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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Jul 31. 2019

골프, 테니스 그리고 배드민턴

초등시절부터 한두 가지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20대까지는 이것저것 잡다한 운동을 했고 30대에는 테니스, 40대에는 골프, 50대에는 등산, 그리고 지금은 배드민턴을 주로 하고 있다. 하던 운동을 바꾼 것은 싫어져서가 아니고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진득하게 한 운동이 없어서 특별히 잘하는 것은 없다. 그래도 골프, 테니스, 배드민턴은 웬만큼 하는 편이다. 한때는 테니스에 꽂혀 주말이면 코트에서 살다시피 했고 한때는 골프에 빠져서 1년에 100라운드를 한적도 있다. 5년 전부터는 매일 새벽 배드민턴을 한다. 


운동이 주는 즐거움은 모든 운동이 비슷한 것 같다. 얼마나 몰입해서 하느냐의 문제이지 종목의 문제가 아니다. 몰입해서 하면 골프, 테니스, 배드민턴 세 가지 운동뿐만 아니라 탁구, 볼링, 당구, 라켓볼, 자전거, 수영, 스키 기타 등등 모든 운동이 즐겁다. 


운동량의 관점에서 보면 골프는 산책 정도의 가벼운 운동이다. 땀나는 운동이 아니다. 그러나 테니스와 배드민턴은 상당히 격렬한 운동이다. 한 시간 정도만 해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땀 흘릴 정도로 격렬해야 엔도르핀이 나온다. 배드민턴과 테니스는 땀을 흠뻑 흘린후 엔도르핀에 의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으나 골프는 그게 없다.


운동 자체가 주는 즐거움 그리고 땀 흘린후 즐거움을 고려한다면 테니스와 배드민턴이 골프보다 더 즐거운 운동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운동 자체가 아닌 다른 이유를 함께 적용하면 골프가 단연 최고이다. 


운동 자체 즐거움에 더하여 운동하는 장소가 즐거움을 더해 주기도 한다. 골프는 시원한 풍광이, 등산은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이, 눈 위에선 하얀 설원이, 바다에서는 푸른 대양이 운동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이런 점에서 골프는 테니스, 배드민턴에 비해 장소가 주는 즐거움이 추가된다.


승부욕은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을 분출시켜 짜릿함을 더해준다. 내기를 하면 승부욕이 강해진다. 모든 운동이 내기를 해서 즐거움을 배가 시킬 수 있으나 골프는 이점에서 최고이다. 


테니스와 배드민턴은 진 팀이 밥사기 정도이지만 골프는 내기의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내기의 종류가 많은 만큼 짜릿함이 커지며 매 타구마다 내기와 직접 연관되므로 긴장감과 짜릿함이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지속된다.


골프는 자기 만족감에 따른 즐거움이 추가된다. 과거 골프는 특권층의 상징이었다. 88 올림픽 이전까지만 해도 부유층이나 권력층만이 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 골프를 하면 자신이 그런 위치에 속하게 된다는 자기 만족감을 느낀다. 


이 현상이 경제 확장기였던 90년대 골프붐을 일으켰다. 너도나도 골프를 배웠다. 베이비부머의 경우 잘 나갔던 사람은 90년대 초반에, 대개는 90년대 중반 또는 후반에 골프를 시작했으며 뒤늦게 2천 년대에도 많이 시작했다. 지금도 50넘은 나이에 골프 시작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운동의 즐거움에 추가하여 골프는 인간관계와 사교의 목적으로 유용하다. 잘하던 못하던 함께 필드를 걸으면서 인간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점은 운동의 즐거움이라기보다 별개의 효용이다.


종합하면 세 가지 운동 중 운동 자체의 즐거움은 테니스와 배드민턴이  좋다. 그러나 골프는 풍광 좋은 야외에서 상쾌한 기분으로 그리고 내기를 하는 짜릿함이 있고 자기 만족감이 있으며 사교나 인간관계 강화에 유리하다. 어느 면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각 운동에 대한 선호가 다를 수 있다.


나는 54세 퇴직 이후 인간관계나 사교를 위해 운동할 필요가 없어졌고 내기에서 얻는 짜릿함도 싫어졌다. 오로지 건강을 위한 운동 자체만을 고려하다 보니 배드민턴이 좋아졌다. 그리고 배드민턴은 골프와 테니스가 갖지 못한 아래와 같은 많은 장점이 있다.


첫째 시간 소모가 적다. 격렬한 운동이라서 한두 시간만 해도 운동량이 충분하다. 또한 운동장소에 오가는 시간이 짧다. 전국 어디나 집 가까이에 배드민턴 클럽이 있다. 내가 다니는 클럽은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이다. 그러나 골프는 이동에만 왕복 두 시간이 기본이고 운동 그리고 뒤풀이까지 해서 거의 하루 종일 소요된다. 


둘째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골프, 테니스는 실외운동이다. 실외 운동은 비, 눈, 바람 등 날씨에 영향을 받으며 조명이 없으면 주간 운동만 가능하다. 대부분의 배드민턴 클럽은 학교나 공립 체육관에서 운영된다. 날씨 영향을 받지 않아 연중 주야로 운동이 가능하다.


셋째 함께 운동할 멤버 구성이 쉽다. 배드민턴 동호회는 정해진 시간에 항상 수십 명이 운동하고 있어서 체육관에 가기만 하면 멤버가 저절로 구성된다. 골프나 테니스는 멤버 구성이 쉽지 않다.


넷째 경제적이다. 배드민턴은 매일 운동하면서도 1년에 회비, 복장, 장비에 100만 원이면 충분하다. 산책 다음으로 저렴한 운동이다. 테니스는 그 몇 배 골프는 수십 배의 경비가 든다.


다섯째 부상의 위험이 적다. 어느 운동이던 부상의 위험이 있지만 배드민턴은 실내 운동이어서 부상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여섯째 오랫동안 할 수 있다. 우리 클럽에 70대 회원이 몇 명 있다. 탁구, 수영, 골프 등은 더 오랫동안 할 수 있으나 배드민턴은 많은 운동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내가 생각하는 배드민턴의 장점이 모든 사람에게 같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장점이 어떤 이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는 게 시간뿐인 사람은 짧은 시간에 끝나는 배드민턴이 싫을 수 있다.


나는 우연히 배드민턴을 시작하였지만 배드민턴으로 인해 얻은 행복감이 크다. 집 바로 옆에서 부부가 함께 매일 아침 땀을 흘림으로써 일상의 행복이 한 단계 상승했다.


하루에 느끼는 행복감의 총량을 100이라 한다면 아침 두 시간의 배드민턴이 30~40을 차지한다. 배드민턴을 하는 날과 하지 않은 날의 행복감이 차이가 날정도로 배드민턴이 우리의 행복에 매우 중요해졌다.

지난봄 동유럽 여행을 했다. 내년부터 시작할 해외살이를 위한 사전 답사 여행이라서 주민들의 삶을 유심히 살펴봤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지역을 둘러보는데 한 중년 남성이 배드민턴 백을 매고 간다. 물었더니 배드민턴 클럽이 도시마다 있다고 한다. 오면 언제든지 환영이란다.


우리 클럽에도 외국인 회원이 몇 명 있다. 세르비아에서 온 연구원은 수준급이다. 그 친구에게 물었더니 동유럽 국가는 한국만큼 배드민턴이 인기라고 한다. 배드민턴이 해외살이에도 매우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삶에 운동은 필수이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이 필요하며 운동 자체가 주는 행복감을 위해서라도 운동을 해야 한다. 그것도 가능하면 부부가 함께 하면 좋다.


배드민턴을 추천한다. 찾아보면 집 주변에 배드민턴 클럽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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