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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Aug 11. 2020

독을 주제로 한 시들

시와 시평

*들어가기에 앞서. 이게 무슨 글을 뽑은 것인가?

에펨코리아의 '창작 도서 갤러리'에선 일주일마다 관리자가 주제를 하나 선정한다. 그러면 갤러리 이용자들은 그걸 주제로 게시판에 글을 쓰는데, 그중에서  좋은 글을 뽑아 베스트에 선정한다.  



안녕하세요. FCB9입니다.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 또 돌아왔네요.


독, 대놓고 어두컴컴한 주제였습니다. 부정적인 의미가 대부분인 이번 주제는 담고 있는 함의가 무척 넓었어요. 독은 독인데 어떤 종류의 독인지, 혹은 이름만 독일뿐이지 뜻은 다른 독인지. 사실 독은 해롭다는 추상적인 이미지만 있지 명확한 모습이 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다양성을 다 설명할 수는 없으므로 여기선 우리가 흔히 아는 의미의 독만 살펴보겠습니다.

 

먹거나 맡으면 몸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독. 그 독은 맛도, 냄새도, 색깔도 정해진 법이 없습니다. 어떤 이는 달콤한 꿀 색의 독을 마셔서 몸을 망치고 또 어떤 이는 쓰고 검은 독을 억지로 입 안에 털어넣죠. 그리고 독 때문에 누구는 죽고 누구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습니다.


독은 때때로 솔직하고 때때로 거짓말을 합니다. 오로지 사람을 해치기 위해서. 사람이 독을 떠올릴 때 그려지는 형상이 여러가지인 것처럼, 독도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으로 나눠집니다. 다르게 보면 독이 물건이라는 생각도 틀렸을 수 있습니다. 다른 이에게 해를 입히는 사람 모양의 독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제 생각을 늘어놓다보니 글이 길어지고 말았네요. 그럼 이번 주의 베스트에 어떤 글이 올라왔는지 함께 보도록 합시다.




1. 거절은거절해님의 '독안에 든 쥐'


https://m.fmkorea.com/3001398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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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안에 든 쥐



나가기 위해


손발톱이 빠지도록


벽을 긁어서 얻는것은


잠깐의 부양



가족의 부양을 위해


앞뒤가리지않고


달려나간 결과가


독안에 든 쥐



하염없이 기다리며 굶어가는


가족들을 위해


쥐는 희망을 잃지않기위해


기도 한다



머리위에 내리는


한줄기 빛은


손에 잡힐듯한 구원


불가능속에 품는 희망은


절망이라는 독과 같으니


독 안에 갇힌 쥐


독에 파묻힌 쥐


//////////


시평: 독 안에 든 쥐가 품는 희망 자체가 독이라니. 머리가 띵해지는 발상입니다. 니체가 한 말 중에 '희망은 모든 악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고통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 라는 것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희망고문은 단순한 절망보다 훨씬 절망스럽다는 뜻입니다.  


쥐는 자기 머리 위로 비추는 빛을 보고 독 안에서 나가기만을 바라며 벽을 긁습니다. 그 생각과 행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독이 되겠죠. 독 안에 든 쥐가 독에 절여질 때까지. 아이러니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2. 생각팔이님의 '단 독'


https://m.fmkorea.com/3005767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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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독


홀로 있음은


걱정보다는 달콤하다, 어쩌면


벌써 취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시평: 아까 독 중에서 맛이 달콤한 독도 있다고 했었죠? 안 해로운 독이 어디있겠냐만은 단 독은 다른 독보다 더 위험합니다. 맛이 없는 독이거나 쓴 독은 먹었을 때 뱉어낼 수라도 있지 달콤한 독은 몸 곳곳에 퍼질 때까지 깨닫지를 못합니다. 화려한 색 안에 독을 품고 있는 독개구리가 생각나네요.


그럼 달콤한 독은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이 시에도 나와 있듯이 전 외로움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있을 때 생기는 걱정이라는 이름의 독보단 외로움이 지니는 편안한 독이 제가 보기엔 훨씬 더 무섭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3. 개똥벌래님의 '독'


https://m.fmkorea.com/3002407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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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나는


이 독에 갇혀 살고 있나



원하지 않아도


시간은 독을 깨어져라


계속해서 굴려댄다


깨어질 거라면


날 왜 이 독안에 담아두었나



깨어지고 난 뒤


내 모습은 무엇인가


//////////


시평: 독 밖의 세상을 독보다 더 독처럼 느끼는 화자. 이번 주에도 관념을 한바탕 뒤집는 시가 나왔네요. 신선합니다. 시에 나오는 독은 확실히 독이긴 합니다. 화자가 갇혀 있는 독, 몸을 좀먹는 독. 그러나 화자는 그 독 안의 세상이 편합니다.


시간이 흘러 독이 깨지고 자신의 모습이 밝은 곳 아래에 훤히 드러나면, 독에 있을 때보다 더 아프고 위험한 독이 화자를 엄습해올 겁니다. 그래서 그는 본능적으로 그 순간을 두려워하는거죠.


잘 읽었습니다.


///////////


이번 주 베스트도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재밌게 읽으셨는지 모르겠네요. 모처럼 이센스 노래를 듣다가 마음이 동해서 정한 주제였는데 즉흥적으로 나온 것치곤 좋은 글이 많이 나온 한 주였습니다.


그럼 다음 베스트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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