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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Aug 01. 2021

그네를 주제로 한 시들

오르락 내리락 반복해. 인생도 꿈도 희로애락도.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그네를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그네는 유서가 깊은 놀이기구입니다. 어느 동네의 오느 놀이터를 둘러봐도 그네가 없는 놀이터는 찾아볼 수 없을만큼 흔한 놀이기구지요. 기구 특유의 반복성과 정중동의 모습은 우리를 오묘한 감상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타든 타지 않든 말이죠.

그네는 반복되는 동작 속에 상승과 하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라갔다 내려가고, 더 높이 올라갔다 내려가고. 그네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타는 사람은 한정된 영원성을 붙잡고 사색에 잠깁니다. 그것이 우울한 생각이든 밝은 생각이든, 외로운 생각이든 화목한 생각이든, 붕 뜨면서 느껴지는 기분좋은 부유감은 사람의 마음이 바닥으로 치닫지 않도록 도와줍니
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이번 주제는 많은 분들의 시상이 대체로 비스무리했습니다. 그네를 단순한 기구가 아닌 '기댈 수 있는 자리'로 생각하고 글을 쓰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럼 이번 주 베스트에 오른 글들을 소개하겠습니다.


1. 아르세우스님의 '네가 떠난 자리'

https://m.fmkorea.com/3770368465
//////////////

네가 떠난 자리


그네,
오가는 바람이
가슴팍을 설레이면
익숙한 로프줄에
손을 얹어 느낀다


널 떠오르게 하는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네 자리만 텅 빈 채 
흔들흔드을—

나, 그네가 되어
같은 길만을 오가는
정해진 운명을 자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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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그네의 속성을 십분 활용해서 글에 녹여낸 시입니다. 그리워하는 상대가 생생하게 떠오르지만 정작 상대는 자리를 텅 비웠고, 화자는 주인 없는 그네가 흔들거리는 것을 보곤 줄을 잡습니다.

그 사람이 여기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수단이 이 그네라면, 화자는 자리에 앉아 상대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증거가 되어야 합니다. 비록 계속 같은 궤도를 반복해서 오가는 그네의 운명을 따라 걷는다 해도요.

잘 읽었습니다.


2. 싼흥민님의 '그네는 날지 못하리'

https://m.fmkorea.com/3770495395
///////////

붕-
배에 힘주어
하늘에 닿을 듯,
그네가 날아 오른다.


그네가 날아 오른다.
이대로 푸르른 하늘 잡아 끌 듯,
지상만물 중 가장 높은 존재가 되리라고
날아 오르던 그네 위 그대는,


채 끝까지도 오르지 못하고
잔인한 쇳기둥에
뒤가 잡히어
땅을 밟는다.


울진 않는다.
다만,
날고자 한 꿈이 있었기에
꿈을 거세 당한
무기력함이 남을 뿐이다.

////////////
시평: 그네를 너무 열심히 타다가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 경험, 다들 어릴적에 한번쯤은 겪었거나 옆에서 보셨을 겁니다. 아픔도 아픔이지만, 높은 곳에서 느꼈던 스릴과 대비되는 하강의 충격이 가슴을 쿵 내려앉게 하는 것이 제일 무섭습니다.

그네에서 느꼈던 상승과 하강처럼, 우리가 품는 꿈에도 상승과 하강이 있습니다. 인생의 오르막길 내리막길과 궤를 같이 하는 일이죠. 자기가 바라는대로 잘 풀려 갈 때는 꿈이라도 꾸는 것마냥 희망이 크게 부풉니다. 90도 높이까지 오른 그네를 탄 아이의 심장이랑 비슷할 정도로요.

그러다 꿈이 깨지면 상승 궤도를 매섭게 휘젓던 그네에서 떨어지게 됩니다. 주워모을 수 없을만큼 조각조각 깨진 꿈은 끊어진 그넷줄을 연상케 합니다. 이제는 발이 밟고 있던 그네 발판도 없고 의지도 없습니다. 희미하게 남은 부유감이 거세된 부위의 환통처럼 몸을 움츠러들게 할 뿐이죠.

잘 읽었습니다.


3. 토가히미코님의 '그네'

https://m.fmkorea.com/3769917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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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드높은 곳에서 바라본 경치가 생각나면
나는 홀로 그네에 앉아 저 위를 바라본다
예전과 달리 나의 시점은 낮아도
저 혼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갈 용기는 없기에
그렇게 나는 그네에 앉아 
등을 떠밀어줄 누군가를 기다린다

/////////////
시평: 그네를 재밌게 타기 위해선 처음에 발을 크게 굴러 뒤로 보내야 합니다. 발힘이 약한 아이들은 누군가가 밀어줘야 하죠.

높은 곳을 보고 싶다면 산에 올라야 합니다.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이 궁금하다면 더더욱이요. 그러나 이 시의 화자는 산을 오를 용기는 물론 힘도 없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그네를 탄 것이죠.

전 화자가 위에서 말한 '아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글에서 느껴지는 바램은 어른의 포기나 무력감보단 아이의 소망에 가까웠습니다. 아마 그 이유는 화자의 소망이 다른 뜻은 하나도 없이 깨끗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사람의 그네라면 저도 한번쯤 나서서 밀어주고 싶어질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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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베스트는 이렇게 끝입니다. 막연하게나마 어린 시절에 보았던 놀이터의 풍경을 떠오르게 하는 시어, 그네는 여러분들의 마음 속에 어떤 형태로 다가갔을까요. 제가 글을 읽고 느낀 감상과 비슷했기를 바랍니다.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들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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