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AN Jul 11. 2021

우상을 주제로 한 시들

나의 신이시여, 나는 어디로 가야합니까.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우상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우상이란 사람들한테서 경배나 찬양을 받는 존재를 말합니다. 또한, 그 행동이나 모습이 하여금 다른 사람들의 귀감이 될만하다고 여겨지는 인간에게 주어지는 칭호이기도 합니다.

우상에는 다양한 형태와 용도가 있습니다. 단순한 숭배부터 시작해서 종속, 사랑, 모방, 복종 등 개개인이 품는 의도와 뜻에 따라 정의나 모습이 변하죠. 아마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우상은 '모방'으로서의 우상일 겁니다. 흔히 롤모델이라 불리는 그것 말입니다. 사실 어떤 종류의 우상이든 이 모방하고 싶은 마음이 바탕으로 깔리죠.

모방으로서의 우상에는 기본적으로 부러움이 담겨 있습니다.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자신을 노력하게 만들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거죠. 그 마음이 너무 과하게 치우치지 않는 이상 우상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반면 우상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모방을 넘어 강박으로 바뀌면 욕망은 광기로 변하게 됩니다. 그 사람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악마가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상을 바라볼 땐 절제가 중요합니다. 우상 때문에 자신을 버리게 되느니 차라리 우상화하는 걸 그만두는 편이 낫죠.

그래서 이번 주의 베스트는 우상을 다각적으로 드러낸 글을 위주로 뽑아보았습니다. 어떤 작품이 베스트에 올랐을까요? 한번 살펴봅시다.



1. 장예은님의 '우상 짧은 2행시'

https://m.fmkorea.com/3716952182
///////////

우리의 사랑은  

상처로 끝나지 않길 바랐어
//////////
시평: 타인을 우상화한다는 것은 친숙하게 표현하자면 일종의 사랑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사랑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듯, 사람이 우상에게 지니는 마음도 변하죠.

어떠한 우상이 사람의 마음에서 영원히 우상일수는 없습니다. 마음이 바뀌든 우상의 본모습이 타락하든 마침내 우상과 같은 위치에 올라서든. 어찌되었건 대부분의 우상은 끝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보통은 베드 엔딩이 훨씬 더 많죠.

우상의 끝은 상처를 남깁니다. 연인과의 이별을 겪은 사람이 새로운 사랑을 만나도 전 애인을 생각하는 것처럼, 새로운 우상을 만들어도 그 사람의 마음 속에는 무너진 조각상이 한켠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영원히.

잘 읽었습니다.


2. 아떽띠해님의 'ㅇㅜㅅㅏㅇ'

https://m.fmkorea.com/3712105247
/////////

우 주가 너를 중심으로 돌고


우 리가 세상의 전부가 된다.


사 랑의 완전무결함은 절대적이니


아 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아 무것도 비할 바 없는 나의 사랑, 나의 그대.
//////////
시평: 다르게 생각해보면 결국 모든 우상은 사랑으로 귀결되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 본인이 되는 것이 아닌 이상, 가장 가까이에서 사는 게 우상화의 최종 목적지인 경우가 많을테니까요.

제가 이 글을 베스트로 뽑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우상의 종류가 여러 형태로 글에 나타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우주가 너를 중심으로 돈다는 것은 숭배의 색채를. 세상의 전부가 된다는 표현은 역설적인 종속의 색채를. 그리고 이런 다양한 느낌을 사랑으로 감싸안는 마무리. 잘 지은 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3. 끝없는갈증님의 '그리지 않기'

https://m.fmkorea.com/3724517129
///////////

구태여 그릴 필요 없다

전능하신 그대
필요한 모습으로
오시나니

나를 키우신 부모로
나를 말리는 친구로
내가 사랑한 그대로

돌이켜보면 어디에도 있고
어느 곳에도 계셨다

사소하게 다가와
툭 던지고 가실지니

꾸짖으러 오시든
일깨우러 오시든
언제나 쓰게 오실터


좋은 모습으로
그려둘 필요가 없다

귀를 여는 것만 못 하다
///////////
시평: 우상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입니다. 우상화는 욕망의 발현이자 갈구의 또 다른 형태니까요.

이 글의 화자는 마치 득도한 사람처럼, 전능한 우상을 초월적인 시각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한발짝 떨어진 상태로요. 그러고는 자기가 우상처럼 되려는 과정에서 실수를 범하면, 언제나 우상이 쓴 소리를 해주실테니 자신은 귀를 열기만 하면 된다는 자세를 취합니다.

이미 화자는 남들의 귀감이 될만한 그릇을 가졌네요. 이런게 바로 우상이 또 다른 우상을 만들어내는 선순환이겠죠. 우상에 대한 제 생각을 조금 돌아보게 만드는 글이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
이번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저에게는 여러모로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는 한 주였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 언제나 저의 우상들을 생각합니다. 글솜씨로사의 우상, 삶의 자세로서의 우상, 외형적인 부분에서의 우상, 수는 그때그때마다 다르지만 타자를 마쳤을 때 하는 생각은 언제나 똑같아요.

'어떤 모습으로든 나는 최고가 된다'

우상의 존재는 제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을 부추겨줍니다. 지금은 나름의 근거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강한 마음을 더 견고하게 해주는 그들에게 언제나 감사합니다.

말이 좀 길어졌네요.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작가의 이전글 시계라는 이름의 새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