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AN Dec 19. 2021

이 주의 시들-어른

되기 싫은 사람은 되고, 되고 싶은 사람은 안되고.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어른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어른은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 자신의 삶을 자기 의지대로 개척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냥 나이가 찼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란 소리죠.

어른이 되면 다양한 권리와 책임, 의무를 부여받습니다. 가벼운 것부터 시작해서 다시 아이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무거운 것까지. 어른으로서 겪는 모든 일들은 세상이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죠.

모든 사람들이 나이가 다 차는대로 정신도 같이 성숙해지면 좋겠지만,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어른답지 못한 사람은 아직 남은 아이다움을 죽이길 강요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당하지요.

저는 어릴 때 어른이 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아질거라 생각했습니다. 그에 동반되는 책임도 기꺼이 질 자신이 있었고요. 그리고 제 예상은 반만 맞았습니다. 권리는 생각보다 적었고 책임과 의무는 훨씬 많았죠. 내년에 스물 셋이 되지만, 지금도 전 제가 어른이라고 여겨지지가 않습니다.

될 때까지는 깨닫지 못하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어느새 되어 있는 걸지도요. 기준이 너무 애매하기도 하니까요. 어른이 못하는 일을 해내는 아이가 있을 때도 있고, 그 반대 또한 많으니.

이번 주에 올라온 작품들은 너나할 것 없이 다들 하나같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 어른이 되기 싫었던 어른, 더 나은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조금씩 다르지만 넓은 관점에서 보면 모두 같은 파동으로 흔들렸죠.

이번 주 베스트는 제 마음을 가장 크게 흔든 작품들로 선정했습니다. 그럼 함께 보러 가시죠.


1. 기계공학못해요님의 '품고 사는'

https://m.fmkorea.com/4156118927
/////////

새벽 같은 울음과 함께

핏덩이 되어 나온 세상


아침 햇살처럼 따사로운 사랑 안에

무언가 품고있는, 응어리가 보였다.


모든 사랑엔 품어야 하는것이.

있을지어니 나 역시 사람을 품었지만


저녁 노을 비출때 홀연히 떠나

차갑도록 시린 이별에도 품어야 할것이 있음을 알았다.


이윽고 달이 뜰 때까지 수 없이 많은 사랑과

이별. 품을 내어주고 다시 가져오는 삶을


은은한 초승달 아래 찬찬히 복기해보매

먼지 한톨 품지 않은 텅빈 마음 보게되었다.


두리번 거리며 내 텅빈 속을 의아해 할때

보았다. 새벽 저편 무섭게 떨고 있는 울음을

///////////
시평: 어른의 정의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와닿는 표현은 '많은 것을 경험하는 사람'일 겁니다. 두루뭉술해 보이지만 사실 정말로 그게 다니까요.

단지 그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 깊은 생각이 되고, 관록이 생기면 자기가 위치한 곳의 본질을 궁금해하게 됩니다. 나는 무슨 성장을 이루었길래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고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려 하는걸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이를 버리고 성장한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밖으로 내보이기 싫은 아이다움을 속에 숨기고, 전보다 더 두꺼운 가면을 쓴다는 의미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 안뇨오오옹님의 '어른이 되면'

https://m.fmkorea.com/4148593233
//////////

시간의 끝에서

책임이라는 무게를 지게되니


거울 속 나의 얼굴은 아련하고 애틋할지언정

냉담해진 시선은 오한을 떨게한다


한 마리의 우아한 돌고래처럼

바다를 헤엄치며 춤을 추고 싶지만

나의 몸짓은 하나하나 규정되어


쩌억쩌억 갈라진 땅 위에서

너도 나도 파닥거리고만 있다

////////////
시평: 이 시의 화자는 저와 마찬가지로 어른이 누리는 권리보다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 것 같네요. 몸짓 하나하나를 규정당하는 기분은 역시 참담하고 울적하겠죠.

권리만 가져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그럼 바닷속을 자유롭게 다니며 상상한대로 춤을 출 수도 있고 책임의 무게에 짓눌릴 일도 없겠죠.

하지만 여기엔 바다는 고사하고 물 한방울 없습니다. 딱딱한 땅 위에서 헤엄 아닌 헤엄을 치고 있죠.

잘 읽었습니다.




3. 옌이님의 '첫 날개짓'

https://m.fmkorea.com/4155252490

/////////////

입술이 트자 겨울이었다.

되어본적 없는 사람이 된 사람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런 것은 어리숙한 절망

어른은 무서운 일

새는 둥지를 떠나야하고

우리는 울음을 참아야한다

12월의 눈발이 싫어지고

어른보다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올해도 살기 싫었지만

문득 살아있다는 것이 익숙하다

////////////
시평: 되고 싶은 때에 딱 맞게 어른이 된 사람은 책임에 대한 부담도 적을까요. 적어도 예기치 못한 습격처럼 어른으로 자라버린 이들보단 낫겠죠. 훌륭한 어른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화자는 어른의 눈으로 보는 모든 풍경들이 생경합니다.

견디다보니 문득 어른으로서의 삶이 익숙해졌다는 화자. 입술이 부르트는 겨울과 어리숙한 절망, 몇번이고 삼켜야 하는 울음은 완전한 어른이 되기 위해 거쳐야하는 중간과정이었나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

이번 주의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여러모로 하고픈 말이 꽉꽉 담겨나온 작품들이 많은 한주였네요. 어른이 되고나서 겪은 설움과 그리움이 짙게 느껴지는 주제였습니다.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작가의 이전글 러스크는 식빵으로 만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