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펨코리아의 '창작 도서 갤러리'에선 일주일마다 관리자가주제를 하나 선정한다. 그러면 갤러리 이용자들은 그걸주제로 게시판에 글을 쓰는데, 그중에서 좋은 글을 뽑아 베스트에 선정한다.
안녕하세요. FCB9입니다.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 또 돌아왔네요.
독, 대놓고 어두컴컴한 주제였습니다. 부정적인 의미가 대부분인 이번 주제는 담고 있는 함의가 무척 넓었어요. 독은 독인데 어떤 종류의 독인지, 혹은 이름만 독일뿐이지 뜻은 다른 독인지. 사실 독은 해롭다는 추상적인 이미지만 있지 명확한 모습이 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다양성을 다 설명할 수는 없으므로 여기선 우리가 흔히 아는 의미의 독만 살펴보겠습니다.
먹거나 맡으면 몸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독. 그 독은 맛도, 냄새도, 색깔도 정해진 법이 없습니다. 어떤 이는 달콤한 꿀 색의 독을 마셔서 몸을 망치고 또 어떤 이는 쓰고 검은 독을 억지로 입 안에 털어넣죠. 그리고 독 때문에 누구는 죽고 누구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습니다.
독은 때때로 솔직하고 때때로 거짓말을 합니다. 오로지 사람을 해치기 위해서. 사람이 독을 떠올릴 때 그려지는 형상이 여러가지인 것처럼, 독도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으로 나눠집니다. 다르게 보면 독이 물건이라는 생각도 틀렸을 수 있습니다. 다른 이에게 해를 입히는 사람 모양의 독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제 생각을 늘어놓다보니 글이 길어지고 말았네요. 그럼 이번 주의 베스트에 어떤 글이 올라왔는지 함께 보도록 합시다.
시평: 독 안에 든 쥐가 품는 희망 자체가 독이라니. 머리가 띵해지는 발상입니다. 니체가 한 말 중에 '희망은 모든 악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고통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 라는 것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희망고문은 단순한 절망보다 훨씬 절망스럽다는 뜻입니다.
쥐는 자기 머리 위로 비추는 빛을 보고 독 안에서 나가기만을 바라며 벽을 긁습니다. 그 생각과 행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독이 되겠죠. 독 안에 든 쥐가 독에 절여질 때까지. 아이러니합니다.
시평: 아까 독 중에서 맛이 달콤한 독도 있다고 했었죠? 안 해로운 독이 어디있겠냐만은 단 독은 다른 독보다 더 위험합니다. 맛이 없는 독이거나 쓴 독은 먹었을 때 뱉어낼 수라도 있지 달콤한 독은 몸 곳곳에 퍼질 때까지 깨닫지를 못합니다. 화려한 색 안에 독을 품고 있는 독개구리가 생각나네요.
그럼 달콤한 독은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이 시에도 나와 있듯이 전 외로움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있을 때 생기는 걱정이라는 이름의 독보단 외로움이 지니는 편안한 독이 제가 보기엔 훨씬 더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