰라, 짜증 난다.’                                          여자 1호, 밤바람은 점점 차가워지는데 남자 1호의 여성관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난감하다.

이전 06화 6화: 두근두근 - 출연자들의 최종 선택을 맞혀보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